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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Line Aug 04. 2023

사고 그 이후, (1)사과하지 않는 사회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현대사회의 교통사고의 문제점에 대하여

        

  통상적인 상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결정하는 건 누가 더 많이 다쳤냐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원초적인 얘기다. 마치, 어린시절 친구들과 싸울 때 누가 먼저 코피가 났냐하며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원리이다. 교통법규 내에서 "누가 더 많은 과실을 범했냐"로 싸우는게 현실적이다. 그래서인지, 누가 봐도 잘못한 사람이 유명 '블랙박스 유튜브'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하고 뭇매를 맞기도 한다.


  경찰에서는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교통사고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실비율을 결정하는 기준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게 된다. 그 기준이란 일반적으로 누가 '법률'을 어겼냐이다. 도로교통법에서 지정한 '중과실'에 해당하는 위반을 하였는지? 음주나 사고 후 미조치(뺑소니)등의 법률 위반적인 행동을 하였는지가 중요한 사안이 된다. 또한, 도로교통공단의 조사 결과를 통해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분석된 결과를 가지고 결정하게 된다.

(이 부분은 교통 사고 후, 교통사고 사실확인서를 떼보면 알 수 있다.)


  흔히 교통사고 전문가라고 말하는 '교통사고 전문변호사', '교통사고 전문손해사정사' 혹은 '보험회사 보상전문 담당자'와 얘기를 나눠보면 똑같은 사고는 없다고 말한다. 누가 더 잘못했냐의 싸움은 그래서 어려운 거다. 다행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자동차보험을 가입한다. 간혹 불법으로 운행하는 대포차들과 번호판도 없이 다니며 보험조차 들지않는 오토바이(흔히 '무판'이라 말한다)들을 제외하면 최소한의 보험들은 가입되어 있다. 이것을 책임보험이라고 하며, 최소한의 금액만 지급하기 때문에 굉장히 적은 금액으로도 가입이 된다.



-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중 -


제3조(책임보험금 등) ① 법 제5조제1항에 따라 자동차보유자가 가입하여야 하는 책임보험 또는 책임공제(이하 “책임보험등”이라 한다)의 보험금 또는 공제금(이하 “책임보험금”이라 한다)은 피해자 1명당 다음 각 호의 금액과 같다. <개정 2014. 2. 5., 2014. 12. 30.>

  1. 사망한 경우에는 1억5천만원의 범위에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 다만, 그 손해액이 2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2천만원으로 한다.

  2. 부상한 경우에는 별표 1에서 정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 다만, 그 손해액이 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자동차보험진료수가(診療酬價)에 관한 기준(이하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이라 한다)에 따라 산출한 진료비 해당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별표 1에서 정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그 진료비 해당액으로 한다.

  3. 부상에 대한 치료를 마친 후 더 이상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서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신체의 장애(이하 “후유장애”라 한다)가 생긴 경우에는 별표 2에서 정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기업에 해당하는 보험회사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 최소한의 과실들을 주장하게 된다. 대부분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싸우게 된다. 사실 운전자들의 입장에서 당장 큰 부상자 혹은 사망자가 없다면 사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열과 성을 낼 필요는 없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가 결정되는 경찰 단계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시시비비 가르는 것까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50대 50의 과실비율이 아닌 사고라면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니 말이다. 비싼 자동차를 수리해야 하거나 장기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오히려 가벼운 사고들에서는 쉽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중상해나 사망에 이르는 사고는 얘기가 달라진다. 중상해 이상의 사고를 낸 가해자는 거의 필연적으로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가 되고, 검찰에서 법원으로 기소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이때는 주변인들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변호사가 선임되기도 한다. 제일 중요한건 일련의 재판 과정에는 '피해자'가 당사자가 아닌 기소하는 검사와 가해자가 재판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교통사고로 인해 중상해를 겪고, 혹은 식물인간이 된 가족들과 몇 차례 얘기를 나눠봤지만 하나같이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이 가해자가 사과하지 않는 것이다. 법익의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진정성있는 사과 한번 한다고 집행유예 받을게 금고 혹은 징역형이 나오고, 징영혁이 나올게 가중처벌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양형사유인데도,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사과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재판마다 법원을 따라다니며 항상 가해자가 한번도 연락이 없고,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해보지만 판사님은 늘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원래 그렇다.'며 그 부분을 참작해준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제 딱 형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지 1년이 되어간다. 최종판결을 앞둔 지금까지도 가해자는 한 마디의 사과가 없다. 사과하는 법을 잊은 사회가 끔찍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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