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자사 칩 생산을 TSMC에 맡기게 된 배경

by Grandmer


인텔이 자존심을 굽히고 핵심 제품의 생산을 경쟁자인 TSMC에 맡기게 된 배경은 한마디로 제조 기술의 초격차 발생과 생존을 위한 실용주의가 결합된 결과다.


인텔은 자체 공정인 18A를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전체 물량의 약 30%를 TSMC에 의존하고 있다.


1. 7nm 및 10nm 공정 전환의 뼈아픈 실패


인텔은 수십 년간 반도체 제조 기술의 일인자였으나, 14nm에서 10nm, 다시 7nm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설계 오류와 수율(Yield) 문제를 겪었다.


인텔이 14nm에 머물러 있는 동안, TSMC는 7nm, 5nm 공정을 성공시키며 기술 역전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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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압박 : AMD가 TSMC의 최신 공정을 등에 업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인텔은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능이 검증된 TSMC의 손을 잡아야만 했다.


2. IDM 2.0 전략과 유연한 제조 (Pragmatism)


팻 겔싱어(Pat Gelsinger) CEO 취임 이후, 인텔은 IDM 2.0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최고의 칩은 최고의 공정에서 : 자존심보다는 제품의 성능을 우선시하여, 자체 공정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주저 없이 외부 파운드리(TSMC)를 활용하겠다는 실용적인 노선으로 선회했다.


2024~2025년에 출시된 루나레이크와 애로우레이크의 핵심 컴퓨트 타일은 인텔 공장이 아닌 TSMC의 3nm(N3) 공정에서 생산되었다.


3. 칩렛(Chiplet) 설계의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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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 방식이 하나의 큰 칩을 만드는 방식에서 여러 조각을 이어 붙이는 칩렛 구조로 바뀌면서 협업이 쉬워졌다.


CPU의 가장 핵심적인 연산 부분은 TSMC의 최첨단 공정을 쓰고, 나머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분은 인텔의 자체 공정을 사용하는 식의 혼합 생산이 가능해졌다.


4. 파운드리 사업부(IFS)의 독립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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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단순히 칩을 설계하는 회사를 넘어, TSMC처럼 다른 회사의 칩을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했다.


인텔이 외부 파운드리를 직접 이용해 봄으로써 파운드리 고객의 고충을 이해하고, 동시에 자사 설계 부문과 제조 부문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현재 인텔은 자체 18A 공정을 적용한 코어 울트라 시리즈 3(팬서레이크)을 출시하며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고성능 GPU나 특정 모바일 프로세서 라인업에서는 TSMC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은 제조 기술 격차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제품 경쟁력을 즉시 회복하기 위해, 경쟁자인 TSMC를 전략적 공급자로 활용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TSMC가 인텔이라는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의 칩을 생산해 주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현재 반도체 역학 관계를 보면, TSMC는 고도의 전략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1. 적의 기술을 내 손안에: 설계 표준 주도권


인텔은 수십 년간 x86 아키텍처의 절대 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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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핵심 칩을 생산한다는 것은 TSMC 공정이 x86 설계 표준에 최적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텔의 복잡한 설계를 직접 제조하면서 얻는 노하우는 TSMC 기술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인텔까지 자사 공정을 쓰게 만듦으로써, 전 세계 주요 설계 자산(IP)이 TSMC 공정 위에서 돌아가게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누린다.


2. 규모의 경제와 가동률 극대화


최첨단 공정(3nm, 2nm) 개발에는 수십 조 원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을 회수하려면 엄청난 양의 주문이 필요하다.


애플, 엔비디아, AMD에 이어 인텔이라는 거대 고객을 추가함으로써, 공장 가동률을 100%에 가깝게 유지하고 막대한 설비 투자비(CAPEX)를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칩 하나당 제조 단가는 낮아지며, 이는 TSMC가 삼성이나 인텔 파운드리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3. 경쟁자의 추격 의지 꺾기


인텔이 자사 공장 대신 TSMC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역설적으로 인텔 파운드리(IFS)의 성장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인텔이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길수록 인텔 내부의 제조 부문은 힘을 잃거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생긴다.


시장에 인텔조차 자기네 공장보다 TSMC 공정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어, 다른 팹리스 고객들이 인텔 파운드리로 떠나는 것을 방지한다.


4. 지정학적 방패 역할 강화


TSMC는 대만의 안보를 지키는 실리콘 방패로 불린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생사여탈권(제조)을 쥐고 있음으로써, 미국 정부가 TSMC와 대만을 보호해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하는 정치·외교적 효과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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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해 보면 TSMC는 기술적으로는 인텔의 칩을 생산함으로써 x86 설계 노하우를 흡수하고 공정을 최적화시킬 수 있게 된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막대한 주문량을 통해 설비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하게 해 주고 경쟁적으로는 인텔 파운드리의 성장을 견제하고 리더십을 공고화하는데도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TSMC에게 인텔은 언젠가 싸워야 할 적이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 공장의 효율을 극대화 해주고 내 기술의 표준성을 증명해 주는 귀한 손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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