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아기와 도전한 영국유학
영어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영어 능력은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 가족이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에서 2년간 생활하며 영화를 습득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영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나의 형편없는 영어실력이 가장 큰 문제지만, 아직 한국말도 서투른 2살 딸아이가 영어를 습득해야 할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것도 큰 난관이었다. 부모로서, 영국에 살게 되면서 겪게 될 영어소통 상황을 어떻게 하면 아이가 유익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이번 장에서는 영국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살의 딸을 위해 영어에 대한 준비를 하는 과정과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알아서 다 배워
나와 아내가 아이의 영어학습 준비를 고민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언어습득을 하기 때문에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우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한국어로 의사를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한 2살 딸이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노출될 의사소통 과정에서 난감함, 스트레스, 어려움에 대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부모인 우리가 편하고자 아이의 속마음, 감정을 외면하는 게 아닌지 미안함도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영어를 잘하도록 가르치기보다는, 언어적 장벽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행복하고 즐겁게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다양성의 경험하게 해 주기
우선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영어소리 노출도 아닌, 바로 다양성 체험하기였다. 보통 사람들은 딸의 영국 생활과 영어를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이 기초 영어단어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언어 교육"보다는 딸이 영국 생활을 하면서 어린이집 선생님과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소통능력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다양성 체험"이다. 특히 우리는 아이가 외국인들의 외모(백인, 흑인)를 무서워하지 않고 조금이나마 친숙해지도록 노력해 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딸이 아직 2살밖에 안되어서 한국사람과 생김새가 확연히 다른 백인과 흑인을 보면 혼란스러워할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딸에게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가르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우선, 딸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했고,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식별했다. 첫째로, 딸이 다른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둘째로, 아이가 다양한 외모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미리 제공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국 어린이집에서의 사회 활동과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며 차이를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었지만, 유학을 준비하기 전에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딸이 외국인을 만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이 중 하나로 미국에서 온 백인 선생님과 함께 영어로 대화하며 쿠키와 컵케이크를 만드는 "원어민과 함께하는 요리 교실"이었다. 딸이 2살이라서 요리 교실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었지만, 외국인과 함께하는 환경에 딸을 노출시켜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한번 가보기로 결심했다. 어느덧 약속한 수업 시간 날이 다가왔고, 우리는 두 근 반 설렘반으로 딸을 데리고 수업이 예정된 카페로 갔습니다. 딸은 처음에는 겁을 먹지 않고 호기심을 갖고 카페 이곳저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원어민 선생님이 자리에 와서 아이들을 다 같이 한 테이블에 앉히고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딸은 울음을 터트렸고 자리를 이탈하며 우리에게 다가와서 안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백인 선생님이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었나 보다. 결국 우리는 아이가 원어민 선생님과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성을 적응하는 모습대신에 귀엽게 맛있는 컵케잌을 먹는 모습을 실컷 감상하다가 돌아왔다. 아마도 딸이 나이가 너무 어려서 요리를 하는 행위로 원어민 선생님과 교감을 하는데 한계가 있던 것 같다. 이번 경험은 실패라기보다는, 아이를 위해 다양성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요리보다는 놀이 형식으로 원어민선생님과 교감할 수 있는 영어키즈카페를 찾아보기로 시작 헸다. 하지만 대부분 영어키즈카페는 4세 또는 5세 이상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두 살 된 우리 딸이 출입할만한 곳을 찾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며칠을 폭풍 검색한 결과, 2살 유아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하남의 A영어키즈카페를 발견하게 되었고, 주말에 2시간 예약을 하고 다시 한번 딸아이의 다양성 적응 여정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키즈카페에 도착한 우리는 빠르게 눈으로 스캔을 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수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아이들이 각자 갖고 놀고 싶은 인형과 장난감으로 놀고 있었다. 일부는 그룹으로 모래놀이실에서 함께 놀기도 하였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틈틈이 백인, 혼혈 등 다른 인종으로 구성된 선생님들이(정식 교사까지는 아닌 듯하다) 아이들 옆으로 다가가 영어로 말을 걸며 같이 놀아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겪게 해 주었다.
우리는 놀이공간이 보이는 테이블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한잔씩 시켜마시며 아이랄 지켜보기 시작했다. 우리 딸은 혼자서 이곳저곳 탐색하며, 장난감을 갖고 놀기에 바빴다. 처음 30분 정도는 또래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원어민 선생님이 슬쩍 아이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놀아주려고 하니, 아이는 놀랐는지 울면서 곧장 우리에게 와서 안겼다. 우리는 다시 아이를 돌려보내서 지켜보고, 아이는 놀다가 선생님이 말 걸면 또 무서워서 울고를 반복하다가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발렸다. 두 번째 갔을 때도 아이의 행동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 갔을 때는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느덧 우리 딸은 선생님들이 영어로 말을 걸어주면 적어도 도망은 치지 않고 가만히 듣기 시작했다. 잠깐잠깐 친구들과 말없이 모래놀이를 하며 어울리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이가 크게 말을 하려고 시도하지는 않는 것 같았보였다. 영어를 벌써 따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의 한국말로 대화를 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그저 듣고 있기만 했다. 그래도 울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아이가 다양성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한 5번 정도 영어 키즈카페에 다녀왔던 것 같고, 이것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아이가 외국인, 그리고 다른 문화와 언어로 조성된 환경에 노출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아가 다양성에 적응하는 것은 그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아이들은 다양성 적응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습득하게 되어 문제 해결능력과 창의력이 향상될 거라고 믿는다. 또한 아이의 자신감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었고 확신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글로벌화와 다문화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문화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게 된다. 본의 아니게. 유학길에 함께 오른 2살 딸은 이러한 다양성에 처음으로 부딪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적응은 우리 아이가 미래의 글로벌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부모의 유학, 해외근무 등 다양한 이유로 유아가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자라게 되어야 한다면, 언어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아이가 다양성에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노래로 영어친구 소개하기
유아시기에는 노래 소래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노래는 어린이들의 언어 습득뿐만 아니라 정서 발달, 문화이해, 시각적 호기심 발달을 돕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노래를 들려준다는 것은 학습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시켜 주며 아이가 언어라는 소리를 온전히 집중하며 자연스럽고 즐겁게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특히 너튜브 영어 노래는 아이들에게 게임과 같은 놀이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동시에 노래에서 나오는 반복적인 멜로디, 가사, 시각적인 이미지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놀이와 학습을 결합시켜 주는데 최적의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 부부는 절대로 욕심을 내지 않고 아이가 영어 소리에 관심을 갖는 것에만 집중하고 조바심 내지 말고 아이를 기다리면서 지켜봐 주기로 결심했다.
우선 아이가 좋아하는 아기상어를 외국인 선생님들이 부르는 영상들을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노출을 시켜주기로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영어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놀이와 학습을 연결하는 이 방식이 아이가 외국인의 외모, 영어 소리 등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당시 바로 효과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영어노래의 반복적인 리듬과 가사는 아이가 영어 단어를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익숙해지면서 영어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생존영어 단어
영국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영국의 어린이집에서 사용할 간단한 생존영어 단어들을 익히는 시간을 중점적으로 가졌다. 되도록 학습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였지만, 그래도 아이가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최소한으로 "물", "쉬", "응가"와 같은 간단한 단어들은 익힐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생존 영어 단어를 익힘으로써 아이가 널서리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자신감을 얻고, 본인의 노력으로 필요한 것을 얻어내며 성취감을 느끼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점은 우리 가족이 행복한 영국생활을 영위하는데 크게 기여한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영국생활을 위해 아이의 언어적 적응을 준비하는 과정은 작은 모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며, 가장 좋은 도구는 놀이와 호기심을 활용한 학습방법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언어 습득의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놀이와 즐거움을 통해 언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이들의 외국어 습득을 도와주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우리처럼 가족이 유학을 가게 되어, 함께 동반하는 2살 정도의 유아의 언어적 준비 과정에서 주의사항을 요약하면 아이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도구(영어노래, 영어만화 등)를 반드시 활용하여야 하며, 놀이중심의 접근을 통해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와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들의 외모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폭풍칭찬과 아이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줘야 하는 부모의 태도는 영어학습에서도 아이가 자신감,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작은 발걸음으로 시작한 영어 소리 친구를 소개해준 과정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보람을 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효과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영국 생활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영어가 늘며 적응할 수 있었고,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며 행복하고 즐겁게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덕분에 부모인 우리도 유학생활을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