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이란희 감독

by 고귀한 먼지
지켜보는 내 행위가 다만 조금이나마 응원이 될 수 있기를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이 같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흔해빠진 말이지만 '진정성'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

누군가는 되게 지루하게 볼 수도 있지만,

나는 한 시간 반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렇게 집중해보기도 오랜만이었다.


영화는 결국 누군가를 지켜보는 행위인데,

때론 지켜보는 그 행위 자체로 ‘연대’의 느낌을 받는 영화가 있다.

영화 ‘휴가’가 그런 영화였다.


5년 넘게 천막농성을 하는 장기투쟁 노동자의 소소한 일상을 썰렁한 관객석에 앉아 집중한 채 응시하는 행위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조용히 곁에 다가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

신이 많지 않더라도 지루하다는 느낌보다 신이 길어질수록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

그러나 결국엔 막으로 구분되기에 영화 속 인물의 삶엔 닿을 수 없는 그 안타까움이 긴 여운으로 남는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어쩌면 지금까지 그냥 스쳐 지났을 이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결코 특별하거나 반항적인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음에 거리에 나와 천막을 치고 사람들의 무관심을 묵묵히 견뎌야 했었다는 것을,

무너지지 않는 현실의 벽을 바라만 보지 않고 두드려보기라도 해야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가족이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가족이기에 함께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는 잔인한 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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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선택을 했든 나는 그 선택을 감히 판단할 수 없다는 거였다.

지켜보는 내 행위가 다만 조금이나마 응원이 될 수 있기를,

그 응원으로 잠시나마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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