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금인 석유가 등장하기 전, 고래 기름(경유)은 전 세계의 밤을 밝히던 핵심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이 강력했던 시장은 자원 고갈과 기술 혁신이라는 두 가지 파도에 밀려 급격히 붕괴했다.
고래 기름 시장의 몰락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자.
1. 전성기 : 밤을 정복한 고래 기름
18세기와 19세기 초반, 향유고래의 머리에서 추출한 경유(Spermaceti)는 최고의 조명 연료였다.
그을음과 냄새가 거의 없고, 매우 밝은 빛을 내어 등대의 등불이나 상류층의 양초로 애용되었다.
당시 미국(특히 뉴잉글랜드 지역)의 포경업은 국가 5대 산업 중 하나였을 정도로 거대한 부를 창출했다.
2. 붕괴의 시작 : 자원의 고갈과 비용 상승
시장 붕괴의 첫 번째 신호는 공급 측면에서 나타났다.
남획으로 인한 개체 수 급감 : 연안의 고래가 사라지자 포경선들은 더 먼바다(태평양 등)로 나가야 했다.
조업 비용의 폭등 : 항해 기간이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까지 늘어났고, 이는 고래 기름 가격의 기록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급망의 한계 : 수요는 늘어나는데 원재료를 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전형적인 자원의 저주에 빠진 것이다.
3. 결정타 : 대체재의 등장 (기능적 대체)
고래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시장은 저렴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라드유와 캠핀 : 돼지비계 기름이나 송진을 섞은 캠 핀(Camphene) 등이 등장했지만, 폭발 위험이나 냄새 등의 문제가 있었다.
석탄 가스 : 도시를 중심으로 가스등이 보급되면서 실외 조명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4. 종말 : 등유(Kerosene)의 탄생
1850년대 후반,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에이브러햄 게스너가 석탄에서 추출한 등유를 개발했고, 곧이어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석유 시추에 성공한 것이다.
비교해 보면 고래 기름음 매우 비싸고 희소성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우수하지만 일정한 공급이 되지 못했고 포경이 어려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등유는 표준화된 품질이 아니었지만 땅에서 계속 솟아나고 매우 저렴대 고래 기름을 대체할 수 있었다.
석유에서 정제된 등유는 고래 기름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대등했다.
이 시점을 계기로 거대했던 포경 산업은 순식간에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요약해 보면 고래 기름 시장의 붕괴는 단순히 고래가 불쌍해서 멈춘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에 의해 강제 종료된 사례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듯, 포경 시대도 고래가 멸종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석유라는 더 나은 대안이 등장했기 때문에 끝났다는 경제학적 격언의 대표적인 예시로 인용되곤 한다.
그럼 등유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등유(Kerosene)는 원유를 증류하여 얻는 무색 또는 연한 노란색의 액체로, 휘발유보다는 무겁고 경유보다는 가벼운 중간 영역의 석유 제품이다.
조명, 난방, 그리고 항공 연료의 주성분으로 쓰이는 등유의 주요 물리적 속성은 다음과 같다.
1. 휘발성 및 증류 범위
등유는 여러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며, 일반적으로 150도에서 300도 사이의 온도 범위에서 끓어 나온다.
휘발유보다 휘발성이 낮아 상온에서 유증기가 덜 발생하며, 그만큼 화재 위험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급이 용이하다.
2. 밀도 및 비중
등유의 밀도는 대략 물(1.0) 보다 가볍기 때문에 물 위에 뜨는 성질이 있다.
이는 유류 화재 시 물을 뿌리면 오히려 불길이 번질 수 있는 물리적 이유가 된다.
3. 인화점과 착화점 (안전성)
가장 중요한 물리적 속성 중 하나는 인화점(Flash Point)이다.
인화점도 휘발유보다 훨씬 높다.
즉, 상온에서는 성냥불을 갖다 대어도 액체 자체에 직접 불이 붙지 않고 심지가 있어야 타오르는 특성이 있다.
착화점(Autoignition Temperature) : 외부 불꽃 없이 스스로 발화하는 온도는 약 220도 내외다.
4. 점도 (Viscosity)
등유는 끈적임이 적고 흐름성이 좋은 저점도 액체다.
특징 : 모세관 현상을 잘 일으키기 때문에, 과거 석유램프나 현재의 석유난로에서 심지를 타고 올라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5. 굴절률과 색상
색상 : 정제가 잘 된 등유는 물처럼 맑고 투명하다.
시중의 실내등유는 오용을 막기 위해 착색제를 넣기도 하지만 원래는 무색이다.
굴절률 : 약 1.44 정도로, 액체 속을 통과하는 빛의 속도 변화를 통해 순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등유는 항공유로도 쓰이는데 물리적 속성 중 어는점이 낮기 때문이다.
높은 고도의 영하 수십 도 환경에서도 등유는 얼어붙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엔진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물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