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여행기
주재원으로 필리핀에서 생활하던 시절, 마카오 홍콩 여행 계획을 잡았다.
필리핀 저가항공사인 세부퍼시픽 에어라인은 가끔씩 프로모션을 하는데,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정말 저렴한 값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필리핀 국내선 왕복 항공권은 1~2만 원에, 근거리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국제선 항공권은 왕복 10만 원 내외에 구매 가능하니 놓칠 수 없는 조건인 것이다.
필자가 선택한 여행지는 마카오/홍콩이다.
필리핀에서 마카오나 홍콩까지는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에 있고, 마카오와 홍콩 사이는 배로 이동이 가능하니, 마카오로 입국해서 홍콩에서 출국하면 한 번에 두 곳을 여행할 수 있다.
자, 이제 여행을 떠나 보자.
집에서 마닐라 국제공항까지는 약 30분. 수하물을 부치고, 체크인을 한 후 마닐라 국제공항 내 이탈리안 식당을 들러 저녁을 먹는다.
우리 가족을 마카오로 데려다 줄 세부퍼시픽 꼬마 비행기. 우리 가족을 잘 부탁해~
세부 퍼시픽 항공은 필리핀 저가 에어라인으로 승무원들 복장도 정장 스타일이 아닌 캐주얼이다.
이 가격에 뭘 더 바라랴. 안전하게만 데려다주면 그만이지. 2시간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비행시간이다. 늦은 저녁시간에 마카오에 도착했다.
마카오는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 불린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되었는데 포르투갈이 지배하면서 남겨놓은 건축물과 문화유산들이 동양 문화와 합쳐지면서 관광지로 유명해졌고, 중국 정부가 도박 산업을 활성화시키면서 지금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제1의 도박도시로 변한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선택한 호텔은 베네치아 호텔이다. 마카오에는 여려 유명한 호텔들이 있지만 가격과 여행 동선을 고려하여 결정하였다.
화려한 호텔 내부, 온통 금색으로 칠해져 있어 일확천금을 노리고 마카오로 몰려온 갬블러 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호텔 내부를 들어서면 베네치아 운하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 놓은 실내 운하가 있다.
화려한 호텔 객실 내부.
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도 마치 라스베이거스에 온 듯 화려하고 멋지다.
밤늦게 도착하여 피곤했던 우리 가족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화려했던 어젯밤과는 다르게 황량하게까지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카오 일정을 시작해 본다.
숙소인 베네치아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역사지구로 이동해, 세나도 광장, 먹자골목, 성 바울 성당, 몬테요새를 순차적으로 둘러보고, 마카오 타워에서 엑티버티를 즐기고, 저녁에 서커스를 관람하는 일정이다.
세나도 광장 - 먹자골목 - 성 바울 성당 - 몬테 요새 - 마카오 타워 -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서커스) 관람
참고로 역사지구는 마카오의 구 도심에 있는데, 16세기 중반부터 450여 년 간 동, 서양의 문화가 융합되어 탄생한 30여 개의 독특한 건축물들이 있으며,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세나도 광장으로 이동한다. 세나도 광장 근처에 내려 보니 딱 중국의 모습이다.
세나도 광장은 유럽풍의 건물들과 독특한 바닥의 물결무늬로 유명한 곳인데, 물결치듯 보이는 바닥은 석회석을 조그맣게 잘라 문양을 새겨 넣은 방식으로, 포르투갈식 도로포장이라고 한다.
분수대가 있어야 하는데, 설날맞이 조형물로 꾸며져있고 방문했던 해가 원숭이의 해라 손오공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포르투갈 예술품을 300여 점 소장하고 있다는 마카오 최초의 성당인 성 도미니크 성당. 노란색 건물이 인상적이다. 세나도 광장의 뒷골목은 중국 냄새가 물씬 느껴진다.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면, 육포거리, 땅콩과자 거리등이 나오는데 시식도 가능하고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마카오 역사지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성 바울 성당이다.
17세기에 건설된 중국 최초의 교회 건축물인데 19세기 중반 화재로 전소되어 성당의 전면 외벽과 66개의 계단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곳이다. 마카오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이기도 하다.
성 바울 성당 유적지 근처에 있는 몬테 요새로 이동한다.
몬테 요새는 해발 52미터에 위치한 마카오 최대의 방어 시설인데, 1622년 네덜란드 함대의 침략을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곳이다.
요새로 올라가 보면 상당히 넓은 평지가 나오는데, 성곽 둘레로는 육중한 포들이 배치되어 있고, 시내 여러 곳을 겨누고 있다.
1998년 지어진 마카오 박물관도 있으니 마카오 여행 시에 꼭 들러 봐야 할 명소다.
이제 남은 일정은 마카오 타워, 스카이 워킹과 서커스 관람이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윈 호텔에 들렀다. 호텔 내부의 정원을 멋지게 꾸며 놓았다.
미슐랭 맛집으로 유명한 Wing Lei 레스토랑, 어찌나 화려하게 치장을 해 놓았는지...
배를 채우고 아이들을 위한 액티버티를 위해 마카오 타워로 간다.
2001년 마카오 반환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마카오 타워의 높이는 338m로, 세계에서 12번째로 높은 타워이다. 스카이워크, 번지점프, 타워 클라이밍 등의 액티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TV 프로그램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201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가 있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중국 후난성 장자제 대협곡에 있는 번지점프대(20m 더 높음)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액티버티 중 스카이 워크를 선택했다. 스카이 워크는 223m 높이에서 빌딩을 한 바퀴 걸어보는 프로그램인데 번지점프가 무서운 사람들이 대안으로 선택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스카이워크를 즐기기 전에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창에 프린트해놓은 문구가 와닿는다.
Everyday, Do something that reminds you you're still alive
티켓을 받고, 오렌지색 옷을 입고 오면, 안전요원이 스카이워크용 멜빵을 입혀주고 점검해준다.
운동화 끈이 풀려 밟히지 않도록 다시 점검도 하고...
이제 밖으로 나간다.
번지 점프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루어 인솔자와 함께 타워 밖으로 나가는데 아이들 표정을 보니 겁을 먹은 듯하다.
앞에 있는 일본 관광객들이 즐거운 포토타임을 가지는 사이, 둘째 녀석이 발 밑을 내려다본다.
빨리 걷기도 하고, 그네 타듯 않아서 이동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사진도 찍어 준다.
큰 아이는 생각보다 대담한 포즈를 한 번에 취한다.
겁이 많은 둘째 아들님은 조심조심~
액티버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잠깐 휴식을 취한 후에, 저녁을 먹으로 나간다.
딤섬을 실컷 먹어봐야...
이제 마카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바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House of Dancing Water) 서커스를 관람하는 것이다.
마카오 시티 오브 드림즈 호텔에서 5년간 3천억 원을 들여서 만들어낸 대작 서커스로, 약 2시간 동안 2천 여명의 배우와 스텝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보았던 Ka쇼와 O쇼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공연으로,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서커스다.
무릎 높이의 얕은 물이, 큰 배가 떠다니며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깊은 바다로 순식간에 변하는 다이내믹한 무대장치를 보는 것도 짜릿하고, 오토바이가 하늘을 나는 묘기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일인당 10만 원가량 하는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니 마카오를 여행하시는 분은 꼭 예약 후 보시기를 권한다.
공연 시작 후에는 촬영이 금지되어 화려한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다.
이렇게 짧지만 알찬 마카오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홍콩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