고구려를 찾아 떠나는 여행 2 (백두산 천지)
어제 아침 단동에서 출발하여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백두산을 향해 달려왔지만 백두산 천지를 오르기 위해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더 남았다. 우스갯소리로 백번 오르면 두 번 천지를 볼까 말까 한다고 하여 백두산이라고 이름 붙었다고 하기도 하고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과연 우리 가족이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을 것인지...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해 삼일이나 걸리는 긴 여정이다.
맑은 날 백두산에 올라도 천지를 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오늘 날씨는 정말 흐려서 걱정이 앞선다.
어디서 저렇게 많은 구름이 몰려오는지...
백두산으로 가던 도중 휴게소에 들러 조금 이른 점심을 먹는다. 이름 하여 고구려 휴게소.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인가 보다.
지금까지의 식사가 그랬듯, 기사님 식당 같은 곳에 들러 밥을 먹는데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 토종닭도 있고, 고기반찬도 있으니 말이다.
짧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이동한 끝에 드디어 백두산 입구에 도착했다. 이번 일정은 서파를 통해 천지로 올라간다.
사실 백두산 천지 트래킹을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었다. 한 여름철에 천지 주변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들꽃 천국이라고 했고, 예약을 통하여 소수의 사람들만이 천지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한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혹시 모를 사고가 있을까 봐 그냥 안전한 단체 여행을 택하게 되었는데 못내 아쉬웠다.
참고로 중국 쪽에서 백두산 천지를 보러 가는 방법은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아래 표와 사진을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 자료를 퍼왔다.
미담 투어 홈페이지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우리 도착 전에 비가 계속 왔었는지 바닥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다.
티켓을 끊고 들어가면 백두산 안내표지가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으로 표시되어 있다.
인솔자를 따라 나무 데크를 걷다 보면 다시 주차장이 나온다. 백두산 공원 내에서만 운행하는 셔틀버스 정류장이다.
꼬불 꼬불 장애물을 통과하여 정차해있는 셔틀 앞으로 나아가자 우리를 백두산 천지로 데려다 줄 셔틀버스가 바로 눈 앞에 있다.
셔틀에 탑승해서 백두산 쪽으로 올라 가는데, 하늘은 여전히 많이 흐리고 비까지 내린다.
자, 이제 천지에 올라갈 일만 남았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탓에 모두 비옷을 입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1442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약 30~40분 걸린다고 한다.
중간에 멈춰 서서 사진도 찍어 보지만 안개 때문에 배경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저 하늘 쪽으로 이어진 계단도 자욱한 구름에 덮여 희미하기만 하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천지를 보았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내려간다.
이런...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는 일. 터벅터벅 계단을 계속 올라간다. 지대가 높아선지 숨쉬기가 힘이 든다. 얼마나 올랐을까,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더니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어라~ 좀 더 올라가니 저 위에 서있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천지가 보이나 보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늦게 가면 구름에 다시 천지가 가려져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숨은 가쁘고 다리는 뻐근하여 좀 쉬었다 가고 싶었지만 꾸욱 참고 온 힘을 다해서 계단을 바삐 올라간다. 드디어 정상 부분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한 발 한 발 쉼 없이 내딛는다.
제발 천지를 볼 수 있기를...
정상에 도착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백두산 천지가 내 눈 앞에 펼쳐진다.
한참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구름이 또 밀려오고...
또 바람에 흩어지며 천지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떡 하니 서 있다.
멋진 천지 사진을 찍어보려고 하지만 천지가 너무 넓어서 아무리 뒤로 물러서도 한 번에 잡히지 않는다. 일반 렌즈로 전체 풍경을 담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담아본들 직접 눈으로 천지를 본 이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위안을 해본다.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 중에서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장면이 바로 백두산 천지가 아닐까?
아이들 기념사진과 가족사진을 여러 장 남긴다.
옆으로 좀 더 가면 북한과의 국경지역을 표시한 37호 표지석이 있다. 원래는 중국 쪽에서만 사진 찍는 것이 가능하고 북한 쪽에서는 경비가 지키고 있어서 넘어갈 수 없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갔던 날에는 비가 와서인지 북한군 경계병이 어디론가 가고 없어 북한 땅을 밟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런 행운이... ㅎ
보고 또 봐도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천지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힘들게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간다.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이 보이는 백두산 아래 풍경은 마치 알프스에 온 듯 멋지다.
백두산 서파 코스는, 다리가 불편한 분들도 걱정 없이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어떻게?
바로 인력거가 있기 때문이다. ㅎ
조금 더 내려가니 작은 개울이 나온다. 백두산 천지의 맑디 맑은 물이 작은 시내를 이뤄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것이다. 미리 준비해 간 작은 물통에 백두산 천지의 물을 담는다.
주변에 수줍은 듯 피어있는 야생화들. 아기똥풀 꽃도 보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의 땅 백두산. 하루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 중국 쪽 땅까지 되찾아 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다시 셔틀을 타고 백두산 대협곡으로 향하는데 날씨가 한층 더 좋아졌다. 지금 올라가는 사람들은 정말 멋진 천지를 구경할 듯하다. 아침에 백두산 천지를 보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던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백두산 천지는 정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멋진 곳이었다.
이제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백두산 대협곡이다.
잘 닦여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협곡이 나타난다.
이것이 백두산 대협곡이다. 백두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킬 때 용암이 흐르던 자리가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겨 이루어진 것으로 협곡 주위로는 원시림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협곡 바닥에는 맑은 물이 흘러간다. 협곡의 크기는 폭이 평균 120m, 깊이는 평균 80m이고 길이는 10Km나 된다고 한다.
요즘 백두산 관련 뉴스를 보면 마그마 활동으로 유황가스가 누출되어 저렇게 파란 나무들이 말라죽는다고 하던데, 후손들을 위해 계속 아름다운 휴화산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유명한 낙타바위란다.
줌으로 좀 당겨보면 정말 낙타처럼도 보인다. ㅎ
이렇게 대협곡 관광까지 마치고 셔틀을 타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면 백두산 서파 투어는 마무리된다.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중간 휴게소에 들러보는데...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백두산 천지 여행은 좋지만 기타 편의시설들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제 음식에 적응이 되었는지 저녁식사도 맛있게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꿈에 그리던 천지를 보아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내일은 고구려의 숨결을 찾아 광개토대왕릉비를 방문하는 일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