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밀도와 황 함유량에 따라 크게 경질유와 중질유로 나뉜다.
이 차이는 경제성과 정제 과정, 그리고 생산국가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1. 경질유 vs. 중질유 : 주요 차이점
두 유종을 구분하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API 비중 (미국 석유 협회 제정 온도별 밀도 규격, American Petroleum Institute gravity)이다.
경질유는 API 비중이 33도 이상으로 가볍고 유동성이 좋으며 중질유는 20도 이하이며 무겁고 끈적거린다.
정제 효율에서 경질유는 가솔린, 나프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데 유리하고, 중질유는 아스팔트, 잔사유 비중이 높아 고도화 설비가 필요하다.
황 함유량은 경질유는 대체로 낮고, 중질유는 대체로 높다.
가격은 경질유가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중질유는 상대적으로 저가이다.
요약해 보면 경질유는 정제 과정이 단순하고 환경오염 물질이 적어 시장에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중질유는 점도가 높아 파이프라인 수송이 어렵고 황 성분을 제거하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해 정제 비용이 많이 든다.
2. 주요 생산 국가 및 유종
전 세계 주요 유전의 특성에 따라 생산국이 나뉜다.
경질유 주요 생산국은 미국과 북해 나이지리아와 사우디이다.
미국 :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의 경질유 생산국이 되었다. 석유 텍사스탄 원유가 대표적이다.
북해 : 영국과 노르웨이 사이 북해에서 생산되며, 유럽과 아프리카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저유황 경질유 생산국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 아라비안 라이트라는 유종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전 세계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한다.
중질유 주요 생산국은 베니수엘라, 캐나다, 멕시코와 이란 & 이라크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대부분이 초중질유 형태라 정제가 까다롭다.
캐나다는 오일샌드 형태로 존재하며 비튜멘이라는 매우 끈적한 중질유를 생산한다.
멕시코는 대표적인 중질유인 마야유를 생산하며, 미국 정유 시설의 주요 원료가 된다.
이란 & 이라크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황 함량이 높은 중질유 비중이 높은 편이다.
3. 최근의 트렌드 : 셰일 오일의 영향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 오일은 대부분 초경질유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질유 공급은 늘어난 반면, 아스팔트나 디젤 생산에 필요한 중질유 공급은 상대적으로 타이트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국가의 정유사들은 기술력이 좋아 값이 싼 중질유를 사다가 고도화 설비를 통해 고품질의 가솔린과 디젤로 탈바꿈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캐나다나 멕시코 등에서 중질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경제적 기술적 배경 때문이다.
첫 번째는 정유 시설의 설계 구조이다.
미국의 주요 정유 공장들, 특히 멕시코만 연안의 대형 정유소들은 수십 년 전에 지어졌다.
당시 미국은 국내 원유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전 세계적으로 흔하고 가격이 저렴한 중질유와 고유황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복잡한 고도화 설비를 구축했다.
이 설비들은 끈적하고 불순물이 많은 중질유를 가열하고 쪼개서 가솔린과 디젤로 만드는 데 최적화되어있다.
반대로 최근 생산이 급증한 미국산 셰일 오일만 넣으면 설비 효율이 떨어지거나 아예 가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긴다.
이미 구축된 거대한 설비를 경질유 전용으로 바꾸는 데서 다시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기존 설비에 맞는 중질유를 계속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두 번째는 제품 생산의 균형이다.
원유의 종류에 따라 뽑아낼 수 있는 석유 제품의 비율이 다르다.
셰일 오일 (경질유) : 가솔린과 나프타 생산에는 유리하지만, 항공유나 디젤, 그리고 도로포장에 쓰이는 아스팔트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중질유 : 무거운 성분이 많아 디젤, 항공유, 윤활유, 아스팔트 등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원유를 제공한다.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가벼운 셰일 오일과 무거운 중질유를 적절히 블렌딩 해서 사용해야 한다.
세 번째는 경제적 이익이다.
미국은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돈을 번다.
저가 매수, 고가 매도 -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산 중질유를 사 와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 설비로 정제한다.
여기서 나온 고품질의 가솔린과 디젤을 다시 해외로 비싸게 수출한다.
수출입 병행 : 미국은 자신이 생산하는 남아도는 경질유는 유럽과 아시아로 수출하고, 부족한 중질유는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전체적인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미국은 기름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 공장에 맞는 원료가 필요해서 그리고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중질유를 수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