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한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내가 바이올리니스트 이강일 선생을 처음 본 것은 30년 전쯤의 베데스다 콰르텟 연주회에서였다.
0화 어느 예술가의 삶
그는 예술의 전당 무대 위의 연주자로, 나는 바이올린 전공생이자 객석의 관객으로.
그는 내 스승의 동료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당당하고 올곧은 소리를 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나의 스승이자 그의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박평섭의 죽음을, 한 젊은 예술가의 가슴 아픈 죽음을 함께 슬퍼했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한 직장에서 선후배로, 동료로 12년을 함께 음악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 대선배와 함께 예술을 만들어 내며 보고 느낀 것은 음악가에겐 음악을 대하는 겸손함과 표현하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드러나지만 드러나지 않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은 완벽하게 준비되고, 파트너와의 밸런스, 다른 파트들과의 믹싱을 연구하고 맞춰나가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가 깊은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울림이 다르다.
23년간 정든 무대에서 퇴직한 선배는 우리의 연주를 빠짐없이 보러 오셨다. 다른 어떤 관객보다도 애정을 가지고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었다.
그는 직장에서 퇴직했을 뿐, 오히려 더 깊은 예술의 길 위에 있었다.
문득. 나는 그의 인생이 궁금했다. 삶의 비결이 무엇일까.
선배 안에는 무엇이 있길래, 고단하고 힘든 인생 가운데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불타는 열정을 뿜어내며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몇 날 며칠을 묻고 들은 그의 인생.
그는 고난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가지지 못한 것에 낙심하지 않고, 가진 것을 가장 환하고 빛나게 갈고닦아 세상의 거울로 내놓았다.
1956년에 태어나 소아마비를 앓고, 재활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서 40년 가까이 무대에서 연주하고 퇴직한 후 지금까지 연주자로 교사로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강일의 삶을 들어보겠는가?
이제 그의 삶과 음악을 모두에게 들려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