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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Jun 16. 2024

인연

Self-Portrait. 2024년 6월 16일 일요일, 맑음.

인연을 생각한다.     


나 또한 지금껏 살아오며 수많은 인연을 만났다. 그 인연이 버거워 혼자였던 적도 많았는데 최근에 다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진다.      


어제 충주에 내려가 4년 전 우리 곁은 떠난 대학 후배 대열이를 만나고 왔다. 

후배 동현이와 길수와 함께 셋이.


올해로 대열이와 인연을 맺은 지 20년. 그리고 대열이가 떠난 지 4년.     


스물넷, 스물하나, 스무 살에 처음 대열이와 만났던 우리는 이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

기념으로 셋이 대열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 있었다.     


그래도 대열이 덕분에 이렇게 가끔이라도 만나 서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대학 시절을 그리워하며 환하게 웃는다.

그래서 대열이가 더욱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살아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잘해 줄 걸. 

그건 대열이의 부인인 지은이에게도 같은 마음이다. 

뭐, 앞으로 더 자주 보면 되니까 후배들을 더 잘 챙겨야겠다.

내가 잘돼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인연을 생각한다고 했는데, 정말 어제는 ‘내가 소중한 인연을 많이 놓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반성을 많이 했다.     


당장 이십 대 시절의 한 부분을 함께 했던 대학 후배들과 거의 인연의 담을 쌓고 살지 않았는가. 미안한 마음에 충주에서 유명하다는 평양냉면집에 가서 냉면과 수육을 사줬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대열이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한 카페에 들러 2시간이 넘게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재밌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미안했다. 그래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다음 달에는 꼭 대전에 내려가 다시 저녁이라도 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목요일 업무를 마치고 대전에 내려갔다가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가면 될 것 같다.      


어제 후배들과 헤어지고, 정말 오랜만에 보경이 누나에게도 연락했다. 다행히 누나도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누나와도 다음 달에 한 번 만나기로 했다.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는 내 인생에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한 부분이다.     

웃고, 분노하고, 싸우고, 서운해하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아직 서툴렀던 이십 대의 그 시절을 이토록 치열하게 함께했던 몇 안 되는 인연들.


이제는 오해와 미움, 서운함은 모두 사르르 녹고 그 시절을 함께했다는 끈끈한 유대감만이 남은 사람들.


그들과의 인연을 다시 올해부터 제대로 이어가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또 내가 애써 외면했던 인연들이 더 있다. 이젠 그 인연도 다시 이을 시기가 온 것 같다.      


올해는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잊고 있던 인연을 다시 만나는 정말 소중한 한 해구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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