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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Nov 10. 2020

[그빵사]9. 머랭 쿠키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머랭 쿠키는 왜 비싼 걸까?


한 번은 디저트 가게에서 머랭 쿠키를 사서 먹고 있다가 문득 궁금해서 레시피를 찾아보았는데 계란 흰자에 설탕만 넣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재료도 얼마 들어가지 않는 것이 왜 이리 비싼걸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엔 마카롱 가격에 버금가는 머랭 쿠키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난번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놓고 남은 흰자에다가 처음 만들 땐 설탕보다 더 고운 슈가파우더를 쓰면 좋다고 해서 슈가파우더를 넣었다. 그리고 예전에 어느 가게에서 사 먹었던 머랭 쿠키는 비린내가 난 것이 기억이 나 찾아보니 계란 냄새는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으면 된다고 해서 레시피엔 없지만 그것도 몇 그람 넣어주었다.


핸드믹서가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 남을 때까지 돌려주고 반죽을 들었을 때 뿔 모양이 생기면 머랭 완성! 

처음 재료 살 때부터 벚꽃모양 머랭쿠키를 염두해두고 사 놓았던 벚꽃 깍지를 낀 짤 주머니에 반죽을 넣고 오븐팬에 꽃 모양을 짜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랭이 덜 된 건가, 예쁜 꽃 모양이 되지 않고 뭉뜩하게 뚠뚠한 오각형이 되는 게 아닌가. 유튜브를 볼 땐 그렇게 쉬운 일이 없더니 이것도 다 숙련된 기술에서 나오는 거였구나 싶었다.

벚꽃 머랭으로 팬을 가득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팔이 아파오기 시작할 무렵에는 모양이 어떻든 간에 대충대충 짜기 시작했다. (베이킹을 할 땐 팔과 손목의 힘이 장사여야 한다.) 레시피 영상을 보니 이제 오븐 팬을 9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무려 60분을 돌리면 완성이 된다고 하는데...


'60분...?'


다시 한번 눈을 씻고 봐도 60분이었다. 왜 이렇게 오븐을 오래 돌리는 걸까. 지금까지 한 베이킹은 짧게는 10분, 길어봤자 20분 이내였다. 설명을 보니 낮은 온도에서 말리듯이 굽는 거라고 한다. 세상에. 재료가 간단하다고 해서 모든 게 쉬운 건 아니었나 보다.


60분이 지나 오븐에서 꺼내 식힘망에다가 테프론 시트 채 올려 식히고 난 후 하나를 집었보았더니 아직 찐득찐득했다. 표면은 윤기가 흐르듯이 꽤나 매끈하게 잘 나왔는데 내가 아는 마카롱 집에서 사 먹는 머랭 쿠키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 입 먹어보니 치아에 아래 위로 쩍쩍 달라붙어 나중엔 껌처럼 되었다. 권장시간대로 구웠지만 이건 덜 됐다 싶어 다시 오븐에 넣고 더 돌렸더니 매끈했던 머랭의 표면이 쭈굴쭈굴해져서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오븐에서 꺼내 말려주었다.


'머랭 쿠키가 생각보다 쉬운 과자가 아니었구나.'


충분히 식힐 대로 식힌 후에 하나를 입에 넣었더니 ‘바삭’ 소리가 나면서 식감은 알던 그대로의 머랭쿠키가 되었지만 너무 달았다. 혹시 설탕 대신 슈가파우더를 쓴 게 잘못된 거였을까? 디저트 가게에서 가장 많이 질문을 받는다는 ‘많이 안 달고 맛있는’ 머랭쿠키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가게에서는 이러한 고민 끝에 가장 식감도 좋고 맛도 좋은 머랭 쿠키를 선보이고는 구나 싶었다.


바구니에 예쁜 꽃무늬 종이를 넣고 머랭 쿠키를 담아 가족들에게 주었더니 생각보다 맛있게 먹어주었다. 너무 달아서 다 먹진 못해서 반찬통에 넣어 냉장 보관했더니 다음날 다시 이에 쩍쩍- 달라붙어서 그냥 다 버리고 말았다. 이건 보관도 까다롭구나...


만들기 전엔 글로만 읽었을 땐 그저 간단한 몇 줄의 레시피였으나 실제로 해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예민한 아이였던 머랭 쿠키는 비싼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던 하루였다.





*머랭쿠키 사진들


반죽을 만들어 벚꽃 깍지를 사용해서 팬 위에 짜서 오븐에서 60분!!

너무 오래 돌렸더니 쭈굴쭈굴해졌다. (위에 올라간건 흰색 머랭이 심심한 것 같아 금가루를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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