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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Mar 11. 2021

1장 : 독서의 시작 (책을 읽게 된 계기)



“올해로 은퇴한 지 꼭 30년이 되었다. 65세에 은퇴해서 95세가 되었는데 은퇴하고 지금까지 한 일을 생각해 보면 특별하게 한 일이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 은퇴 후에 할 일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거듭했지만 실질적으로 실행에 옮긴 일은 별로 없다.


지난 30년간 무엇이라도 했다면 어떤 분야에서 한 가지라도 성과를 냈을 법한 시간들인데 시간이 너무 헛되이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은퇴할 시점에 받았던 퇴직금은 자식들 생활비와 몇 번의 투자로 인해서 모두 없어진 지 오래다. 기존에 계획했던 여행이라도 다녀왔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으련만 그런 것도 하지 않은 채 돈을 모두 써버린 것이 안타깝지만 나이 들어서 경제적인 욕심을 내는 것이 볼썽 사나워질까 봐 누구에게 말도 잘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은퇴를 했던 시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30년 동안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 지금도 후회한다. 은퇴 이전에 조금이라도 계획적으로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면 치열하게 살았는데 열심히 살지는 않은 것 같은 기이한 기분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인생의 목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인생의 각 단계마다 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했고 경쟁을 뚫고 관문을 통과해서 원하는 것을 얻었는데 막상 알고 보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았다.


나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자기 위로를 해가면서 정신승리를 해 왔고 오늘 하루를 또 잘 보냈다는 것에 만족해하면서 맥주 한 잔으로 삶을 위로하면서 지내왔다.


은퇴 후에는 뭔가 멋진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를 구속하던 것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막상 은퇴를 하니 걱정만 산더미 같이 커져갔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여가 없어진다는 두려움과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없다는 것에 사회적으로 유용하지 못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퇴직금을 모아서 무엇이라도 간단하게 해보려고 했지만 주변의 만류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엄한 도전으로 돈과 체력만 날리지 말라는 조언을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은퇴 후에 하릴없이 보낸 시간이 30년이 넘는다.


 은퇴를 위해서 달려온 것 같은 인생인데 막상 은퇴를 하고 난 뒤에 내 앞에 펼쳐진 인생은 지난 시간보다 더 막막했고 어두웠다.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부족한 것이 많았던 인생도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을 맞이한 이유에 대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근본적인 원인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좀 더 위로하기로 했다. 오늘도 정신승리로 좀 더 무장해야겠다 “




은퇴 후에 겪을 일에 대해서 상상해 보았습니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기대수명이 여자 기준으로 86세가 된다고 합니다. 10년 전인 2010년에 평균수명이 83세였으니 10년간 3년이 늘어난 셈입니다. 기대수명이라는 것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하는 것으로 평균이 86세가 된다는 말은 적게 사는 사람과 장수하는 사람을 고려하게 되면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100세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하게 합니다.


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개개인의 삶은 100세 시대에 맞게 준비가 되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마흔이 넘어가면서 예전보다 늘어난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다가 실제로 고민이 시작된 시기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의 평균 취업 시작 연령은 27세라고 합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 취업을 하는 시기가 평균적으로 남자의 경우 27세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저도 평균적인 한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취업에 대한 고민이 항상 존재했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사회에 나가서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취업에 성공했고 어찌어찌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벌써 마흔 중반이 되어갑니다. 지난 시기를 돌아볼 때에 언제가 가장 경쟁력이 있었는가를 되돌아보면 20대 후반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때가 가장 절실하게 인생의 발전을 원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 입사를 한 뒤에는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했다는 안도감에 삶에 목적이나 방향성도 가지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잃어갔고 자연스럽게 후퇴하면서 나이만 먹고 30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30대가 되면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인생의 지표가 없는 삶이 나를 점점 후퇴시켰구나에 대해서 자각하게 되고 인생의 목적을 정하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다시 잘 살아가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될까를 고민해봤는데 가장 먼저 하게 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이전에 했던 것처럼 책을 읽으면 또 새로운 길을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다시 손에 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장을 읽는 것도 어색했고 집중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책을 읽는 것 외에는 나에게 특별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어떤 책으로 시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정리도 없었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소설도 읽고 자기 계발 서적도 읽고 무협지도 읽어보고 독서를 하기 위한 책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책을 읽으니 나만의 식견이 생기고 책을 읽은 후에 스스로가 생각한 것을 인생에 대입해 보는 과정도 겪으면서 삶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초등학생을 지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지식이 점점 성장하고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하면서 경쟁력이 가장 정점에 다다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를 하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경쟁력은 점점 더 줄어들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는 독서를 꾸준히 한 시간들이었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책을 손에서 놓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독서를 한 시간과 하지 않은 시간이 경쟁력이 늘어난 시간과 경쟁력이 없어진 시간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30대 중반에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에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다시 하고자 독서를 시작했고 독서를 시작한 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다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생을 돌아보면 독서를 꾸준하게 한 시간은 개인의 발전이 지속되었던 기간이었던 반면에 독서를 멈춘 시간은 자연스럽게 발전이 없이 나이만 들어갔고 다시 독서를 하면서 발전을 이어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인생의 절박한 순간과 위기의 순간에 동물적으로 나를 발전시키기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에 책을 읽었고 독서를 통해서 다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끝없는 변화를 추구할 수 있었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사고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책을 읽음으로써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겨나고 그 꿈을 조금씩 형상화시켜가는 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은퇴가 당장 내일이라는 상상을 해도 망설임 없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삶을 찾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


은퇴 후에 보내는 시간은 내가 주말에 보내는 시간과 유사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독서를 하기 전 나의 주말은 TV를 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떨어지는 순간에는 저녁을 먹으면서 혼자서 맥주를 먹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을 그렇게 보내고 난 뒤에 다시 한 주를 시작하는 것이 반복이었고 그렇게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현재의 주말은 주중에 하지 못한 책을 읽고 정리하고, 읽은 책을 나만의 독서노트 형태로 정리해서 블로그에 기록을 합니다. 그리고 읽은 책을 아내와 가족과 공유하고 그중에 삶에 도움이 될 것들을 적용해 봅니다. 한 권의 책이 나이테처럼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아마 은퇴 후에도 독서를 하고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더 많은 목표를 세우고 꿈을 좇으면서 활기차게 살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독서로 인해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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