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영하 2°/영하 7°, 하바롭스크 영하 8°/최저 영하13°, 이르쿠츠크 영하 6°/영하 21°.
블라디보스토크는 낮 온도가 영하 2°이라지만 그 체감온도는 영하 20°이라는데…. 그럼 이르쿠츠크는 체감온도가 영하 40°는 된다는 걸까.
부쩍 시베리아의 기온을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낮엔 반소매 운동복을 입어도 되었을 만큼 포근했던 늦가을의 날씨가 낙엽 떨어지듯 갑자기 뚝하고 소슬해진 탓이다.
시베리아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다. 대륙성 기후는 여름엔 매우 덥고 겨울에는 지독하게 춥다고 고교 시절 세계 지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난다. 중간이 없다. 이건 내가 갖추지 못한 덕목인데…. 그래서일까.
아직 11월 중순일 뿐인데 체감온도 영하 40도….
겨울의 꼭짓점에 올라섰을1월 중순이면 얼마나 춥다는 걸까. 시베리아 사람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정말 영하 60°가 되는 걸까. 엔진이 얼어 자동차를 시동조차 못 걸던데….
나는 왜 시베리아에 들어가 보고 싶은 걸까? 그것도 하필 1월에. 나는 왜 시베리아의 눈보라가 보고 싶은 걸까? 누구는 진짜 고생을 해보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던데…. 이 무모한 생각은 ‘중간이 없어’라며 젊은 시절 내 영혼의 등짝을 시퍼렇게 매질하던 말이 얼토당토않은 말은 아님을 다시 증명하는 증거가 될 터다. 그나저나 나는 인간의 냄새를 다 덮어버릴 눈보라가 휘감을 시베리아 내부 깊숙이 뛰어들 수 있을까. 지구가 내게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어린 왕자의 멘트 같은 동기는 그렇다 치고, 체감온도 영하 40도가 넘을 시베리아 벌판이 내게 들려주게 될 그 야수처럼 혹독할 대륙성 소리마저도 나는 꼭 듣고 싶은 건가. 들어야 하는 건가.
이 겨울이 가고 또 한 번 겨울이 오면 나는 떠날 참이다. 사나운 눈보라로 나를 할퀼 야수 같은 대륙의 소리를 들으려 갈 것이다. 바위 뒤에 숨어 숨 죽여 사냥감을 기다리는 포수처럼, 여기저기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시베리아 호랑이를 기다리는 다큐멘터리 촬영자들처럼, 나는 지금 내년 겨울을 노려보고 있다. 사냥꾼은 세살문을 열고 집에 돌아와야 한다. 사냥꾼의 눈앞에는 지금 눈 덮인 시베리아가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