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갈망하는 소원은 매년 생기기 마련이다.
그 소원을 들어주는 신을 찾기 위해
평소보다 100배는 강하게 느껴지는 중력을 이겨내고 보러 간 해돋이는 늘 옳았다.
내가 강렬하게 원했던 소원의 대부분은 돈과 좋은 직장이었다.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빌곤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가슴이 강하게 반응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스스로 가다듬는 일.
그것이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갈망하는 일은 중요하다.
직업의 유행화
*Law(1981)는 사람들의 진로 선택이 주로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 내에서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지역사회 상호작용 이론을 제시했다.
직업의 유행(流行)화.
아주 오래전부터 '빠르게 확산되어 널리 자리 잡음'을 뜻하는 유행을 결정하는 건
대부분 돈과 관련이 있었다.
결국 시장 메커니즘, 수요·공급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있다.
과거의 직업 선택이 의사·공무원과 같은 안정적 직장이 주요한 선택 기준이었다면,
현재의 직업 선택은 자기실현과 보람이 주된 선택 요인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SNS(뉴미디어)가 거의 필수재가 됨에 따라 유행 사이클은 몹시 빠르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심리적 압박과 조급함은 아무런 영양가 없는 콘텐츠도 마구 생산한다.
2025년도를 강타한 '퉁x7 사후르'라는 캐릭터를 모르면
학교와 직장 내에서 소통이 쉽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특정예시로 일반화는 어렵다. SNS는 재미가 주된 목적이기도 하고,
자기 계발과 관련된 콘텐츠도 상당수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눈 감아줄 만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우리네 부모님께서 TV를 바보상자라며, 많이 보지 말라고 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SNS의 콘텐츠는 주로 자극적이고 상업적이다.
*Anderson & Bushman(2001)의 연구에 따르면, 폭력적인 콘텐츠 시청은 공격적 행동을 촉진하며,
또래와의 상호작용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한다.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위해 SNS를 사용해야 하지만, 사회성 발달 저해 요소가 되는 아이러니.
유행의 득과 실에 대해 잘 따져봐야 하는 지점이다.
다양한 논문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사회적 환경은 분명 직업선택에 유의미한 직접효과가 있다.
최근 흥미롭게 본 뉴스 기사가 있다.
"부탄의 행복지수가 떨어진 이유, SNS 보급으로 인한 타인과의 비교"
부유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할 줄 알던 사람들이
비교를 통해 불행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유행의 흐름에 휩쓸렸는가, 아니면 스스로 헤엄칠 줄 아는가.
찍먹의 시대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는 '타이파' 물결이 일고 있다고 한다.
타이파란, 'cost performance(비용 대 성능)'에서 cost 대신 Time을 붙여 새롭게 일컫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중요시한다는 경향이다.
이렇듯, 자신과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그만두고 새로운 업과 직장을 찾아 나서는
'찍먹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바삭함을 잃지 않기 위한 찍먹은 이해가 되지만,
초단기 이직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구직자도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며,
회사도 전형 절차를 위해 인적물적 비용을 투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량딱지를 붙이고 달려야 하는 쪽은 대부분 구직자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회사에 어떤 문화가 있는지 알기 힘들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직장 콘텐츠를 발행한다 하더라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었다.
그렇게 한두 달만 다니고 퇴사한 구직자들에게는 '인내심 없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회사는 규모가 크니 평가가 희석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안 되는 직장인에게 매겨지는 평가기준은 많이 차갑다.
평가하기 쉬운 방법, 인지적 노력을 덜 기울여도 되는 작업으로
구직자를 평가하는 기업과 인사담당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왜 한 달만 하고 그만두셨나요"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부분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셨나요"라는 질문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마추어임을 인정하는 것
'초단기 이직은 현재를 살아내기 아주 유익한 전략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나고 나면 어느 경험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나를 고통스럽게 괴롭힌 직장이 지금의 나를 키워냈다.
잦은 이직, 인재유출의 문제가 점차 커지면서,
많은 기업에서도 지구력 좋은 인재를 더욱 선호한다.
좋은 학벌, 높은 어학성적을 갖춘 구직자들로 상향 평준화 된 시장이기에,
실력보다는 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봉도 높고, 연차도 높은 경력직을 뽑는 채용이 아니라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 중요하다.
이직하고 출근한 첫째 날, 바삐 일하는 척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왜 그리 모든 것을 잘 해내야만 한다라는 불합리한 신념을 붙잡고 지냈을까?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내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그냥 즐기는 거야.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 이승철 <아마추어> 노래 가사 중.
그 시간을 불편하게 보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아등바등 안 해도 괜찮아"
"다 지나고 나면 알아"
라고 말한 직장 선배의 말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운 멜로디로 담담하게 풀어낸 노랫말이 현재의 나를 치유하고 위로한다.
실수했으면 실수한 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오류를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
'성난 놈이 방귀 뀐다'를 실천하자는 것이 아닌,
너무 상처받지 말고 신발끈을 고쳐 매고 씩씩히 오르막길을 오르자는 말이다.
영원한 권태로움도, 영원한 열정도 없으니 말이다.
경험이 직업을 결정한다
국가적 빨리 감기를 한 결과, 저출산 국가가 되었고 청년들은 삶의 목적을 새롭게 정의해야 했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 상태라고 본다.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하세요. Just do it.'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뇌과학을 다루는 책에서도 '행동=Action'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떨까.
대다수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한 연구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인지적 노력을 상대적으로 덜 기울이는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성공의 기준이 높고, 요구하는 역량이 많다면 그것은 어려운 일이 맞다.
그걸 해내는 사람이 소수이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으로 불리는 것이다.
만족할만한 일을 찾는 일은 꽤나 중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직업선택 만족도가 높은 덴마크의 경우, 한 설문조사에서 약 87%가 '현재 직업에 만족한다'라고 응답했다.
덴마크가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나는 점이 3가지가 있다.
학교에서는 경험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여, 진정한 흥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현장 학습 제도가 탄탄해서, 노동시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에 맞는 인재들이 유입된다.
평생교육과 재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다. 중장년기에도 새로운 직무를 자신 있게 시도할 수 있다.
현시대의 교육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문제은행을 털기 위한 공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새로운 정답을 내리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성장 마인드셋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를 일궈나갈 청소년·청년들에게 더 나은 문화의 축적이 필요하다.
좋은 문화가 지층처럼 쌓이면, 건강한 작물이 자라날 것은 자명하다.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사상과 문화를 한꺼번에 갈아엎는다고 생각하면 분명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니, 조금씩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면 그곳에 결국은 수렴하지 않을까.
개인이 몇만 개에 달하는 직업을 모두 찍먹 해볼 수는 없으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접근성이 높은 방법은 우리나라 '직업분류'를 살펴보는 일이다.
이것 또한 내용을 전부 살펴볼 수 없기에,
경험이 직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는 이들이라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취지로
직업명이라도 살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한국고용직업분류 2025
결과적으로 틀렸을지언정, 돌이켜보면 모든 경험은 옳았다.
우리는 각자만의 속도를 인지하고 보람을 주는 일을 찾아야 한다.
*타이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734474&cid=43667&categoryId=43667
*한국고용직업분류 2025: 한국고용정보원(https://www.keis.or.kr/keis/ko/proj/114/pblc/detail.do?categoryIdx=125&pubIdx=11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