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방

PORTRAIT. 2022년 2월 19일 토요일, 잠시 눈.

by 고귀한 먼지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영원이 된다.


설명.jpg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전시관 앞에 써진 글.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얼마 전부터 꼭 봐야겠다는 ‘사유의 방’ 전시관을 보고 왔다.

6세기 백제 시대 추정 반가사유상(국보 78호)과 7세기 신라 시대 추정 반가사유상(국보 83호)을 전시한 곳이다. 유리장 없이 반가사유상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고 연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조용히 반가사유상을 보며 사유에 빠지긴 힘든 조건이었지만 압도적인 ‘아우라’만은 감탄스러웠다. 어두운 배경에 반가사유상 2점만 놓인 전시관, 위에는 별을 형상화한 듯한 조형물들이 빼곡하게 붙어있고, 바닥도 약간 기울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찾아보니 이게 우주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던데 멀리서 보면 밝게 빛나는 두 반가사유상이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별)과도 같다는 생각도 든다.


꽤 북적거렸지만 그래도 나는 집중해서 반가사유상을 천천히 둘러봤다. 천천히 360도를 돌며 보기도 하고, 거리를 조정해 가까이서, 또 중간에서, 또 멀리서 보기도 했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혼자 보면서 결론을 내렸다.

반가사유상을 보고 전율을 느꼈던 순간은 바로 어두운 복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선 순간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빛을 내는 반가사유상의 작은 모습을 처음 마주친 순간이라는 걸. 아무리 가까이서 보고 오래 지켜봐도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감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영원이 된다.


세로.jpg


오랜만에 박물관에 온 김에 1층을 모두 둘러보고 돌아갔다. 구석기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유물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일이 꽤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쉬면서 눈발이 날리는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일도 꽤 운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한제국까지 볼 수 있고, 그 이후 현대사는 광화문 근처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가야 만나볼 수 있다. 다음에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가서 놀다 와야겠다.




이번 주 토요일 오후는 박물관 견학을 다녀오면서 의미 있게 보냈다. 오전에도 꽤 나쁘지 않게 보냈다. 글을 쓰고, 잠깐이지만 영어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늘 계획했던 주말 일과를 겨우 오늘에서야 실천한 거다. 그래도 오늘부터라도 실천한 게 어디냐. 오늘을 시작으로 내일도 계획한 대로 열심히 살자. 그렇게 하루씩 쌓아가면서 성장하는 거다.


큰 고민 끝에 올해 초 내게 주어졌던 선택의 갈림길 중 나는 이 길을 선택했다. 작년과 같은, 재작년과 같은 삶을 1년 더 살기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다를 게 없을 거다. 그러나 겉보기에 같은 하루라도 어떤 밀도로 보내느냐에 따라 내 미래는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이 길을 1년 더 지내기로 한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1년간 쌓을 수 있는 내공과 실력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작년보다 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목표로 한 성과를 꼭 이뤄낼 것이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조금 더 큰 세상으로 나가자.


이 같은 결심에 이르기까지 선택에 영향을 미쳤던 가장 큰 기준은 ‘얼마나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가’였다. 아무리 화려하고 부유한 길이더라도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종속된다면 그건 내가 갈 길이 아니다.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떳떳한 나만의 길.

조금은 외롭더라도 고독을 즐길 자신이 있기에 나는 이 길을 갈 거다.

후회는 없다. 걸어갈 일만 남았다.

세상으로.


고맙습니다.


ps: ‘사유의 방’ 영향인지 뭔가 오늘은 내 생각이 꽤 마음에 드는군.


메인.jpg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관 '사유의 방'. 6세기 백제 시대 추정 반가사유상(국보 78호)과 7세기 신라 시대 추정 반가사유상(국보 83호)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