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순댕 Feb 06. 2021

[그빵사]94. 남은 6회를 위해

재료를 준비해보자.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이제 그빵사가 단 6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100번째 글이라니. 벌써부터 감동에 젖은 소감을 줄줄이 말하고 싶지만 그건 100회가 다 끝났을 때 비로소 적어보려고 한다. 아무튼 100회까지 남은 6회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마지막 회는 그동안의 홈베이킹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5회 동안 어떤 베이킹을 할 것인지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재료들을 오늘 마트에 가서 한 번에 사 오기로 했다. 고심 끝에 5가지 베이킹을 골랐다.


1. 당근 케이크

2.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파운드케이크

3. 베이글

4. 밀크티 갸또 쇼콜라

5. 비밀!


이렇게 적고 보니 베이글 뺀 나머지는 다 케이크 종류다. 물론 당일에 다른 걸 만들고 싶어 바뀔 수도 있으나 일단 이렇게 정해두어야지 '오늘은 뭐 만들지?' 고민으로 몇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이제 메뉴 선정은 끝났겠다 레시피를 보면서 필요한 재료들을 적어 보기로 했다. 당근 케이크에는 크림치즈가 필요하고, 리틀 포레스트의 파운드케이크는 원래 붉은 쌀과 시금치로 반죽을 만들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녹차와 코코아 가루로 대체하기로 했다. 베이글은 블루베리를 넣기로 하고, 밀크티 갸또 쇼콜라에는 녹여 사용하는 다크 커버춰가 필요했다. 포스트잇에 재료들을 적은 뒤 곧바로 마트로 갔다. 정말 다행히도 재난지원금을 받게 되어서 좀 더 여유롭게 재료를 고를 수 있었다. 주말이기도 했지만 다음 주가 설날이라 그런지 마트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바구니를 들고 다녔음에도 사람 사이를 지나가기가 쉽지가 않을 정도였다. 매번 평일 낮에 텅텅 빈 곳에서 장을 보다가 이렇게 사람 많은 마트에서 장을 보니 기분이 색달랐다.


유제품 코너로 가서 끼리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크림치즈를 사려고 했는데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밖에 없었다. 보통 끼리 크림치즈가 산미가 없어서 베이킹에 제일 어울린다고 했지만 없으므로 대신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바구니에 넣었다. 베이글을 만들 건 블루베리를 팔긴 했지만 가격은 9900원으로 생각보다 비싸서 조금 있다가 들릴 베이킹 재료 상점에 가서 소분된 게 있으면 사기로 했다. 강력분도 담고 베이킹 외에 다른 식자재들도 구매한 다음 바로 근처에 있는 베이킹 재료 상점으로 갔다. 이 상점에 끼리 크림치즈가 있긴 있었는데 1kg짜리 밖에 없어서 아까 필라델피아 크림치즈(200g)를 사 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건 과일 코너에서는 블루베리가 없어서 크랜베리 소분된 것으로 대신 집어 들었다. 다크 커버춰와 브레드 박스에 깔 유산지도 고르고 다음으로는 가루 코너로 갔다. 복분자 가루, 딸기가루, 단호박 가루 등등 그 수많은 가루 중에 녹차가루만 보이지 않았다. (왜죠) 같은 초록색이라고는 쑥 가루밖에 없어서 대신 쑥 가루를 집었다. 단호박 가루가 왠지 눈에 띄었지만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5,9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내려놓았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게 계속 떠오르고 있다. 쑥과 초코보다는 쑥과 단호박이 꽤나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상점은 일요일에 문을 닫으니 평일에 가서 단호박 가루를 사 오기로 결정했다.


양손 가득 아주 무겁게 재료를 사 가지고 돌아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기분이 이상했다. 물론 '그빵사'연재가 끝나고 난 뒤에도 홈베이킹을 계속할 예정이지만 어느 한 목표만을 위해 달려온 시간에는 더욱 값진 의미가 부여된 느낌이 들었다. 남은 6회도 성실하게 그리고 덤덤하게 임해보자고 다짐했다.

작가의 이전글 [그빵사] 93. 잘못된 건 없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