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소비의 기준을 바꿀 변화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시간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종이책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정해진 것들만 보던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아가 스스로가 정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물건을 주문하고 결재할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비용은 적게 들어가고 있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는 분명 새로운 부의 현상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럼 어떤 형태의 변화가 생겨나게 될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인구 보너스 시대 vs 인구 오너스 시대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 이른바 한강의 기적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엔진이 있었다.
바로 인구 보너스 시대의 축복이다. 일할 수 있는 생산 가능인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부양해야 하는 아이와 노인의 비중은 낮았던 시기였다.
이는 한 가정에 일하는 어른이 많고 부양할 식구가 적을수록 저축과 투자가 늘고 살림이 나아지는 원리와 같다.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1970년 54.4%에서 2020년 71.7%로 상승하면서 1인당 GDP 증가율이 연평균 0.93% 높아졌다.
부모 세대가 경험한 역동적 성장은 인구 구조가 만들어준 거대한 순풍 덕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순항은 끝났다.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은 2010년대 초중반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이제 우리는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인구 오너스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인구 오너스는 인구 보너스의 정반대 개념이다. 인구 오너스란 생산 가능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 성장을 견인했던 인구 구조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돼버린 셈이다.
Ⅱ. 늙어가는 노동력과 국경을 넘어온 노동력
사라져 가는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꺼내든 첫 번째 카드는 일하는 노인이다.
2023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배에 달하며 압도적인 1위다.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제로 노인이 일터를 떠나는 실질 은퇴 연령은 2025년 기준 남성 65.4세, 여성 67세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활기찬 고령층 고용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현실이 숨어있다.
2024년 기준 65세 임금근로자의 35.4%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61.2%는 비정규직이며, 절반 가까운 49.4%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
기업 임원, 엔지니어, 교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경력이 무시된 채 저임금 단순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개인에게는 고단한 노후를, 사회 전체적으로는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
노동력이 부족할수록 고령층이 가진 경험과 기술, 노하우는 더욱 중요한 자산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 노동시장은 이들의 경력을 살지지 못하고 단순 노동으로 내모는 비효율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가 전체의 혁신 잠재력과 생산성을 갉어먹는 가장 큰 문제다.
Ⅲ. 규모가 아닌 독점에 주목하자.
기술 독점은 하드웨어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나타난다.
네이버는 검색, 카카오는 메신저라는 디지털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진정한 우위는 네티워크 효과에서 나온다.
예컨대, 카카오톡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밖에 없다.
이 거대한 사용자 기반은 새로운 메신저가 아무리 혁신적 기능을 내놔도 넘볼 수 없는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
이 같은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디지털 영토의 승자로 군림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제 활동으로부터 막대한 통행료를 거둬들인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에 광고를 붙이고 쇼핑 입점 수수료를 챙긴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기능부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 거래 수수료까지 우리의 일상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경기가 나빠져도 사람들은 검색을 끊을 수 없고, 메신저를 포기할 수 없기에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불황에도 매우 강하다.
결국 모두 함께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부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과 독점적 플랫폼이라는 가장 깊고 넓은 경제적 해자를 가진 소수의 승자에게만 집중될 것이다.
Ⅳ. 스몰 럭셔리와 취향 공동체의 비중이 커진다.
나만의 민족을 지향하는 움직임은 취향 기반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시장도 탄생시켰다.
제로섬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분위기는 개인들을 소외감에 빠뜨렸다.
사람들은 학연, 지연 같은 의무적 관계 대신,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고 인정받을 수 이는 소규모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결국 저성장 시대의 기회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규모 시장이 아닌 특정 취향을 공유하는 작고 단단한 공동체에서 작은 사치와 소속감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에 있다.
경제 성장이 멈춘 시대에도 인간의 근본 욕구인 소속감과 자아실현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강력한 성장동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Ⅴ. 가격도 실시간으로 변한다 :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시대
보이지 않는 가격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장의 규칙을 바꾼 선구자는 단연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AI알고리즘은 하루에 250만 번씩 상품 가격을 변경하다.
경쟁사 가격, 재고 수요는 물론이고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심지어 사용하는 기기까지 분석하여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찾아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제나 최적의 조건으로 상품을 사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만 명의 쿠팡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은 소비자 눈에 거의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10원 단위까지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가격 경쟁 봇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보는 가격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널뛰기하는 것은 바로 이 AI와 봇이 벌이는 치열한 전쟁의 결과다.
기업은 이를 가격 최적화라 부르지만, 소비자에게는 가격 차별로 다가온다.
이에 대한 여러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내가 구매한 상품 가격이 며칠 뒤 혹은 다른 사람에게 더 싸게 판매되는 것을 보면 해당 플랫폼이나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고 답변했다.
이는 감정의 문제를 넘어 가격에 대한 사회적 신뢰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가격이 진짜 가격이라는 믿음이 사라질 때 소비자들이 시장 자체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소비자 역시 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포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정찰제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쇼핑은 매 순간 변하는 가격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찾아내는 일종의 게임이 될 것이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AI 만큼이나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기억하자. 더 이상 정해진 가격은 없다.
Ⅵ. AI가 골라주는 쇼핑 : 큐레이션의 진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역설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흰색 티셔츠 하나를 검색하면 수만 개의 상품이 쏟아지고, OTT 서비스에는 평생 봐도 다 못 볼 콘텐츠가 쌓여있다.
이처럼 과도한 선택지는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스트레스와 더 좋은 것을 놓쳤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바로 이 선택 장애의 시대를 AI는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해결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AI 큐레이션이란 단순히 인기 상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남의 모든 디지털 발자국을 분석하여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좋아할 만한 상품을 콕 집어 제안해 주는 기술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나타나는 곳은 인테리어 분야다.
과거에는 소파 하나를 사기 위해 줄자로 치수를 재고 벽지 색깔과 어울릴지를 머릿속으로 상상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의 집과 같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AR 기능과 3D 인테리어 서비스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내 방을 비추기만 하면 AI가 가상의 3D 가구를 실제 공간에 놓아주는 마법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이 기술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오늘의 집 데이터에 따르면 AR 기능을 경험한 고객은 경험하지 않은 고객에 비해 구매 전환율이 3.6배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콘텐츠와 상품을 함께 살펴본 이용자는 상품만 둘러본 이용자보다 구매 전환율이 2배 높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AI가 기술로 해결해 주자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 것이다.
Ⅶ. 내가 원하기도 전에 미리 : AI의 예측 쇼핑
시간이 갈수록 AI는 인간의 도움 없이도 창작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용화 사례는 초개인화 광고다. 코카콜라는 최근 AI기반 마케팅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관심사, 위치, 날씨, 감정 상태 등을 종합 분석해 수천 가지 버전의 맞춤형 광고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모두가 보는 하나의 광고가 아닌 오직 당신만을 위한 광고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부 패션 플랫폼에서는 고객이 1970년대 레트로 풍의 패턴을 현대적인 실루엣을 더한 원피스를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여러 디자인 시안을 제시하고, 그중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하는 디자인은 실제 상품으로 주문까지 할 수 있는 실험적인 서비스도 등장했다.
창조의 능력은 상품 기획 단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과고의 챗봇이 정해진 질문에만 답하며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를 반복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AI는 우리의 감정 상태와 나조차도 모르는 내일의 이벤트까지 예측하고 세상에 없던 해결책까지 창조하는 전지전능한 컨설터트가 되어가고 있다.
Ⅷ. 수수료 제로 전쟁의 시작
디지털 화폐가 가져올 변화의 거대한 파도는 가장 먼저 결제 시장부터 덮칠 것이다.
이미 우리는 현금 없는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성인이 81.3%에 달하며, 전체 거래에서 현금 사용 비중은 2015년 41%에서 2024년 15.9%로 감소했다.
신용카드는 물론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 결제가 우리의 지갑을 대체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진짜 변화는 국가의 CBDC와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적으로 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시작된다.
이들의 등장이 무서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수수료가 제로에 가까운, 파괴적인 비용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카드를 긁을 때마다 가게 주인은 약 1~2%의 수수료를 카드사, PG사, VAN사 등 수많은 중개기관에 지불해 왔다.
이것이 수십 년간 올드 머니들이 쌓아온 핵심 수익모델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는 전통적인 중개 구조 자체를 무너뜨린다.
블록체인 기반의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이므로 복잡한 중간 단계를 생략해 거래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수수료가 붙을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마치 과거 유선전화 시대에 국제전화를 걸 때마다 수십만 원씩 요금을 내던 풍경이 카카오톡의 무료 보이스톡으로 붕괴되었던 순간과 같다.
디지털 화폐는 결제 시장의 카카오톡이 될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여기에 나온 내용 중 크게 세 가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소규모 공동체의 결속력 강화이다.
과거에는 가족적인 공동체가 주는 관계가 매우 중요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족적인 공동체보다는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서 발생되는 소규모 공동체가 더욱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사유는 스마트폰의 발생이라고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동안 해외 그 누구라도 연계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다양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혹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주는 만족감이 결속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아직도 이 현상이 충분히 보급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연스럽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분명 점점 더 많은 소규모의 공동체가 발생되고 결속력이 강화되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24시간 전 세계와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디지털 화폐는 전통적인 중개 구조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현금을 찾을 때는 수수료가 발생된다.
카드로 결제를 할 때에도 소비자는 내지 않지만 생산자 혹은 판매자는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멀리 해외에 사는 누군가에게 돈을 송금하기 위해서 은행을 사용해도 수수료가 발생된다.
거의 모든 경제 행위에서는 비용이 발생된다고 보이는데 그 비용은 중재재가 가지고 가는 비용이다.
이런 비용에 대한 불합리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가진 무엇인가를 지속해서 만들어내고 있고 보급되고 있다.
이 또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됨으로 인해서 더 많은 사용성을 기반으로 더 강한 경제적인 효과를 창출해 내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중개 구조가 무너지게 되면 사회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인다.
새로운 기회가 발생될 것이고 더 많은 이익이 더 많은 다수에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이익을 생각하고 움직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이 가지고 올 무한한 변화이다.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상상만 했던 것들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모든 상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한 것들이 점점 더 쉬운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이미지 생성, 가상현실 생성, 새로운 정보에 대한 검색, 건강에 대한 문의, 어떤 현상에 대한 궁금증, 내일에 대한 전망 모든 것들을 매우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백과사전이 권력이 되던 시대가 있었다.
비싸게 팔렸고 백과사전을 가진 사람이 드문 시대였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별적으로 발생되었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훨씬 더 공평하게 모두가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 도서 : 부의 이동 트렌드 2026 ( 손희애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