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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덕 Nov 24. 2021

가면을 벗다

득도 에세이

나는 고교시절부터 가면을 썼다. 영화  영웅이나 악당들이 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것은  감정을 숨기기 위한 페르소나였다. 일반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쓰고 교묘하게 속마음과 감정을 숨겼다. 너무도 오랫동안 연습했기에  치의 의심도 받지 않았다. 상대방의 말에 웃어 주면, 상대방은 정말 내가 즐거워하는 것처럼 느꼈다. 악한 마음을 품고 있더라도 전혀 눈치채질 못했다. 어떻게보면 다른 의미로서 인생을 영화처럼 살았다. 잠시 대본을 읽고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온종일 다른 삶을 연기하는 배우였다.


이런 삶을 시작하게   어릴  겪었던 아토피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부터 성장호르몬 때문인지 밖을 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아토피는 심해졌었다.  얼굴이 상처, 딱지,  투성이었고, 코끼리 피부처럼 갈라져 있었다. 얼굴은 항상 빨갛게 부어있었다. 정말 심할  눈꺼풀에 있는 딱지들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기도 했다.  얼굴을 하고 밖을 나다닐  마주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의 의미를   있었다.


사람들을 피하고자 이른 새벽에 등교를 했다. 그리고 늦은  학교에서 나가기 위해 일부러 작은 사고들을 쳤다. 머리를 기르고, 교복을 불량하게 입고 다녔다. 그러면 방과 후에 남아 청소 같은 봉사활동을   있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해가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둠이 내려오고 나서야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내리쬐는 가로등과 버스  불빛에 의해 온종일 사람들을 피할 수만은 없었다. 나를 동물 보듯이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들. 피하고 피해 다니다 도망칠 곳이 없을  쯔음엔 마음속 깊이 억눌러 있던 감정이 나오려 꿈틀댔다.


나에게 당시 남아있는 감정이란 분노뿐이었다.  속마음을 드러내면서 살았다면 나는 추잡한 얼굴을 가진 사이코패스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떻게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며   있겠는가. 어린 나이임에도 들끓는 속마음을 모두 드러내면서 살아남을  없다는 것쯤은 알았다. 나는 사회 속에서 잔류하기 위해  가면을 쓰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만 했다. 이런 얼굴을 하고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배제한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살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덧 아토피를 극복하게 되었을 ,  삶의 방식을 곧바로 벗어 던질  없었다. 평생 나를 향한 시선은 부정적이었기에, 어떤 표현이든 그렇게 느껴지기만 했다.  때문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없었다. 받은 사랑을 다시 주는  또한 힘들었다.  심각한  오랫동안 감정을 숨기며 살다 보니  자신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평생을 감정을 숨기며 살아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감정이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이든 일단 드러내지 않으려 했었다. 그래서 정말 내가 원하는  무엇인지  수가 없었다. 가면을 쓰면 쓸수록 자신을 잃게  것이다.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이런 가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감정을 드러내면서는 살아남을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오랜 경험 끝에야 이런 가면이 자신의 삶의  비중을 차지해서는  된다는  알았다.  다른  삶의 비중에 커질수록,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지 모르며 산다는 것은 결국 불행한 삶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한다.  삶의 주체는 ‘이지, 타인이 아니다. 나를 위해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된다.


지금은 가면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으려 한다. 어찌 됐듯 그게 정말 나다운 것이니까. 좋은 사람에겐 충분히 좋다는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싫은 일엔 싫은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다.  이로 인해 얻게 되는 따뜻함은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어느 순간 내가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해졌다. 한때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랑 속에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가면을 써야만 세상에서 살아남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사는 삶은 혼자만의 고독으로 가득  삶이었다. 용기  가면을 하나씩 벗으면서, 진정한 삶을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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