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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언어라는 수학 그리고 그 수학에서의 발명

지적 호기심을 기르는 수학 공부

by 안영회 습작

지난 글에 이어 송용진 교수님의 <수학의 숲을 걷다> 1부의 3장. '어떻게 하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나요?'부터 1부 마지막까지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틀리는 아픔보다, 맞는 기쁨이 더 크게 하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대개의 경우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지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너무 어렵기 때문은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치열한 경쟁이지 수학의 어려움이 아닙니다.

마침 유튜브에서 대통령이 교육 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 '입시 정책보다는 근본 문제'를 언급할 때 '과도한 경쟁'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수긍이 가능 답변이었는데, 교육 현장에 계신 페벗 님의 글을 보니 일선에서는 실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권의 그립감이 가장 강한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이 하지 않는 일은 이후에도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 그동안 경험이 그렇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공교육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나 낮고 개선이 가능한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페벗 님과 같은 열정을 가진 교사는 극소수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돌파구 하나를 제시합니다.

요즘에는 한 반에 반이 넘는 학생들의 수학시험 점수가 80점이 넘는데 왜 수학이 싫다는 학생들이 그렇게 많을까요? 그것은 틀리는 아픔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표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틀리는 아픔보다, 맞는 기쁨이 더 크게 하자!"

정책적인 의견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아들을 대상으로 실용적인 지침을 만들어 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유효합니다


우주의 언어에 가까운 수학과 자유로운 사고

수학적 사고의 본질은 자유로운 사고라고 설명하는 글입니다.

수학자들 중에는 수학의 중요한 특징이자 장점으로 자유를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유로운 사고와 그러한 태도를 말하는데요, 자유로운 사고가 창의적인 발상과 연결되는 법입니다. 개념들을 숙지하고 난 후에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에는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하게 됩니다. 틀에 박힌 수학문제만 내는 것은 수학적 사고의 본질인 자유로운 사고를 저해하는 일입니다.

'수학적 사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내용입니다. 연이어 다음 글을 읽다 보면 제가 '직면(直面)'과 '직시(直視)' 심지어 <팩트풀니스>라는 책 이름에 담아 추종했던 태도가 '수학적 사고'와 밀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수학과 과학은 자연의 언어이자 우주의 언어입니다. 신의 섭리, 우주의 섭리, 자연의 섭리가 모두 같은 말입니다. 이때의 신이란 이 세상을 주재하는 절대 신을 의미합니다. 수학과 과학은 신의 섭리를 이해하기 위해 발전해 왔습니다. 신이 들려주고 보여 주는 뜻을 우리는 수학과 과학을 통하여 이해하고 있습니다. 신은 현상이라는 언어로 말을 합니다. 수학은 신의 뜻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개발되어 온 언어입니다.

다음 문장은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수학은 과학보다 언어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근거를 설명하지 못해서 퍼플렉시티의 도움을 받아 근거를 추렸습니다. 다음과 같은 언어적 특징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수학은 개념들을 표현하는 고유한 용어, 기호, 규칙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적인 언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학적 개념 파악이 어렵습니다. 이는 수학에 특화된 언어적 구조와 문법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논리주의(Logicism) 같은 철학적 관점에서는 수학이 논리의 한 부분이자 언어적 체계로 간주됩니다.

과학은 자연 세계의 연구인 반면, 수학은 언어적 표현과 개념의 조작에 더 집중된다.

더불어 '언어적 성격'이 무엇인가도 퍼플렉시티 도움을 받아 몇 가지를 추려 봅니다.

수학은 의미 전달을 위한 기호와 문법을 갖춘 언어이다

규칙적 조작과 추상적 의미의 체계화


수학의 핵심적인 내용은 수학자들의 발견

다음 문단을 읽으니 문제를 푼 결과를 다시 그들의 언어인 수학에 반영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학자들의 연구 행위의 핵심은 문제를 푸는 것이지만 정작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이자 가장 잘하는 일은 자신들이 수학문제를 푸는 데에 사용했던 도구들인 새로운 개념과 정리Theorem, 공식Formula, 이론Theory 등을 잘 다듬고 정리하여 남들이 사용하기 쉽게 하는 일입니다.

또한, 과학자들도 수학이라는 언어를 활용합니다.

화학자들이 화학적인 현상을 설명할 때도 화학식이라는 일종의 수학적인 표현을 씁니다.

호랑이는 죽어도 가죽을 남긴다고 하는데 수학자는 떠나도 자신들의 발견을 남기도 싶어 하는군요.

수학의 핵심적인 내용 대부분은 수학자들의 발견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수학도 오랜 세월 동안 이 세상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발전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수학자들의 발견 결과도 시장(?)의 평가를 받는구나 싶은 문장입니다.

궁극적으로 현실과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면 별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중략> 정수와 소수prime number, 다항식,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 삼각함수, 지수함수, 인수분해 등 대다수의 기초적인 수학적 개념들이 모두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개념들이지 지구상의 수학자들의 상상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에서 발명은 기호, 개념화, 구조화, 작명

수학이 우주를 대상으로 한 발견이지만 발명적인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수학에서도 발명은 중요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호 만들기, 개념 정리하기, 이름 붙이기, 용어 만들기 등입니다.

놀랍게도 그 내용은 제가 소프트웨어 설계에도 고민하는 내용과 너무나도 유사합니다. 수학의 어원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주 잠시 학창 시절 선생님들에 대해 가벼운 비판이 마음에 흐릅니다.

수학은 지구상의 수많은 학문 중 유일하게 수천 년간 그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학문입니다. 그리스 시대부터 수학은 '지식의 모둠'이라는 의미의 mathematics라는 말로 불렸고

군생명체라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수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핵심적 가치는 수학자들이 갖춘 지식과 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학자들은 마치 하나의 군생명체처럼 공동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학은 매우 글로벌합니다. <중략> 논문을 통해서만 접하던 사람도 만나자마자 금방 친구가 됩니다. <중략> 실험과학자들의 경우에는 실험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하고, 연구실 유지를 위해 연구비 유치, 대학원생 관리 등 신경 쓸 많지만 수학자는 그 자신이 움직이는 연구실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학자들의 삶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군생명체'라는 말이 활성화시키는 대상은 다른 데 있습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나 arXiv의 인공지능 논문 생태계가 떠오릅니다.


인공지능과 공존을 강요 당할 수학의 미래

인공지능이 수학 문제를 더 잘 푼다고 해도 수학이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답변입니다.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면 더 빨리 더 멀리 달릴 수 있지만 사람들이 굳이 달리기를 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예라 하겠습니다.

노동과 달리 수학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온 미래>의 표현을 빌면, 바둑계나 문학계와 마찬가지로 수학자들 역시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받아들여야 할 듯합니다.

어떤 문제를 풀 때도 좋은 증명은 주로 좋은 추측으로부터 나옵니다. 대가일수록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감'이 좋아야 합니다. 수학에서는 문제를 푸는 것보다 좋은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경우도 많습니다.

인공지능 과학자들도 인공지능이 수학 문제를 풀게 되는 현실을 맞이했습니다.

진정한 어려움은 여러 추상적인 수학 개념의 복잡성과 불명확성에 있습니다. AI가 수학 정복을 하는 데에 관건은 우수한 프로세싱 능력을 통하여 어려운 수학문제를 잘 푸는 것이 아닙니다. 수학자들이 만들어 낸 수학문제들이 묻는 바를 이해하는 것과 그 문제들의 해결이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수학 문제를 내는 주체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바로 군생명체를 이루는 수학자들이겠죠.


지난 수학과 가까워지기 연재

1. 내가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지적 호기심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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