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안 괜찮아도 괜찮아
바다에서 여러 감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라고스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지만 그래도 옷을 여밀 정도의 기온에 바다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 손잡고 걸어 다니는 한두 커플 정도가 다입니다. 나는 조용한 모래사장에 풀썩 주저앉아서 파도가 오고 가는 것과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은 옛날의 감정들이 훅 하고 밀려오고 그 감정들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립니다. 우둔했었던 나날들. 그 모습 또한 나였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눈물 한 방울 흘려보내면 금세 감정들이 밀려 나갑니다. 감정의 오고 감이 몇 번이고 반복됩니다. 어쩌면 저 파도처럼 끝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조각난 유리파편이 파도에 휩쓸리기를 반복해 모난 면이 둥그렇게 깎이는 것처럼 꺾어져 떠내려온 나뭇가지가 파도에 휩쓸리고 햇빛에 마르고를 반복해 더 단단하고 매끄러워지는 것처럼, 나도 이 감정들에 휩쓸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더 이상 눈물을 흘려보내지 않아도 마음이 울렁거리지 않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상처 받아 모난 마음이 다시 둥글어지고 좀 더 단단해질 수 있겠지요.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다 일어서서 옷에 붙은 모래를 털어냅니다. 툭툭 모래 털어내 듯 밀려왔던 감정을 털어내고 추스릅니다. 좋은 날로 가고 있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결국에는 좋은 날로 가고 있다는 그 믿음을 잃지 않기로 합니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는 또 바다를 찾겠지만 또 마음이 울렁거리겠지만 언젠가는 이 마음이 무뎌질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언젠가는 무뎌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