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을 정리하며
나는 투자를 좋아한다. 투자는 단순히 재산을 확장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지만, 나는 그 투자가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가 재미있다. 어떤 회사, 사업을 이해하고, 사업의 내재 가치를 추정해 보는 그 과정이 나는 일종의 게임과 같아서 재미있다. 그 결과인 수익률이라는 것이 커진다면 당연히 돈을 벌어서 좋지만, 돈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내 계산이나 추정치가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이 즐겁다.
여러 책을 보다 보면 각자의 투자에 대한 신념이 있다. 투자는 진입장벽이 낮다. 누구든 시작할 수 있고, 누구든 고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잘한다’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좀처럼 많지 않다. 투자는 어떤 사업에 대한 이해나 금융 지식으로만 이루어질 것 같지만, 결론에 다다르면 인간에 대한 심리와 자기 고립과 같은 철학적인 영역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저명한 투자자들의 책을 보면서 여유롭게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되도록 원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서 원문으로 책을 보는 편이다. 이런 책을 보면 단순히 투자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태도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메모한 것들 중에서 최근 몇 권의 책을 보면서 기억에 남은 몇 가지 포인트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주방에 바퀴벌레가 한 마리만 있는 경우는 드물다.
투자할 때 작은 문제를 하나씩 ‘괜찮겠지’ 하고 넘기다 보면, 어느새 큰 문제처럼 회사 전체를 갉아먹는 경우가 있다. 작은 위험 신호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마라
투자나 경영에서 장기적인 관점은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장기로 보자’라는 말로 현재의 상황이나 실수를 정당화하는 도피처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장기적 관점은 지금 당장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당장의 문제를 장기적이라는 핑계로 해결하려 하지 마라.
지식 부족은 죄가 아니며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능력이 필요한 자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그 분야에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능력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자리에는 그 분야에 숙련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서로 잘하는 것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그것은 조직의 힘이다.
퍼레이드에서 모두가 공연을 잘 보려고 모두 발을 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시장에서 모든 플레이어가 같은 전략을 쓰면 결국 그 이점은 사라진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원가적인 측면 등 차별화된 시야와 행동이 중요한 이유다. 모든 회사가 원가를 개선한다면 시장의 판가가 낮아져 아무런 효과가 없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모든 참여자가 같은 상황을 바라본다면 성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논리는 우리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
때로는 어느 배를 타느냐가 성과를 가른다.
경영 실적은 노를 얼마나 잘 젓느냐보다 때로는 어떤 배를 타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시장, 잘못된 업종, 잘못된 파트너를 선택하면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어도 결국은 한계가 있다.
인생은 주가 그래프만 보는 것이 아니다. 온종일 주가 등락만 지켜봐야 한다면 인생에 의미가 무엇이 있을까?
안전마진이 별로 없는 투자나 시세 변동에 따른 투자를 해야 한다면 시세 변동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종일 그래프만 들여다보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이유이며 주가 그래프만을 추종할 이유는 없다. 시세에 정신을 연동하지 말고 인생에서 더욱 의미 있는 활동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자.
투자에 있어서 큰 성공을 하는 것보다, 후퇴하지 않는 작은 성공들이 중요하다.
수학적으로 아무리 큰 수라도 0이 한 번만 곱해지면 결과는 0이 된다. 지금까지 아무리 좋은 성과를 냈어도 한 번의 커다란 실패나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것이 뒤집힐 수 있다. 항상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
섣부른 확신은 현실에서 독이 된다.
결론을 놓고 거꾸로 그 근거를 찾아가는 방법은 위험하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 종종 문제가 된다. 이러한 믿음은 디즈니 영화에서나 실현되나 현실에서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투표소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과 같다.
단기적으로는 군중 심리에 의해서 요동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가치가 반영되는 저울과 같다. 버핏과 벤그레이엄은 주가(시장변동)는 일종의 조울증 환자라고 묘사한다. 이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질수록 우리는 많은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
잘해도 소용없는 일은 하지 말자.
효율성과 집중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그중 성공하더라도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제한적이다. 잘해도 나에게 도움 되지 않는 것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감히 버리면 효율과 여유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