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문양을 새기는 손

다뉴세문경과 복원의 진실

by 안개꽃 눈송이

고대 유물 앞에 서면, 나는 늘 조심스러워진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온 기술과 정신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다뉴세문경은 유독 나를 멈춰 세운다. 지름 21.2cm의 청동거울에 새겨진 1만 3000여 개의 선과 100여 개의 동심원. 그 정밀함은 현대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한 장인이 그것을 맨눈과 손으로 복원해 냈다.

이완규 주성장. 그는 전통 청동 주물 장인으로, 활석 거푸집과 송연 코팅이라는 고대 기술을 되살려 다뉴세문경을 복원했다. 그의 손끝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다. 그는 유물과 대화한다고 말한다. 문양의 흐름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그는 치구라는 도구를 만들었다. 기계 없이, 설계도 없이, 오직 직관과 감각으로. 치구는 문양을 새기기 위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였다.

이 복원 작업의 이론적 기반은 곽동해 교수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는 활석 거푸집에 송연을 코팅하면 금속이 달라붙지 않고 정밀 문양이 구현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완규는 그 이론을 손으로 실현했고, 곽 교수는 그 결과물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신뢰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학문과 장인의 협업은 고대 기술을 되살리는 데 있어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었다.

그러나 국내 사학계는 여전히 다뉴세문경에 활석 거푸집이 사용되었다는 주장에 신중하다. 과학적 분석에서는 사형(모래형) 거푸집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래가 정밀 문양 구현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며, 활석은 반복 주조에 불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하지만 비파형 동검과 청동창에서는 활석 거푸집이 실제로 출토되었고, 복원 실험에서도 활석은 충분한 내구성과 정밀도를 보여주었다.

나는 이 논쟁을 보며 생각한다. 과학적 분석과 실증적 복원, 학문과 손기술, 데이터와 직관이 충돌하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나는 오히려 장인의 손끝에 마음이 간다. 그 손은 시간을 넘고, 기술을 넘고, 마음을 넘는다. 그리고 그 손끝에서, 나는 과거와 대화한다.

다뉴세문경은 단지 거울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인의 사고방식, 미적 감각, 기술력의 집약체다. 그리고 그것을 복원한 장인의 손끝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있던 ‘느림의 힘’과 ‘직관의 가치’를 되살려준다. 곽동해 교수의 이론과 이완규 장인의 손이 만났을 때,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장 정교한 문양을 새길 수 있었다.

복원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작업이다. 나는 이제 유물을 볼 때, 그 문양 너머의 손을 떠올린다. 그 손은 고요하지만, 강하다. 그리고 그 손끝에서, 나는 역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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