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미니 카니스

#058. 어린 왕자

by 조이진

어린 왕자

아라곤Aragon은 이베리아의 북동쪽 바스크 지역의 작은 왕국이었다. 바스크식 이름은 아라요이코아 이러서마Aragoiko Erresuma. 아라요이코아 코로아Aragoiko Koroa라고도 쓴다. 나바라 왕국의 바스크식 표기도 나바로아코아 이러스마 Navarroako Erresuma다. 바스크 사람들은 왕국 이름의 끝을 ‘코-ko’로 끝내는 습관이 있다. 아라곤 사람들은 자신들을 ‘아라요Aragó’라고 발음한다. ‘아라곤’은 영어식으로 읽은 결과다. 이들도 바스크 즉 밝족의 후손들이다. 이들이 스스로 ‘코로아Koroa’라고 쓴 이유다. 코로아는 아라요 연방에 속한 고을이라는 뜻이다. 바스크 지역 피레네와 옥시타니아에는 ‘-고리-cori’로 끝나는 마을 이름을 한 지명이 여럿이다. 아라곤도 나바라 왕국으로부터 1162년에 분가한 여러 바스크 고을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에 고인돌이 많다. 바르셀로나가 있는 아라곤 지역이 오늘날에는 카탈루냐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움직임에 매우 적극적이다. 2017년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지역민 투표에서 92%가 찬성했고, 그해 카탈루냐는 독립선언 및 공화국을 이미 선포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스페인 경제는 이베리아 북부의 바스크 지역이 끌어가고 있다. 아라곤이 전성기였을 때 이탈리아반도 일부를 지배했다. 시칠리아, 몰타는 물론이고 그리스 동부지역까지 지배하면서 지중해와 에게해를 장악했었다. 심지어 아라곤 왕국의 수도를 나폴리로 옮기기도 했었다. 아라곤이 18세기 초까지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주인이었다.

아라곤에 속한 피레네 산맥.

이상한 재판이었다. 떠들썩하게 흥분한 사람들과 도사리는 적대감. 아라곤 왕국에서 벌어지는 이 잔인한 재판을 눈여겨본 어린 왕자가 있었다. 페르디난드다. 아라곤의 왕자 페르디난드가 유럽 최고의 복권에 당첨되었다. 이사벨라는 아라곤과 시칠리아 상속권자인 페르디난드를 남편감으로 선택했다. 그때 아라곤은 이베리아 안에서는 카스티야에 감히 상대가 못 되는 작은 왕국이었다. 또 법적으로는 총각이었어도 실상은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였다. 이사벨라는 그런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녀는 야심가였다. 둘은 혼인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략결혼이었으므로 헤어질 때를 염두에 두어 영토 문제와 왕위 상속권 같은 것을 미리 정했다. 이 계약서에는 신랑은 각자의 영토를 준수해야 하고, 아라곤을 다스림에 있어 이사벨라의 뜻에 따라야 하고, 현왕인 카스티야의 엔리케 4세에게 신하로서 복종해야 하고, 카스티야의 법률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그는 반드시 카스티야에 거주해야만 하고, 그의 아라곤을 통치할 신하들은 반드시 카스티야 사람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리고 카스티야 왕의 명령에 따라서 알안달루스에서 무어인과 벌이는 전투에서 싸우는 의무를 성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 계약에 따라 훗날 이사벨라가 죽었을 때도 카스티야의 왕위는 페르디난드에게 상속되지 못했고, 그들의 딸에게 후계 되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그의 고향 아라곤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그는 고향으로 되돌아간 지 10년 만에 카스티야의 궁정에 복귀하여 왕권을 장악했다. 카스티야 왕위를 계승한 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부담되는 조항이 또 있었다. 그 계약에 서명하는 대가로 신랑은 신부에게 순금 140kg을 지참금으로 보내야 한다고도 명시되어 있었다. 당시 사회의 관행과는 매우 다른 계약서였다.


페르디난드는 엄청난 양의 순금을 지참금으로 마련해야 했다. 그에게는 사업 자본금이거나 정치 자금 같은 것이었다. 아들이 지참금을 모을 때 아버지 아라곤 왕은 프랑스와 전쟁에 져서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를 잃은 상황이었다. 페르디난드는 발렌시아로 갔다. 발렌시아의 상인들에게서 지참금으로 쓸 금을 대출받았다. 훗날 그는 스페인 전역에서 종교재판을 널리 시행했다. 재판은 결과가 대개 정해져 있었다. 유대인들을 죽이거나 빈손으로 추방했다. 페르디난드는 재판이 끝나면 유대인의 재산을 자신의 몫으로 몰수했다. 그 돈으로 발렌시아에서 빌린 지참금 빚을 갚을 수 있었다. 많이 죽여야만 빚을 줄일 수 있었다. 그가 계약한 순금을 이사벨라에게 보냈다. 그러자 이사벨라가 그를 카스티야로 데려왔다. 국왕 부부가 톨레도의 산마르틴 다리를 건널 때 긴 쇠 나팔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북 두드리는 소리가 타호강을 메웠다. 민스트럴이 노래하고 광대들은 익살을 부렸다. 톨레도는 유대인이 건설한 도시다. 그런 만큼 유대인들이 이베리아에서 가장 많이 살았다. 그런 톨레도에 유대인 학살의 지휘자가 다리를 건넜다.

toledo3.jpg 톨레도로 들어가는 다리.



+ 아라곤은 히스토릭 네셔널리티Historic Nationality로 지정되어 있다. 스페인은 서로 다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전통을 결합한 국가로서 독립, 분할하지 않기 위해 역사적으로 강한 정체성을 지닌 공동체에 특성을 인정하는 자치 공동체 지위를 부여한다. '역사적 국가'라는 의미는 여러 특정한 공동체 형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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