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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한솔 Mar 25. 2024

추억과 낭만의 고장 <논산>, with 딸기축제

이제는 육군훈련소의 기억을 놓아줄 수 있겠다.

여행일자 : 2024. 3. 23.(토)~24.(일)


당신에게 논산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필자는 20살의 크리스마스 다음 날 육군훈련소에 입소, 5주 동안 훈련받았던 것만이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군에서 얻은 것은 많았지만 사랑하는 가족-친구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불합리와 부조리한 그 환경은 내게 좋지 못한 기억이다. 군 생활 2년간 바깥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모른다.


 그 논산에는 딸기 축제가 유명하고 열린다고 해서, 축제 볼 겸 방문했다.




논산 딸기축제

축제는 예상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앙 무대가 있고 그 주변으로는 긴 행렬의 다양한 부스가 반기는, 여느 축제와 비슷한 형태와 패턴이었던 것. 다만, 딸기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했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딸기빵, 딸기 막걸리, 딸기 굿즈, 딸기 케이크 그리고 찐 딸기 등 딸기 천국이더라. 제대로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딸기 브런치 대회도, 대형 로봇이 음성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먹거리도 많았는데, 딸기주스, 떡볶이를 사 먹었고, 딸기 막걸리, 딸기 잼, 와인 등은 시식 및 시음을 했다. 이것저것 먹다 보니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배가 불렀다.


딸기 축제 현장에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대전의 명물 대전 성심당 부스에는 대기줄이 길었는데 그보다 더 대기가 길었던 것은 "딸기 오모찌" 였다. 사는 데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원래 같았음 당연히 줄 서기를 포기했을 텐데 일정이 여유 있었고, 사람들이 가장 찾는 것이라 먹어보고 싶었다. 그 정도 기다릴 만한 가치는 없었지만 맛있긴 했다. 모두들 각종 딸기 및 딸기가 첨가된 제품을 양손 가득 사더라. 논산 딸기는 거의 모두가 샀던 듯.


딸기빵, 딸기 오모찌, 킹스베리 딸기

기차 타고 논산역에 와서 논산 시내에서 쏘카 빌려 여행을 했는데 결국에는 다시 기차 타고 상경해야 하는  상황이라 물건을 많이 사진 못했지만, 줄 서서 기다린 딸기 '오모찌'(1인당 4개 한정 판매), '딸기빵', '킹스베리 딸기' 등 한 번도 안 먹어 본 것 위주로 샀고 만족스러웠다.

 축제를 떠날 때는 인파가 훨씬 더 많아져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버스 타고 쏘카를 대여한 지점에 가려했는데 버스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3km 조금 안 되는 거리를 그냥 걸어갔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탑정호 출렁다리

비교적 근래인 2020년에 완공한, 논산에서 가장 유명한 스폿 중 하나가 된 탑정호 출렁다리! 탑정호와 이 일대의 생태공원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도 될 정도로 시간 보내기 좋은 장소였다. 물론 이날은 날씨가 나쁘지 않았지만 다소 나빴더라도 일단 물은 어디 안 가기에, 물 보고 주변을 걷고 벤치에서 쉬고. 이렇게만 해도 힐링이 절로 된다.


자리에서 엉덩이를 뜨기가 싫었지만, 메인 스폿인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 일어났다. 요즘 많은 지역에 출렁다리가 설치돼 있지만 물 위의 출렁다리는 처음 경험했다. 바로 전 날 산에 있는 출렁다리를 건널 때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훨씬 더 안정감이 들었다.

반은 철제, 반은 나무로 구성된 바닥이 예뻤고 일부는 유리로 돼 있어 아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한가운데 지점에는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한참을 물멍 했다. 다리를 완전히 건너간 뒤 다시 되돌아 건너왔다. 인산인해 가득했던 딸기 축제 구경하면서 진이 빠졌었는데, 탑정호에서 회복했다.


남녀노소가 다양하게 방문한 탑정호는 확실히 논산의 대표 관광 플레이스였고, 논산 방문한다면 가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이번 여행지의 숙소는 처음으로 펜션이었다. 딸기 축제 여파로 모텔을 구하기 힘들어서였는데, 오히려 저녁과 아침까지도 인근 마트에서 산 재료로 해 먹으니 좋더라. 그리고 이곳 펜션이 있는 펜션 마을은 연무대, 즉 19년 전 입소했던 육군훈련소 바로 옆 이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고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강경 포구

여행 가면 늘 이곳저곳 많이 들리고 싶어 패키지여행 같은 자유 여행을 했지만, 이번에는 한 곳에서 어느 정도 머무르기 좋은 지역만 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강경 포구와 옥녀봉공원, 강경 근대문화거리다.


조선 3대 시장을 나의 고향에 있는 대구 서문시장 외에는, 정확히 잘 몰랐었는데 평양과 함께 이곳 강경의 시장이 과거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상권이 발달했단다. 서해안에서부터 금강을 타고 강경 포구까지 배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1845년 김대건 신부가 탄 '라파엘호'가 중국에서 귀국 시 제주도를 거쳐 강경포구로 왔다고 한다.


그렇게 규모 큰 항구였는데 지금은 너무 고요해서 서글픈 마음도 들았다. 아무쪼록 강 주변에 높은 건물, 즉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탁 트여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금강이 굽이쳐있고 논산천과 만나는 전망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인 '두물머리'가 연상됐다.



옥녀봉 공원

포구 옆 언덕 혹은 작은 산에는 옥녀봉공원이 있다. 소금산 문학관을 지나 높지 않은 산의 정상이 옥녀봉인데 중간 지점에서도 충분히 조망이 아름다웠고, 옥녀봉에서도 역시 대단했다.

일출과 일몰 명소로, 옥녀봉에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볼 때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이 가더라. 이 작은 공원 일대에 의외로 볼거리도 많았다. 논산출신이자 강경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소설가 박범신의 소설 [소금]에 나오는 소금집과 기독교 한국침례회 최초 교회이자, 'ㄱ'자 교회 터 자리에 당시 초가집 모습의 교회를 재현한 집도 있었다.


작은 산에 예상외로 여러 볼거리가 있었고, 힐링스폿도 많았다. 이번 논산 여행지는 그마다의 매력이 있어 어느 곳이 제일 좋았다고 말하기가 힘들지만, 억지로 꼽자면 강경포구와 옥녀봉 공원을 말하겠다. 충분히 시간 보낸 뒤 마지막 행선지인 근 거리의 강경 근대문화거리를 찾았다.



강경 근대문화거리

실은 아직은 근대문화거리는 볼거리부터 해서 다소 부족했다. 인천, 군산, 대구, 서울 등 도시와는 비교가 불가하다. 그럼에도 이런 거리를 조성해 나가는 점은 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거리의 건물들 일부가 옛 근대건물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각 건물에는 주로 상점들이 입점해 있었다.


'홍교리'라는 중식당은 인테리어가 감성적이었는 데다가 시그니처인 홍교리면과 우삼겹면이 아주 맛있었다. 인근의 감성 카페 '갱갱' 건물의 외관과 내부도 예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유일하게 옛 모습을 하고 있는 강경 구 연수당 건재 약방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돈의문박물관마을이 떠오르지만 그보다 규모가 압도적으로 작은 강경구락부도 겸사겸사 볼 만은 했다. 강경호텔은 내부 출입이 제한됐는데 실제로 숙박객이 머무르는 중이라고 해 놀랍더라.





탑정호와 강경 포구 일대는 관리가 참 잘 돼 있었다. 그 모습에서 논산시와 지역민들이 자신의 지역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상 깊었다.

"추억과 낭만의 도시"라는 논산시의 문구를 봤는데 공감이 됐다.


 이제는 논산 하면 더는 연무대 육군훈련소가 먼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육군훈련소의 기억을 놓아줄 수 있는, 새로운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논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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