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가 본캐로 바뀐다?!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를 읽고
유튜브는 나보다 똑똑하다.
가끔 유튜브가 추천해 주는 동영상을 보다 보면
내 취향에 딱 맞는 걸 찾을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뇌과학에 관심 많은 나에게
유튜브가 추천해 준 건 바로 이 영상이었다.
나는 누구일까?
우리는 '나'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그래서 성격 테스트를 해보고, 심리학이나 자기 계발서도 읽어본다. 그렇다면 뇌과학은 이 질문을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 뇌다'라고. 그들은 뇌 속 모든 신경세포 신호를 복사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그게 '우리가 된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책의 저자인 장동선 뇌과학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인간의 뇌는 특별합니다.
기계에 '나'라는 자아를
복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몸' 역시 가지고 있다. 뇌는 몸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신호와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내 몸이 아니기에, 컴퓨터로 내 몸이 바뀐다면, 나는 점점 '나답지 않은' 다른 사람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의 뇌는 마치 거울에 비친 거울과도 같다. 뇌가 바쁜 이유는 세상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공감하고, 예측하고, 소통하는 것. 그러기 위해 우리 뇌는 발달했다. 그렇기에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뇌 속에는 늘
'다른 사람들의 뇌'라는
또 다른 뇌가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탐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 장동선 작가는 사실, 이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라고 말한다. '나란 누구인가?' 란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그건 아마도 나 자신이 아니라, '나'를 잘 알고 기억해 주는 '주변 사람들' 아닐까? 왜냐하면 그들의 뇌도 '나'의 일부를 담고 있고, '나'의 일부를 따라 하고, '나'를 소중하게 기억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나'는 혼자일 때 행복하지 않다. 사랑하고 아껴주는 다른 사람과 있을 때 행복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는 '사회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해받을 때 행복하고, 오해받을 때 불행하다. 우리의 뇌가 바라는 것은 다른 뇌의 인정과 이해다. 그래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는 것이다.
뇌와 가상현실
이 책은 뇌에 대한 흥미로운 여러 실험을 담고 있다.
특히 '가상 현실' 부분이 재밌었는데,
이는 SNS와 게임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설명해 준다.
우리 인간은 아직도 석기시대 뇌를 가지고, 가상 세계로 돌진하고 있다. 세상은 컴퓨터로 변하고 있지만, 뇌는 그대로인 것이다. 그래서 뇌는 착각한다. 가상세계를 현실 세계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한 뇌는 적응한다. 가상세계가 펼쳐져 있는 이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말이다. 뇌에게 어떤 신호가 현실에서 오든 가상에서 오든 그건 상관없다. 모두 똑같은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폭력적인 게임을 많이 경험하면 어떻게 될까?
이에 관해서는 학자들 사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뇌는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이건 게임일 뿐이라고 의식하고 있어도, 뇌는 진짜 세상과 사이버공간을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구분한다 해도 그 신호를 처리하는 것은 잠재의식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폭력을 목격하는 사람은 폭력에 익숙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폭력적인 게임을 오래 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들에게 고통을 줄 때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된다.
동정심도 덜 느낀다. 익숙해지고 무뎌진다.
잠재의식에 폭력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 게임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 가상세계 아바타의 특징과 경험은 게임 이용자의 '생각'도 변화시킨다. 저자는 게임 속에서 타인에게 공감하고 지지를 받는 매력적인 아바타를 선택하는 실험을 예로 든다. 그 이용자는 게임을 마친 후, 초라하고 냉정한 아바타를 가진 이용자들보다 실제 상황에서 더 자신 있고, 더 개방적이고, 더 사교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가상공간에서도 뇌에게는 현실에서와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 '자아'는 주변 사람들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는 피드백 신호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SNS에서도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평판에 집착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찌 됐든, 어떤 환경이든 인정과 공감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장동선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분이 '인간적'인 뇌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뇌가 정말로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연구 결과와 과학자들의 말들을 '절대로 진리처럼' 믿을 필요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패턴과 경향만을 보여줄 뿐이지, 모든 사람의 뇌가 이처럼 작동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보다는 저자의 관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강연을 많이 하시기도 하고, 특히 '알쓸신잡2'에 출현하여 꽤 알려진 분이시기도 하다. (나는 티비를 잘 안 봐서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저자의 강연 영상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