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라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흔히들 아픔을 통해 배우고 더 큰 그릇을 가지게 된다고 하지만 정작 그땐 내가 더 나아지고 있는지 아니면 진짜 힘든 시련인 건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그때 그랬었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더 나중엔 '알고 보니 그것도 아녔네' 하면서 잊어버리는 하나의 해프닝이 되기도 한다. 결국 무언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얻어지는 삶의 지혜는 날 이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나로 바꾸어 논다. 하나 분명한 건 여러 내 모습 중 그 어느 하나 진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예술을 전공하던 키트(브리 라슨)는 교수진들의 평가에서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아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과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줄곧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웃 '케빈'과 종종 비교되는 데에 지쳐 임시로 광고홍보회사에 들어가게 되고 그동안 좋아했던 그림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이름으로 온 편지들을 받게 된 키트는 '당신이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판다'고하는 가게로 가서 판매원(사무엘 L. 잭슨)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유니콘을 사기로 한다. 유니콘을 사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유니콘을 위한 집이었다. 집을 짓기 위해 철물점에 간 키트는 그곳에서 '버질'(배우 이름)을 만나게 되고 그와 유대감을 형성함과 동시에 부모님과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간다.
어른이 되는 것에 많은 방법들이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직장에 취직해 남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지내는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가 케빈이다. 그는 키트의 이웃 친구로 비록 고졸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만족하면서 지낸다. 케일 맛에 빠진 후로 매일 케일을 먹는 것처럼(물론 거짓일 수 있음) 그저 작은 것들에 행복감을 느끼고 비로소 자신이 일을 한다는 기쁨에서 주변에게 그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이와 같은 맥락이 키트의 부모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딸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그녀의 꿈들을 지지해줬고 학교에서 실패해 돌아왔지만 따듯한 격려와 그들만의 방식으로 위로한다. 그들은 케빈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단면적으로 볼 때 성장한 어른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키트의 아빠는 자신이 딸의 어린 시절에 만들어준 장난감 집을 부스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씁쓸해하는 표정을 보이는데 이게 바로 그들이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녀의 꿈만이라도 잘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런 것들을 하나 둘 포기하고 어른이 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반된 마음이 오고 가면서 때로는 그녀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이 나가기도 하고 누구보다 그녀의 행복과 꿈을 잘 알아주기도 한다. 그들이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고 기계적으로 대답하면서 자신들과 같은 삶을 딸이 살아야 하는지 고민에 놓인 인물들이다.
키트의 부모님들이 무언가를 포기하고 어른이 되는 방법을 택했지만 마음속 한 구석엔 다른 면이 있는 것처럼 마음속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앞으로의 삶과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하는 인물들도 있다. 바로 키트의 회사 부사장 게리다. 그의 인상적인 등장은 복사기에 손을 놓으며 장난을 치는 키트를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시작된다. 직장인 특유의 피곤함에 절어있던 그는 부사장이라는 위치에서 쉽게 자신의 행복과 꿈을 향해 몸을 다 던질 수 없는 인물임과 동시에 진부한 광고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넣기를 소망하는 캐릭터로 보인다. 비록 그는 진공청소기 광고 프레젠테이션에 키트의 손이 아닌 아주 전형적이고 틀에 박힌 광고에 힘을 실어주는 걸 보아 그도 꿈을 꾸길 망설여하는 어른인 것처럼 보인다. 게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면서 키트의 아이디어에 전폭적 지지를 해주는 사원 사브리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하면서 스스로 기쁨을 느끼고 언젠가 자신만의 샵을 꾸리고 싶어 하는 그녀는 두려움 때문에 회사를 못 떠나고 있다.
무언갈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이 꿈꾸는 것을 계속 도전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지 않을까. 필자 또한 그렇고 영화 속 주인공 키트와 버질도 그렇다. 버질은 철물점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키트가 유니콘을 위한 집을 만들면서 만나는 인물이다. 그는 능동적이고 활달한 키트와는 다르게 세상일에 보통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녀를 만나면서 키트에 대해 인간적으로, 이성적으로 호감을 가지게 된다. 유니콘 스토어에 갔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아 버질 자신이 꿈꿔왔던 것이 무언인지 그의 행복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로 여겨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마지막에 키트를 대신해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마구간을 완성하면서 그녀의 행복과 그녀의 꿈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고 그제야 유니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키트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지배해왔던 예술세계가 거부당하면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감을 처음 느끼게 된다. 항상 옆에서 지지해주던 부모의 예전과 같지 않은 태도를 피부로 느끼면서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한 회사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본성은 여전히 창의적이고 반짝이는 것들이어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의 평범한 생활로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우연히 받은 초대장으로 가게 된 유니콘 스토어에서 판매원을 만나 유니콘을 사기로 마음먹지만 그에 따른 준비가 필요했고 유니콘을 위한 집과 사랑에너지로 가득 찬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키트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모와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했지만 '유니콘과 살기'라는 터무니없는 그녀의 소망을 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키트 또한 자신을 이해 못하는 그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게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키트의 부모들은 무언갈 포기하면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그녀를 이해해 주기로 하고 그녀가 스스로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에 결국 그녀를 도와 유니콘의 집을 완성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에서 말하는 키트는 성장하려고 하는 한 개인이며 유니콘은 그녀의 꿈과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섬세하게 말하 지면 유니콘은 키트가 오랜 시간 동안 행복이라고 여겼던 꿈의 원동력인 것이다. 그녀가 유니콘을 사기 위해 만들어야 했던 집과 사랑으로 가득한 에너지 환경은 결국 그녀의 내면을 꾸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버질이 유니콘의 집을 완성하면서 '네가 집이라면 바로 이런 모습일 거야'라고 하는 것처럼 그 집은 결국 키트 그녀 그 자체이며 행복과 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가 그녀의 성장에서의 큰 사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니콘을 자신보다 더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포기하고 유니콘을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으로 남기면서 비로소 성장하게 된다.
흥미로운 인물인 유니콘 판매원의 진정한 행복이 유니콘을 파는 그 행위 자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가 유니콘 스토어는 손님을 위한 곳뿐만 아니라 판매원을 위한 곳이라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누군가가 행복을 살 수 있다면 그 행복을 파는 사람도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니콘 스토어 판매원이 자신의 꿈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유니콘이 진정으로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초대장을 보낸 것처럼 말이다.
키트가 반짝이로 뒤덮인 진공청소기를 소개하면서 그저 제 할 일을 하면 되는 기계적인 생각과 틀에 빛나는 영혼을 불어넣고 싶었던 것처럼 이미 다 자라 버린 사람들도 어린 시절의 상상력 넘치는 것들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하면서 당신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앞서 말했듯이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없다. 꿈을 좇아야 한 진정한 삶인 것도 아니고 꿈을 포기해 어른이 된 삶도 실패한 삶이 아니다. 틀에 막대기를 꽂아 세상이 말하는 전형적인 것에서 벗어났던 사람도 키트의 예술과 표현방식을 이해해줄 수 없는 것처럼 꿈과 행복을 상대적이고 유동적이기에 세상 사람들이 당신의 진가를 알아주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그 선택은 당신의 몫이고 그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것 또한 당신의 의무가 된다.
감독으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브리 라슨은 스스로 실패가 자신을 이 자리로 이끌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결국 이 영화는 그녀가 겪었던 수많은 실패와 좌절들의 끝에 찾았던 그녀만의 꿈 혹은 성장을 반짝이는 색깔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당신이 있는 자리가 결코 옳지 못한 곳이 아님을. 모두가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당신으로 누군가가 더 행복해할 수 있음을. 어른이라고 하더라고 희미한 무지개를 꿈꿀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진가를 몰라주는 사람들 때문에 방황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