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자로 거듭나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투자의 세계는 참으로 넓고 다양하다. 산업화 시대에 지구촌 곳곳을 다니며 상품을 파는 세일즈맨들이 있었다면 자산이 축적된 국가발전 단계에서는 투자이익을 챙기려는 투자자들이 총성 없는 경쟁을 치르고 있다.
물론 이 와중에도 부를 지혜롭게 축적해 가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에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파멸이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조용히 사라진 투자자들도 수없이 많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가치투자자로 거듭나다는 투자업계의 유명한 구루가 쓴 책이 아니라서 오히려 이제 막 투자의 세계로 들어선 초보 투자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책이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들은 차치하고라도 원칙에 대해서는 꼭 한번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Ⅰ. 투자 도구
개미들이 단순한 기본 원칙 몇 가지를 이용해서 무한히 복잡한 생존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면, 우리 투자자들은 어떨까?
우리도 건전한 투자원칙들을 세우면 투자 의사결정을 더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서 고려할 사항이 하나 있다. 인간의 두뇌가 사용하는 전력은 약 12와트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60와트짜리 전구가 사용하는 전력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요즘 나오는 컴퓨터의 전력 소모량과 비교해도 12와트는 대단한 소모량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연약한 두뇌로 엄청나게 복잡한 투자 관련 계산을 시도하면서, 뻔뻔하게도 그 계산이 정확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투자에서 승산을 높이는 방법 하나는 더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할 도구가 하나 더 있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원칙과 절차를 개발하는 것이다.
행동을 더 체계화하고 복잡한 의사결정 절차를 단순화하려고 했다.
두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무슨 일이든 단순화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런 의도에서 원칙을 정립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
Ⅱ. 주가를 자주 확인하지 않는다.
취리히에 정착했을 때, 나는 블룸버그 단말기는 계속 임차했지만 아침 작업 시간에는 단말기 스위치를 켜지 않았다.
요즘은 몇 주씩 스위치를 꺼둔 채 지내고 있다.
이 밖에도 일상적인 시장소음에서 벗어나려고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투자자 중에는 매일 정도가 아니라 분 단위로 주가를 확인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주식을 지켜보면 주식도 이 사실을 인식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듯하다.
문제는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주가가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 모니터에서 밝은 빛으로 깜빡거리는 주가를 보면, 내 불합리한 두뇌는 매매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인기 생명공학 주식이나 인터넷 주식에 투기하는 사람이라면,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르내릴 때마다 매매하는 편이 합리적 일지 모른다.
현재 상태로도 내가 보유 종목 주가를 확인하는 횟수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다.
게다가 나는 컴퓨터나 블룸버그 모니터에 보유 종목 주가를 한꺼번에 조회하는 화면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종목별로 하나씩 주가를 확인해야 한다. 다른 종목 주가도 동시에 보게 되면, 매매 충동을 느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쓸데없는 소음이 우리 연약한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우리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인데 주가를 지나치게 자주 확인하면 단순히 매매충동을 참는 과정에서 소중한 의지력을 낭비하게 된다.
나는 의지력을 더 건설적으로 사용하고 싶다.
Ⅲ. 누가 팔려고 애쓰는 것은 사지 않는다.
누군가 전화로 내게 무엇을 팔려고 하면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한다. 미안합니다만, 나는 누군가 팔려는 것은 사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면 세일즈맨은 깜짝 놀라 이렇게 질문한다. 그러면 좋은 전화 서비스를 어떻게 고르시려고요?
그리고 증권회사 분석가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래도 이 종목은 훌륭해 보이지 않습니까?
물론 분명히 이들의 말이 옳을 때도 있다. 더 좋은 전화서비스로 교체하거나 훌륭한 투자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편이 아마도 합리적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그러면 단기적으로는 내게 손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기적인 세일즈맨들을 멀리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다.
이 단순한 원칙으로 역선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찰리 멍거는 이렇게 기도했다.
누군가 파는 종목이 있다면 그 종목은 절대 사지 않겠다.
누군가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나 비상장회사에 투자하라고 내게 권유할 때에도 나는 이 원칙을 적용한다.
나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일 수도 있고 깊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으며,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사서 그들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면 나는 사지 않을 것이다.
Ⅳ. 경영진과 면담하지 않는다.
경영진은 매우 노련한 세일즈맨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회사의 실적이 아무리 나빠도 회사 전망이 밝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이사회 구성원과 주주 등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 덕분에 회사 먹이사슬의 정상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 하는 말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CEO, CFO 등 경영진이 부도덕하거나 악의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이 훌륭하지 않다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그들은 업무, 관심사, 기술 탓에 정보를 제공할 때 회사의 긍정적인 측면은 과장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축소하기 쉽다는 뜻이다.
아무리 카리스마, 설득력, 호감이 넘치더라도 경영진을 경계하라.
Ⅴ. 올바른 순서로 투자자료를 수집한다.
사람들은 머릿속에 처음 들어온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난자와 매우 비슷해서 차단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정자 하나가 난자로 들어오면 난자는 다른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합니다.
인간이 사고방식도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이 말이 옳다면 나는 정보를 주집하고 투자 아이디어를 탐색할 때 그 순서에 지극히 주의해야 한다.
나는 약자가 아니라 강자의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싶다. 세일즈맨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을 생각이 전혀 없다.
세일즈맨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을 생각이 전혀 없다. 증권회사 분석가의 아이디어가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처음 들어오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그러면 내가 존중하는 친구나 동료가 어떤 종목 매수를 고려해 보라고 권유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듣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똑똑한 친구가 어떤 종목이 훌륭하다고 말하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그 종목을 평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설명이 길어지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와, 정말 흥미로운 종목이네. 내가 그 종목을 조사하고 나서 더 깊이 토론하면 좋겠어.
나와 거래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의 투자 아이디어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문서로 보내주시겠습니까?
만일 상대가 하지만 먼저 직접 설명해 드리고 싶은데요?라고 말하면 나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Ⅵ. 투자 아이디어는 사심이 없는 사람과 논의한다.
지금쯤 경영진, 증권회사 분석가, 기타 증권업계 사람들과 대화를 거부하는 내가, 따돌림당하는 형편없는 속물처럼 보일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천사 같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주택담보 대출금을 상환하는 정직하고 멋진 시민이다.
그러나 이들은 팔아야 먹고산다는 점이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러면 내가 기꺼이 투자 아이디어를 논의할 사람이 있을까? 좋은 질문이다.
다른 사람의 견해가 필요할 때, 나는 자산운용업계에서 믿을 만한 동료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그동안 나는 여러 투자가와 소중한 논의를 해왔다. 이들 모두 내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많이 배웠다.
내 경험으로는 투자를 논하기에 가장 좋은 사람은 똑똑하면서 사심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하는 토론은 즐겁고 재미있으며, 침착한 마음상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Ⅶ. 매수한 주식이 폭락하면 2년 이상 보유한다.
주식이 급등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팔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랜 친구와 헤어지는 것처럼 괴로울 수도 있다.
주식이 폭락하면, 매도할 때 더 괴로워진다. 큰 손실이 난 종목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후회, 자기혐오, 두려움 등 부정적 심리 탓에 사고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모니시는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심리에 대처하려고 원칙을 개발했다. 매수한 주식이 하락하면, 2년 동안 팔지 않는 것이다.
이 원칙도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내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특히 내가 주식을 살 때 더 신중을 가하게 해준다. 실수를 저지르면 2년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사게 된다.
평생 20번만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면 투자를 더 신중하게 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Ⅷ. 현재 보유한 종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내 아이디어를 훔쳐가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일단 공개적으로 내뱉은 말은 나중에 후회스러워도 다시 주워 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공개석상에서 보유 종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 한다.
보유 종목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글을 마치며 ]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세 가지는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경영진의 말을 너무 믿지 않는 것이다.
주식은 미래에 벌어들이게 될 현금흐름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의 경쟁력이나 시장 상황은 모두 주가에 반영이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럴 때에 우리는 그 회사가 미래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지게 된다.
이럴 때에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들의 발언이다.
의사 결정권자들 즉, 경영진은 자신의 회사의 가치를 절대로 폄하하는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고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 투자를 결정할 것이며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바를 프레젠테이션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정보를 가감 없이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영진의 말은 모두 계획일 뿐이고 다른 경쟁자들도 비슷한 내용의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정된 에너지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스스로의 판단을 위해서는 가급적 다양한 지표를 검토해야 하고 경쟁자의 시선도 판단해야 하고 어떤 것들이 실제적으로 더 현실 가능한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즉, 경영진의 말이나 신문 기사 뉴스만 보고서 현혹되어서 투자를 하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데 소중한 나의 자산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내가 결정할 때에 경영진의 계획이나 세일즈가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인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보유한 종목을 발설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나타나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자신들의 판단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남들에게 투자를 권유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공부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에도 좋은 일이 있을 거이라는 호의를 베풀 때도 있다.
어떤 기업이 엄청난 광풍을 만들어 내면서 주가가 수직 상승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적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종목, 미래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종목, 새로운 이동 수단이 될 것이라는 종목 등 과거 10년을 복기해 보면 이런 종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 이 과정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중간에 적절한 수익을 보고 팔았다면 괜찮았을 것이지만 만약 계속 가지고 있었더라면 오히려 큰 손실을 봤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앞으로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격일 수도 있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자신이 스스로 내린 판단을 굳이 누구에게 발설해서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
발설을 하게 되면 오히려 판단을 번복할 때에 어려워질 수 있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투자는 전적으로 나와의 고독한 싸움이고 스스로의 자산을 투입하는 외로운 결정이다.
이런 결정을 굳이 남에게 발설할 이유도 없고 공유할 필요도 없다.
일기를 쓰듯이 혼자만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고 복기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
마지막 세 번째는 평생 20번만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주식의 장점은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단타 매매를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사람들도 많다.
혹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능력이 모두에게 있으면 좋으련만 이 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주식 투자의 근본은 장기간의 시계열에서 미래에 더 큰 현금흐름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기업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을 응원하는 마음도 함께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기업이 성장했을 때에 우리의 삶이 문명이 발전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한다.
즉, 비전을 공유받을 수 있는지 그 비전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혹은 개개인의 비전과도 부합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회사에 입사한다는 생각, 혹은 내가 그 회사의 경영자가 된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마음 가짐으로 주식을 대하고 투자하는 방법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말은 쉽지만 주식을 투자할 때에 공부를 지속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투자서에서 공부를 하라고 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도서 :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 가이 스파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