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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인 생각

나를 지탱해 주는 역설적인 마음가짐

by 회색인간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 이 말을 먼저 하고 시작하는 이유는 오해할 수 있는 얘기기 때문이겠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시작부터 오해니 뭐니 밑밥을 깔고 시작하는 거냐면, 뭐랄까 삶과 죽음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다.


먼저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는 그렇다는 거다. 죽으면 그냥 어젯밤에 잠이 들었던 것처럼. 잠이 들고 깨기 전까지 내가 아무런 의식이

없었던 것처럼. 그냥 아무것도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냥 끝인 거지 진정한 끝. 물론 나 외에는 모두

그대로 존재하고 흘러가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끝.


나는 삶의 힘겨운 순간이나 지겨운 순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오면 내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 떠올린다.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그 순간. 나는 언제든 내가 그 순간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힘들다고 바로 죽을 생각을 한다고 오해할까 봐 맨 처음부터 오해하지 말라고 한 거다. 나는 얼마나 큰 고통이든, 시련이든 인생의 무엇이든 내가 선택하는 순간 모두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절망적이잖아. 나는 오히려 언제든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견뎌도 언제든 내게 선택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 견딜 수 있는 거다.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지 선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로 나는 그 선택을 할 생각은 없다. 없지만 항상 생각은

하는 거지.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뭐든 다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충실히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은 뭐 힘든 날도 아녔지만.

나에겐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이 삶을 지탱하는 역설적인 원동력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살아보자, 살 수 있는 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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