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쉬었음. 하지만 내 얘기는 안쉬었음.

by 우수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은 2026 수능.

내가 수능 본 이후로 몇 십 번의 수능이 더 치러진 현실이 된 미래.

수능은 망해도 인생은 망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던 어른들의 위로가

몹시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주변에 볼 법한 일반 소시민이 아니라,

유명인의 언어는 어딘가 가식적으로 다가왔다.


"여러분 인생 절대 안 망합니다! 몇 개 틀린다고 인생 끝나는 거 아니에요!!!"


가진 돈도 많고, 지금이야 풍족하니까 저런 말하는 거겠지.

만약, 저 사람이 잘되지 않았더라면 정말 과거의 본인을 미워하지 않았을까.

철 지난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


If it doesn’t change the big picture, keep it.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그냥 간다)


3년 전부터 이 문장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긍정적 마인드셋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

무엇보다 걱정과 어려움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법행위가 아니라면 무시하고 가는 용기도 분명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눈은 쉽게 떠지지 않는다.

살갗이 뜯어지는 고통을 순수 정신력으로 버티며 여기까지 온 우리에게,

우리는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Nice한 나만의 절대적 성공경험.



what do you want?
스크린샷 2025-11-17 210104.png *(1) 그냥 쉬는 30대 33만 역대 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으로 30대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왜 이런 수치가 우상향 하는 것일까.


구직을 시작한 청년들이 수능 볼 때의 시각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배를 마시는 일은 먹먹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됨'을 인정하는 과정은 어렵다. 아직까지도.


내가 겪은 사회·개인적 문제들은 대개 '학습된 무기력'에서 나왔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최종면접에 떨어지는 실패경험은 구직청년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밤을 새우다시피 만든 자료가 10초 만에 드롭될 때.

이런 경험은 누군가의 인생항로를 바꾼다.


'어차피 안될 거야'라는 무기력은 나약한 정신력이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이해되지 못한 실패경험에서 기인한다.


무기력한 어깨 또는 배덕감이 짙은 얼굴. 요즘의 청년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

정보의 대칭성이 강해진 오늘에도, 청년을 향한 시선의 양극화는 더욱 짙어만 간다.


내가 생각하는 '쉬었음' 인구의 증가 요인은 아래와 같다


(1) 원하는 일자리가 진짜 없음(통근거리 등) → 사회구조적 문제

(2) 직장 내에서 자아실현이 어려워짐 → 무성취/무기력

(3) 일자리 감소로 인해, 고학력·경력직이 선수를 차지함 → 미스매치

(4) 1인 창업을 통한 자아실현의 니즈 → 개별화



다수가 겪는 시행착오의 순서를 굳이 매겨보자면 아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4) → (3) → (1) → (2) or (2) → (4) → (3) → (1)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혼자 또는 팀원들과 함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뼈 빠지는 고통을 안은채 살아가는 창업 청년들도 무수히 많다.

어떤 형태든 나와 우리의 행복을 바랄 뿐이다.

행복하기 위한 '나 사용법'이라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한 번의 실패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앗아간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견디는 것만이 미덕이라는 사회문화는 이제는 다르게 흘러간다.

멍에를 떨쳐버리는 일은 누구나 꿈꾸는 자유다.

청년 모두 각자가 추구하는 '추구미'가 다르기에, 아름다운 싸움을 계속해나갈 수밖에.


개인적으로, 제주 해녀학교처럼 개인의 흥미로 시작됐지만 문화의 명맥을 잇는 일로까지 의미가 확장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일/직업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쉬었음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행동하지 않는 마음은 모르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라고 해석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들의 근로의 의무를 부활시키기 위한 재료는 타박이 아닌 진심 어린 위로일 것이다.


은퇴의 새로운 트렌드: 바리스타 파이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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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파이어족
바리스타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소소한 수입을 얻으며 사회와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이들을 말한다.


완전한 은퇴는 어렵다.

10억으로 은퇴를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뜯어말리는 분위기다.

1억 도 모으기 힘들어 죽겠구먼 무슨.


노사가 중간지점에서 합의를 보듯, 인생에도 나 외의 적절한 합의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최근 트렌드가 바리스타 파이어족이다.


고액 연봉과 승진 경쟁에서 벗어나, 소박한 수입에도 만족하며 소확행을 추구한다.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손님들과 포근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삶의 행복을 느낀다.


이들에게 배울법한 4가지 지혜는 아래와 같다.

'돈 버는 일'과 '의미 있는 일'의 분리

성취 중심에서 경험 중심의 삶으로 전환

'느림의 미학'을 통한 삶의 속도 조절

'연결'의 가치 재발견(사회적 자본의 유지)


이들이 바라는 인생은 완벽함이 아닌 충만함일 것이다. 이들이 계산한 최소한의 생존키트를 보유한 채 마음이 충만하고 안정된다면, 극한의 환경이라 할지라도 버틸만한 용기를 준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바리스타라는 직업 자체가 연봉이 낮고 꿈만으로 먹고사는 직업은 아닐 것이다. 보여지는 이미지를 표현할 것일 뿐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수준을 낮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


나도 개인적으로 참 많은 실패경험과 성공경험을 했다.

하지만,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성공경험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좌절할 일보다, 성취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 이러한 기개를 안은채 살아간다.

프로는 상상하는 데로 되고, 아마추어는 걱정하는 데로 된다고 했던가.

프로라고 말하기 한참 부끄럽지만 높은 수준의 행위를 보여주고 싶다.



Next m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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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영원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건강과 꾸밈에 관심이 늘기 마련이다.


다들 똑같은 레일에서 경주할 때, 누군가는 고되지만 스마트팜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간하며,

바다를 좋아하던 여자는 시골에 정착해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 실뜨기 제품을 판다.

로봇이 얼추 해낼 수 있어도, 인간이 한다는 것만으로 프리미엄이 붙는 세상.


우리의 현재는 다음 먹거리(Next meal)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놉시스를 빠르게 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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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말한다.

"AI로 노동은 무의해지며 화폐의 의미는 사라지며, 에너지 자원을 가진 자에게 영향력이 돌아갈 것"이라고.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명목 화폐를 벌기 위한 일은 좀 쉬더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일을 멈춘다면

그것이야말로 미래사회로 가는 현재에 가장 가혹한 시한부 선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라는 이야기의 몸은
찬 곳과 더운 곳을 모두 견뎌왔다.

그러나 쉬어버리지는 않았다.
상하지 않았고, 버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끝까지
먹을 수 있는 온도로 남아 있을 것이다.




*(1) 그냥 쉬는 30대 33만 역대 최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5/11/13/4MTOGHQQMVFDXCVSFHGDNXKP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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