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순댕 Nov 08. 2020

[그빵사]7. 로띠보이st 모카번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손에 감긴다.


흰색의 강력분에 설탕, 이스트, 소금을 넣고 섞은 뒤 따뜻한 우유를 넣고 가루가 점토같이 될 때까지 손으로 눌러준다. 처음에는 하도 안 뭉쳐져서 과연 반죽이 되나 의심이 들었지만 서늘했던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시간이 흐르면 내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동그랗고 연노란색의 반죽이 만들어진다. 


홈 베이킹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감촉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껴보았을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따뜻하고 물렁한 촉감이란 기억하는 한 요 근래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커피번 원데이 클래스를 들은 적은 있지만 반죽은 기계로 했기 때문에 별로 만져보지는 못했다.)

새삼스럽게 그동안 딱딱하고 차가운 쇳덩이만 만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트북과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시간이 남으면 핸드폰으로 누워서 퍼즐게임을 한다. 책을 읽거나 펜으로 다이어리를 쓰긴 하지만 모두 다 딱딱한 건 마찬가지였다.


평소 생활 속에도 내 손끝엔 언제나 펜, 화장품, 숟가락, 컵, 스위치 등만이 닿고 있었다. 그러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 반죽이 처음 손에 닿았을 때의 기분은 사뭇 달랐다.


이제 반죽을 따뜻한 곳에 넣어 1시간 동안 발효를 하면 2배로 몸을 키운다. 그다음 쿠키 반죽을 달팽이 모양처럼 동글동글하게 올려놓고 뜨거운 오븐에 넣어서 15분 동안 돌려주니 커피 향이 솔솔 나는 뜨끈뜨끈한 커피번이 완성이 되었다.

살짝 식힌 다음에 따뜻한 커피 한 잔 과 함께 한 입을 베어 무니 로띠보이와 얼추 비슷한 커피번을 맛볼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처음치곤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빵을 만들 때의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했다. 정성스럽고도 따뜻한 빵이 몸속으로 들어가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번 만들기 사진들


가루가 모여서 반죽이 되고, 따뜻한 곳에 놓았더니 두 배로 부푼 반죽이 귀엽다.

쿠키 반죽이 흘러내려 빵 반죽을 덮는다.

킁킁킁... 어디서 모카번 냄새 안나나요? 킁킁킁

작가의 이전글 [그빵사]6. 있는데 안 하는 거랑 없어서 못하는 거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