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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 Monkey Feb 20. 2022

열심히 살고난 다음 날의 권태

권태로움에 대해 생각하다

열심히 하루를 살고 난 다음날, 갑자기 권태로움이 찾아왔다. 어제까지 의미 있었던 일이 오늘은 꼴도보기 싫게 느껴졌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좋지만 디지털 암실 작업은 항상 귀찮다. 어떤 '결과'를 바라고 그 결과만을 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이 즐겁지가 않고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집에 와서 메모리카드를 옮겨서 그 결과물을 보는 것,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보정을 하고 업로드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마음을 먹고 의지를 내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하기 힘든 일이다. 


무엇이든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욕망 때문에 시도조차 하기 힘든 일이 많다. 내가 되고 싶은 수준은 저 높은 곳인데, 현실의 나의 수준과 내가 도달해야 하는 수준 차이가 문득 느껴질 때면 차라리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렇게 포기해버렸던 일도 많고, 그 포기들이 쌓여갈 때마다 나는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싶은 생각들이 올라온다.


그래서 오늘은 또 그런 포기들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결과주의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권태로움은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기에 그 권태로움에 맞서는 방법은 잡생각없이 그 행위에 몰입해보는 것이다. 메모리카드를 소중하게 다루면서(메모리카드가 충격을 받아 사진들이 다 날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슬롯에 끼우고, 결과물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찍고 싶었을까를 좀 더 고민해본다. 


물론 멋진 결과물이 나를 기분좋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결과물에 도달하기 위해 애써왔던 시간도 결코 의미 없지 않다. 흔들린 사진, 노출이 오버된 사진, 수직 수평이 맞지 않은 사진... '실패작'으로 분류되어 쓰레기통으로 보내기 전, 이 사진들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본다. 


나에게 때때로 부질없음, 의미없음, 권태로움이 찾아올 때면 지금 내가 무슨 대단한 결과를 만들고 싶은 것인가, 를 다시 한 번 떠올린다. 그 결과에 못 미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찾아오는 감정이기에... 그럴 때마다 작은 행위들에 몰두해보면서 그냥 그것이 목적 그 자체가 되게 한다. 그저 그 순간에 몰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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