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일본의 반도체 협력은 단순히 기업 간의 제휴를 넘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 아래 제조 강자(대만)와 소재·장비 강자(일본)가 결합한 강력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1. TSMC의 일본 진출 : 협력의 상징 (JASM)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한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팹이다.
제1공장 (2024년 가동) : 12/16/22/28nm 공정을 통해 차량용 및 이미지 센서 반도체를 생산한다.
소니(Sony)와 덴소(Denso)가 지분 투자를 하며 협력 중에 있다.
제2공장 (2027년 가동 목표) : 6/7nm급 첨단 공정 도입이 확정되었다. 이는 일본 내에서 생산되는 역대 가장 미세한 공정이다.
일본 정부의 전폭 지원 : 일본 정부는 제1공장에만 약 4,760억 엔(약 4조 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반도체 부활의 승부수를 던졌다.
2. 제조와 소재·장비의 상호보완적 결합
대만과 일본은 서로가 가진 급소(Choke Point)를 보완해 주는 관계이다.
대만의 강점(제조) : TSMC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양산 능력과 생태계
일본의 강점(소부장) : 도쿄일렉트론(TEL), JSR, 신에쓰화학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와 화학 소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너지 : TSMC는 일본 현지에 공장을 둠으로써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일본 기업들은 TSMC라는 거대 고객사를 옆에 두고 차세대 공정 기술을 함께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3. 차세대 기술 협력 (후공정 및 2nm)
양국의 협력은 단순히 기존 공장에 그치지 않고 미래 기술로 향하고 있다.
TSMC 3 DiC 연구센터 (이바라키현) : TSMC는 일본에 후공정(패키징) 연구소를 세워 일본의 정밀 소재 기업들과 차세대 3D 패키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패키징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라피더스(Rapidus)와의 관계 : 일본의 2nm 국산화 프로젝트인 라피더스는 미국의 IBM과 협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만의 설계 자산(IP) 및 제조 생태계와의 간접적인 협력도 필연적이다.
4. 지정학적 안보 동맹 (China Risk 대응)
리스크 분산 : 대만은 중국의 침공 위협(지정학적 리스크)으로부터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야 한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하며, 반도체 인프라가 잘 갖춰진 최적의 대안이다.
미국의 칩 4(Chip 4) 동맹 :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을 묶어 중국 배제한 공급망을 만들고자 한다.
대만과 일본의 밀착은 이 반중 연합체 내에서 가장 견고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요약해 보면 대만의 이점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을 실시간으로 수급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일본의 이득은 첨단 반도체의 안정적 자국 내 확보이다.
대만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었고 일본은 미국의 안보 파트너로서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대만과 일본은 패키징 등 차세대 기술 협업을 가속할 수 있었고 침체되었던 일본 반도체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대표하고 있는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소부장 기업인 도쿄 일렉트론에 대해서 알아보자.
도쿄일렉트론(TEL)과 TSMC의 관계는 단순히 장비 공급사와 고객사를 넘어, 차세대 반도체 공정(2nm 이하)의 성패를 가르는 전략적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두 회사의 현재 협업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차세대 공정(2nm~1nm) 공동 개발
TSMC가 나노 단위를 넘어 옹스트롬(A)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도쿄일렉트론의 독보적인 장비 기술이 필수가 되었다.
EUV 코터/현상기(Coater/Developer) 독점 : 도쿄일렉트론은 ASML의 EUV 노광 장비와 연동되는 코터/현상기 시장에서 점유율 100%를 차지하고 있다.
TSMC의 2nm 및 1.4nm 공정 구현을 위해 양사는 수년 전부터 R&D 단계에서 기술을 최적화해 왔다.
에칭(Etching) 기술 협력 : 2nm 공정에 도입되는 GAA(Gate-All-Around)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고정밀 에칭 장비가 대량으로 투입되고 있으며, 도쿄일렉트론은 이 분야에서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와 경쟁하며 TSMC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2. 일본 현지 제조 및 R&D 거점 협력 (JASM)
일본 구마모토에 세워진 TSMC의 자회사 JASM은 양국 협력의 결정체이다.
근거리 밀착 지원 : 도쿄일렉트론은 구마모토에 대규모 R&D 센터를 운영 중이며, 최근 2026년 봄 가동을 목표로 개발 역량을 4배 강화한 대규모 연구소를 추가로 열었다.
TSMC 공장 바로 옆에서 장비 문제를 즉각 해결하고 공정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3D 패키징 협력 : 반도체를 쌓는 3D IC 및 어드밴스드 패키징기술에서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이 핵심이다.
TSMC는 일본 이바라키현에 3 DiC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도쿄일렉트론의 웨이퍼 본딩(Bonding) 및 세정 기술을 적극 채택하고 있다.
3. 최근의 이슈: 기술 유출 사건과 보안 강화
양사의 긴밀한 협력 과정에서 최근 뼈아픈 보안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술 유출 및 기소 :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초까지, 도쿄일렉트론 대만 법인(TEL Taiwan)의 직원이 TSMC의 2nm 및 14nm 공정 기술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대만 검찰에 기소되었다.
이 사건 이후 양사는 장비 설치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의 데이터 접근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등 보안 체계를 국가 안보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두 회사의 협력은 대만과 일본이 반도체를 국가 핵심 기술로 관리하는 배경과 맞물려 있습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은 EUV 전용 코터, 고정밀 에칭, 본딩 장비를 공급함으로써 TSMC의 최첨단 공정 로드맵의 주요 파트너이다.
TSMC는 일본 내 반도체 생태계 재건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보조금과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도 가능하고 일본의 입장에서도 자국 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 생겨 국가 경제 기반에 이바지하게 된다.
도쿄일렉트론은 TSMC가 없으면 매출의 큰 축이 흔들리고, TSMC는 도쿄일렉트론의 장비 없이는 옹스트롬 공정 구현이 불가능한 혈맹관계다.
결론적으로 일본과 대만의 주요 기술력과 니즈가 맞물려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국면이 탄생되고 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