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투자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과연 "승자의 게임"일까, 아니면 "패자의 게임"일까?
우리는 흔히 뛰어난 실력과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 이러한 믿음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1975년도 The Financial Analysts Journal에 실린 Charles D. Ellis. 의 The Loser’s Game를 읽고 몇 가지 주요한 부분을 남겨두고자 한다. 이렇게 오래전에 작성된 글들을 읽으면서 놀라운 것은 1930년대에 작성된 글이나, 1970년대에 작성된 글이나 2025년인 지금 읽어도 이상하지 않고, 인간적인 본성은 그대로 시장에 남아있어 충분히 그 내용이 공감되며 그 본질을 읽어내는 데 있어 흥미롭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고 찰리멍거(Charlie Munger)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어디에서 죽을지 알고 싶다. 그러면 나는 거기에 가지 않을 것이다.
I want to know where I'll die, so I never go there.
Charlie Munger
찰리멍거는 역발상적 사고(Inversion Thinking)를 강조하곤 했다. 어떻게 성공할까를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실패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피하는 방식이다. 찰리멍거는 최고의 주식을 찾으려고 하기보단, 가장 위험한 실수를 피하려고 했다. 이 원칙은 투자뿐 아니라 사업, 인간관계 등 우리의 삶에 다양한 의사결정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투자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마치 프로 테니스 경기에서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 뛰어난 실력과 철저한 분석, 끊임없는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늘날의 금융 시장은 승자의 게임(Winner’s Game)이 아니라, 패자의 게임(Loser’s Game)이 되어버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더 많이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덜 잃을 것인가?”이다. 그렇다면,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승자의 게임 vs. 패자의 게임: 테니스에서 배우는 투자 전략
투자 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승자의 게임과 패자의 게임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물리학자이자 경영 전략가였던 시몬 라모(Simon Ramo)는 보통 사람을 위한 비범한 테니스(Extraordinary Tennis for the Ordinary Tennis Player)에서 "테니스는 두 가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승자의 게임(Winner’s Game): 프로 테니스
프로 선수들은 더 많은 포인트를 따내며 이긴다.
강한 샷과 정교한 플레이가 경기의 승패를 결정한다.
실수가 거의 없으며, 게임의 결과는 더 나은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 달려 있다.
패자의 게임(Loser’s Game): 아마추어 테니스
아마추어들은 더 많은 실수를 하며 패배한다.
공을 네트에 걸거나, 아웃을 내거나, 서브에서 더블 폴트를 하는 실수로 경기가 결정된다.
게임의 결과는 누가 더 적은 실수를 하는가에 달려 있다.
테니스에서 승리하는 법
프로 선수들은 공격적인 전략으로 점수를 얻는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실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
즉, "승자의 게임"에서는 잘해야 하지만, "패자의 게임"에서는 덜 망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 투자 시장은 어떻게 패자의 게임이 되었는가?
과거에는 투자 시장이 승자의 게임이었다. 1920년대, 유명 기업 임원 존 J. 라스콥(John J. Raskob)은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Everybody Can Be Rich)"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적절한 투자 전략을 따르면 누구나 큰 부를 얻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Great Crash) 이후, 투자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1930~40년대
시장은 패자의 게임이 되었다.
투자자들은 자산을 보존하는 것에 집중했고,
채권 중심의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주류가 되었다.
1950~60년대
강세장이 돌아왔고,
월스트리트에는 야망 넘치는 젊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하버드 MBA 출신, 해병대 장교,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 출신들이었다.
그들은 승리를 믿었고, 실제로 승리했다.
하지만, 문제는 승자의 게임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자의 게임은 결국 스스로 붕괴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승리하려고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골드러시가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유다.
1970년대 이후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과거 30%였던 기관 투자자의 시장 점유율이 70%로 증가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개인 투자자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전문가들과 싸워야 했다.
너무 많은 전문가들이 시장을 초과하려 하면서, 시장을 초과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제 투자 시장은 더 이상 승자의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기관 투자자의 85%가 S&P 500을 하회했다. 투자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보다, 더 적은 실수를 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3.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법
1. 자신만의 게임을 하라
투자 원칙을 세우고, 시장의 유혹에 흔들리지 마라.
상대방에게 최대한 많은 실수 기회를 주어라. (시몬 라모)
2. 단순함을 유지하라
불필요한 거래를 줄이고, 포트폴리오 회전율을 낮춰라.
적을수록 좋다. (미스 반 데어 로에)
3. 매수보다 매도에 집중하라
매수 경쟁은 치열하지만, 매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1년 동안 겪을 가장 큰 문제들은 이미 포트폴리오 안에 있다.
4. 실패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시장에서는 더 노력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운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능력이다.
4. 결론: 최고의 투자 전략은 '최소한의 실수'
오늘날 투자 시장은 패자의 게임이다. 승자의 게임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하지만, 패자의 게임에서는 더 적은 실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과 함께 가는 전략을 고민하라.
너무 많은 거래와 결정을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라.
매수보다 매도를 더 신중하게 고려하라.
투자에서 진정한 승자는, 패자의 게임에서 가장 적은 실수를 한 사람이다.
원문 : THE LOSER’S GAME, The Financial Analysts Journal, Vol. 31, No. 4, July/August 1975, 19-26. New York: Financial Analysts Fede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