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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레이트 사람들 Jul 18. 2016

오버워치와 서든어택

스타트업과 투자유치

오버워치와 서든어택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수익 중심의 국내 제작사에 대한 분노가 컸던 탓인지, 300억 원이라는 자금을 사용하고도 우리는 왜 오버워치를 만들 수 없느냐는 자성의 분노 때문인지 개발자들은 개발자대로, 유저들은 유저들 나름의 분노를 가상공간 속에서 쉴 새 없이 내뿜는 형국이다. 나는 평소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지만 7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정용 게임기를 즐겨하기에 오버워치와 서든어택과 같은 PC 기반의 게임에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주변의 게임 전문가(?)들과 온라인 상에서의 정보공유를 통해 알게 된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문제점들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1. 게임 본연의 재미에 대한 철학이 없다. 게임 제작 단계부터 고객의 과금을 유도할 수 있는 점을 기준으로 게임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본연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부족하다. 


2.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오버워치를 제작한 블리자드의 경우 7년간 이미 수백억의 자금을 투자한 타이탄이라는 게임에 대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확신할 수 없어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접었다. 한국의 경우라면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이다. (이 부분은 나름 국내 제작사의 편을 들고 싶다. 블리자드는 게임업계의 거대기업이다. 그 정도 수준의 자금을 투입하고 프로젝트를 중단한다는 것은 나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조치이다. 물론 넥슨도 대기업이긴 하지만...) 다만, 한국의 경우 더욱 아쉬운 점은 인력정책에 있다. 블리자드의 경우 타이탄 개발인력의 대부분을 유지하며 그 노하우를 활용하여 오버워치를 탄생시켰으나 국내 제작사들의 경우 인력 대부분이 재편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 실험적 모험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게임의 흐름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한 게임사가 좋은 게임성을 가지고 한 장르의 게임 출시를 통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예를 들면 애x팡) 타 업체들도 비슷한 장르의 아류작을 발매하여 싫증이 난 소비자들은 그 장르를 외면하게 된다. 또 다른 장르로 모험을 하여 시장개척에 성공하는 제작사가 등장하나(예를 들면 드래곤x라이) 앞서 말한 과정이 반복된다. 물론 이 부분은 게임뿐만은 아닐 것이다. 치킨집, 커피전문점, 키즈카페 등등등...


서론이 매우 길었다. P2P금융사업을 하고 있는 내가 왜 게임 이야기에 열을 올렸던 것일까. 이번 오버워치 사태를 통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부분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앞서 말한 한국 게임산업의 3가지 문제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돈이다. 

게임 본연의 재미만을 추구하기에는 시장규모가 작은 국내에서는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또한 큰 투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의 경우 완성도가 높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할지라도 경영진은 원금 회수를 위해 프로젝트를 강행하여야 한다. 반드시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엔 모험적인 장르의 게임은 출시할 수 없게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이 되기 전까지 기업은 언제나 투자에 목말라한다. 일단 자금 자체가 없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며 자금이 있다 하더라도 공격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본인의 자본으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변의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일부 사람들의 경우 그래서인지 투자유치에 사활을 거는 케이스도 종종 보인다. 그중 일부는 본업보다도 투자유치에 더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본인의 영역에서 열심히 사업을 다져 나간다면 스스로 나서서 투자유치를 시도하지 않더라도 좋은 투자자는 제 발로 찾아온다 믿는다. 이건 나 자신이 자본시장에 있으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팩트이다. 이런 좋은 사업자와 좋은 투자자가 만나게 되면 사업자는 투자금을 통해 더욱더 사업에 매진하게 되고 투자자는 수익을 얻게 되는(배당일수도 있고 주가차익일 수도 있다)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게 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 무리한 투자를 유치하여 최악의 경우 회사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일부 회사의 경우 사회 불건전 세력과 결합한 투자업체의 투자를 받아 명동 사채업자에게 몇 년간 시달리다 대표이사가 회사를 포기한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며칠 전 국내 P2P 금융사 상위 5개 업체가 코넥스 상장을 추진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였다. 증권사에서 코넥스 상장 업무를 맡아오던 내가 시작한 P2P금융사업이 코넥스에 도전한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서 말한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거래소의 코넥스 상장 가이드라인에는 과거 일부 수익성 심사가 존재하였으나 현재는 초기 창업기업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수익성 항목이 제외되었다. P2P업체들이 현재 시장조성을 위해 이익을 포기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긍정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 투명성의 관점에서 아직 P2P 산업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 먼저, 국내 P2P업체 중 외부감사를 받고 있는 업체는 전무하다. 8퍼센트의 경우 외부감사를 곧 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지만 코넥스시장이라는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P2P 산업 전반적으로 외부감사를 받는 회사들의 등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 코넥스 상장을 홍보용의 도구로 사용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양날의 검이다. 코넥스 상장을 제도권 금융 편입이라는 홍보도구로 사용하여서는 오히려 소비자 신뢰와 금융당국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으며 코넥스 상장까지 한 업체가 자칫 실수를 하게 되면 P2P 산업이 도매급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 시장 신뢰와 외부감사를 통한 기업 신뢰도가 조성되고 나서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 생각한다. 


P2P 산업은 극초반의 Early Stage 산업이다. 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투자는 일정 부분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투자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선결과제는 P2P 산업의 투명성 확보이다. P2P업체들은 P2P금융협회를 설립하고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발생될 부분에 대해 서로 간에 적극적인 공유를 진행해 나가는 등 자발적인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P2P금융은 정말 어려움이 많다. 투자자금이 조금이라도 더 들어온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된다. 하지만 투자금에 집착하다 보면 투자자 눈치를 보게 되고 사업을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닌 회사의 이익창출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 두렵다. P2P 산업의 서든어택이 아닌 오버워치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는 나는 투자에 목마르지만 투자가 가장 두려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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