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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Feb 11. 2021

[그빵사]99. 벚꽃 마카롱 (1) -마지막 화

다시 올 봄을 기다리며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마지막화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이 많았다.


남은 6화 동안 어떤 베이킹을 할지 미리 정해놓을 때도 마지막은 '비밀'이라며 메뉴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말하지만 뭘 만들어야 할지 정하지 못하여 그렇게 쓴 것이었다. 예정에 없던 시나몬 롤을 만들면서 당근케이크가 남게 되었는데 어째 영 끌리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만들었겠지만 왠지 마지막 화로는 못내 아쉬웠다. 밤 10시가 지나서였을까 마카롱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마카롱이란 홈베이킹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레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마카롱까지 만들면 끝났지 뭐.'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다. 마카롱이야 말로 '그빵사'의 마지막화 메뉴로 제격이지 않을까. 하지만 레시피 영상을 여러 번 보아도 여전히 마음을 쉽게 먹을 수는 없었다. 마카롱은 재료도 단순하고 만드는 방법도 쉬운데 반해 성공률이 굉장히 낮다는 얘기를 베이킹 카페에서 많이 보았다. 속이 빈 '뻥카'라던지, '오버나쥬'라던지 알 수 없는 용어들로 가득한 게시물에서는 성공했다는 이야기보다는 실패했단 이야기가 훨씬 많았다. 마지막화인데 제대로 완벽하게 나올 수 있는 베이킹을 하는 게 보기 좋지 않을까? 오늘 눈을 떠서 아침을 먹을 때까지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심지어 마카롱에 가장 필요한 아몬드 가루도 없어서 베이킹 재료 상점에 다녀와야 했다. 그렇다면 일단 재료를 사 와보자.라는 게 나의 결론이었다. "있어도 안 하는 거랑, 없어서 못하는 거랑 차원이 다르지." 재료를 쟁여놓을 때 하는 나의 변명을 이번에 또 써먹어 봤다. 오늘은 설 전이지만 다행히 베이킹 재료 상점은 문을 열었다. 아몬드 가루를 넉넉하게 2팩, 반죽 양이 많을 수도 있으니까 오븐 팬 위에 올리는 테프론 시트도 한 장, 휘핑크림이 간당간당하게 남아있어서 휘핑크림도 하나 사고 비장한 각오(?)로 집으로 돌아왔다. 재료를 사고 나니 '해보는 거야.'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오늘 만들려고 하는 건 바로 벚꽃 마카롱이었다.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면서 예쁜 연분홍색의 벚꽃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노트북을 열어서 쵠실 블로거 님께서 공유해주신 벚꽃 모양의 도안을 다운로드하여 종이에 뽑았다. A4용지 사이즈에 하나는 20개, 다른 하나는 24개를 만들 수 있는 도안 두 개 모두 뽑았는데 내가 볼 레시피는 크기도 사이즈도 다른 우유 마카롱을 만드는 영상을 따라 할 예정이라 벚꽃 모양으로는 양이 가늠이 되질 않아 반죽 양을 보고 팬닝 개수를 정해 볼 생각이었다. 이제 드디어 마카롱을 만들 시간이 되었다. 마카롱은 위, 아래에 있는 과자인 꼬끄 사이에 크림인 필링을 넣어 만드는 데 제일 먼저 '꼬끄' 반죽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몬드 가루와 슈가 파우더를 함께 체 쳐서 그릇에 담아놓고, 계란 두 개를 꺼내서 흰자, 노른자로 분리했다. 흰자만 쓰기 때문에 노른자는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흰자는 보울에 담아 설탕을 넣어가며 핸드믹서로 휘핑을 했다. 평소와 똑같이 휘핑을 하는데도 왠지 긴장이 되었다. 이제 빨간색 색소를 조금 넣어서 머랭을 분홍색으로 만들고 아몬드 가루와 슈가파우더를 넣어서 주걱으로 잘 섞은 뒤 짤 주머니에다가 넣었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한 레시피라 더 긴장이 되었다.

 

색이 너무 예뻤던 머랭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서 20개짜리 도안을 오븐 팬 위에 붙인 후 테프론 시트를 덮고 이것도 움직이지 않도록 테이프로 고정한 뒤 팬닝을 하기 시작했다. 벚꽃 모양은 작은 원형 5개를 짜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20개를 다 팬닝 했는데도 반죽이 꽤나 많이 남아서 새로 산 테프론 시트에 24개 도안을 깔아서 팬닝 했더니 24개가 완벽하게 채워졌다. 첫 번째에 조심스럽게 하느라 양을 적게 팬닝 한 것 같았다. 그다음엔 아주 작은 구슬 같은 흰색, 하늘색 스프링클을 가운데에 세 개 정도 뿌려서 수술처럼 보이게 장식을 했다. 이제 겉면에 손이 닿아도 묻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말린 뒤 오븐에 넣어야 하는데 이 말리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정확히 몇 분을 말리는지도 나와있지 않아서 충분한 시간을 갖기로 하고 그 사이 마카롱 필링에 들어가는 우유 크림을 만들기로 했다.


-(2)로 넘어갑니다.



 테프론 시트 두 장에 20개 / 24개 팬닝을 했어요.

두근두근! 과연 마카롱은 잘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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