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 걷고 또 걷자.

PORTRAIT. 2022년 1월 31일 일요일, 맑음.

by 고귀한 먼지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가는 모든 날이 그들에게 다가가는 용기와 헌신이 될 수 있길.

향.jpg 충주 향교.


고향에 내려오면 늘 그렇듯, 이곳저곳을 걷는다.

오늘도 그랬다. 집을 나와 원도심이라 할 수 있는 곳을 거닐며 한적한 고향의 풍경을 관찰했다. 특별히 오늘은 고향에서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나만의 소소한 여행을 즐겼다.

교현초등학교 주변에 충주 향교와 성공회 교회가 있는데 그곳에 들러 사진도 찍고, 정적 속에 머물며 파란 하늘도 바라봤다.

시간이 멈춘 듯 향교와 교회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주변 건물은 천천히 변해가며 지금의 모습으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건물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전통시장을 들렀는데, 다행히 전통시장은 설날을 하루 앞두고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활기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좋아 보였다.


교회.jpg


토요일 점심쯤 고향에 내려와 벌써 사흘의 시간이 흘렀다. 특별히 한 일은 없다. 부모님과 함께 아침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방 청소를 도와드리고, 미뤄뒀던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사흘을 보냈다.

내일은 오전에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면 오전이 지나겠지. 떡국으로 아침을 먹으며 차례 지낸 술도 한 잔 곁들이면 십중팔구 낮잠을 자겠지. 그렇게 임인년 새해도 무탈하게 지나겠구나.


별일 없이 무탈하게 가족과 떡국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일 걸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파트가 무너지고, 채석장이 무너져 매몰된 노동자들.

그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노동자들의 가족들.

내 가족처럼 그들의 가족 또한 평범한 가족인데,

누군가에게는 허락되고 누군가에겐 허락되지 않은 평범한 새해 아침.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도록 여전히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가는 모든 날이 그들에게 다가가는 용기와 헌신이 될 수 있길.

도전의 과정이 힘들고 의심스러울 때마다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길.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내가 가고자 했던 그 길을 걷고 또 걷는 1년이 되길.


이제 곧 내릴 눈을 기다리며,

조용히 다짐한다.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고맙습니다.


운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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