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순댕 Nov 07. 2020

[그빵사]6. 있는데 안 하는 거랑 없어서 못하는 거랑

차원이 다른 문제지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엄마께서는 내가 재료들을 사려고 하면 꼭 옆에서 한 마디 보태신다.


"그거 몇 번 하고 말 텐데, 대충 다른 걸로 써."


물론 엄마의 말씀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나는 우리 집에서 유명한 취미 유목민으로 어렸을 때부터 색종이던, 십자수 실이던, 스티커던 간에 한 번 빠지면 재료들을 왕창 사놓고 금세 질려서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습관이 있었다. 내 방 베란다엔 미싱도 있고, 포장 재료들도 있고, 라탄 재료들도 있다. (나중엔 취미 용품만을 모아둔 취미방을 만들어보고싶은 꿈도 있다.)


하지만 빵을 만드는데 드라이 이스트가 필요하고, 티라미수를 만드는데 마스카포네 치즈가 필요한 거 아닌가. 있어서 안 하는 거는 나의 선택이지만 없어서 못하는 거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마트를 갔는데 베이킹 재료들이 한 코너에 모여 있었다. 코코아 파우더, 박력분 등 재료들을 사는데 인스턴트 이스트가 눈에 띄었다. 처음 베이킹을 시작할 땐 빵을 만드는 제빵보다는 케이크, 타르트 등의 제과 쪽에 관심이 더 많았기에 이걸 써보겠나 싶었지만 생각보다 저렴하기도 했고(약 2,500원) 유통기한도 22년으로 길어서 일단 사두면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2531번의 번뇌 끝에 이스트를 구매했다. (고민을 안 한건 아님)

생각보다 그 시간은 빨리 왔다. 세 번째 홈베이킹으로 로띠보이 st 커피번을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갑자기 커피번이 먹고 싶어서 찾아보니 드라이 이스트, 커피 가루 등 집에 있는 재료들로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상 드라이 이스트가 가장 필요한 재료였기에 사둔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장비병이 걸린 사람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인 것 같긴한데 아무튼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건 참 좋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빵사]5. 다음엔 뭘 먹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