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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May 25. 2024

주말은 나가 놀아야 합니다

5월의 마지막 주말은 더더욱

주말 오후 어째 남편과 아들이 둘 다 누워서 뒹굴고 있다.

"아들아, 나가자."

"자기야, 일어나 봐 봐. 나가자."

그래도 우리 집 남성팀은 아직 말(명령인가)을 들어준다. 주섬주섬 나설 준비를 한다. 남편에게 내비 주소를 카톡으로 보냈다. 이렇게까지 일명 '묻지 마 나들이'를 나가는 것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말이 많아지고 꼼지락 거리다 보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비교적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나무 공방 카페인데 잔디밭에서 놀이 행사가 있다고 한다. 비눗방울쇼, 댄스 발표, 게임, 경품등이 있고 접수하면 음료하고 간단한 분식을 먹을 수 있는 교환권이 있다. 조금 늦게 도착을 했지만 앉을 캠핑 매트와 테이블을 내 오셨다. 청포도에이드와 밀크티를 주문하면서 손목에 번호가 적힌 띠와 교환권을 받았다. 잔디밭에는 한참 비눗방울쇼가 진행 중이었다. 진행하시는 분도 호응하는 아이들도 재미있어 보이는데 끌려 나온 우리 남성팀은 잔디밭 저 끝에서 먹으면서 적응을 한다. '엄마는 왜 여길 데리고 왔을까', '난 누구, 여긴 어디인가' 말은 안 해도 그런 표정인 거 같았다.



"조금 지나시면 재미있어질 거예요. 드시면서 몸 풀고 계세요. 함께 놀아야죠." 아무래도 이 행사를 기획하신 분 같다.  비눗방울 쇼가 끝나고 어린 학생들이 옷을 갈아입더니 방송 댄스 공연을 시작한다. 여자 아이들이 춤추는 것을 보면 딸이 생각난다. 어떻게 모든 아이돌 곡을 틀자마자 저렇게 춤출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인데 딱 그렇게 춤을 즐기고 좋아하는 애들을 보니 미소가 나온다. '이때 많이 춤춰야지.' 중학교 가니 춤출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쉽다. 관심사가 바뀌는 건가. 아무튼.



곧 게임이 시작되었다. 아까 그 대표님 진행으로 잔디밭에 어른, 아이들 모두 모여서 4팀을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 만들면 어색한데... 다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게임을 한다는 거지.' 안 한다는 아들과 나가면서 남편도 불러냈다. 남편은 외향형 인간이라 뺄 사람은 절대 아니다. 어른, 아이들 골고루 섞여서 15명 정도가 한 팀씩이 되었다. 준비해 주신 색깔 스티커를 배에 딱 붙였다. 우리 가족은 블랙팀.


<좌> 이겨보겠다고 (풍선)꼭 안고 뛴다. (못 살어.) <우> 아이들의 신발 멀리 던지기


인사할 겨를 없이 첫 게임 시작했다. '5명 신문지 위에 올라서기' 우리가 아는 그 게임 맞다. 점 점 신문지 크기가 작아지는... 처음이니깐 쭈뼛거리며 시작한다. 그리고 2명이서 가슴에 풍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달리는 게임, 발끝을 이어 가장 긴 줄을 만들기, 색깔 판 뒤집기, 신발 멀리 던지기, 2인 3각 달리기, 탁구공 튀기기 등등 게임을 하고 또 하고... 그런데 다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데, 왜 이기려 하는 건데, 왜 이기면 좋은 건데, 아들의 얼굴을 뻘겋게 오르면서 게임을 하고 남편은 다른 아빠들과 작전을 세운다. (둘러보니 우리 애 아빠만 이러는 게 아니라 안심이다.) 매 게임마다 정성스레 준비한 상품도 있었다. 이렇게 많이 주셔도 되나 싶었지만 받으니 또 기분이 좋았다.



오늘 처음 만난 팀원들과 친해지는 이 기분. 뛰기도 하고 여유도 부리기도 하면서 게임하는 동안 즐거움이 차올라왔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 운동회도 떠오르고 마음이 시원해지고 심플해졌다. 그저 웃을 수 있었다. '뛰어다니느라 힘든데 재밌네.' 문득 대표님은 이런 걸 왜 하나 싶었다. '슬초 2기'에서 만난 작가님의 소개로 시간과 여건이 돼서 오긴 왔지만... 그래서 찾아보니 오늘 나와 우리 가족이 참여한 행사는 나무와 나무 공방 카페에서 주관하는 "발견 프로젝트"였다.


다양한 발견을 모티브로 재미와 즐거움 교육과 창의성을 부여하고 원활한 사회성을 기르고 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발견 프로그램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꿈을 가꾸고 가족들과 따뜻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성장 프로젝트를 꿈꿉니다.  

-나무와 나무 발견 프로젝트-



그렇구나. 발견이라... 삶에서 지나가는 순간들이 많다. 모든 시간들이 다 의미는 아니다. 멈추고 살펴보면 매번 반복되는 것들, 곁에 있는 것들이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언제 이렇게 아이와 뛰었던가. 아들이 커가면서 나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사춘기를 탓하면서 애초에 함께 하자고 권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나도 거절당하면 아프긴 하니깐 말이다. 애들이 어릴 때는 애들 성화에 매번 주말 계획을 짜느라 바빴다. 함께 하는 시간이 희소해졌지만 없지는 않다. 그래서 그 시간이 소중해진다. 함께 하는 그 시간 더 사랑해야지. 더 즐거워해야지. 더 기록해야지. 5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 그렇게 사소하지만 감사한 발견과 함께 받은 상품 도마를 소중히 안고 집으로 향한다.  


대표님,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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