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 에필로그
큰아이 어린이집 다닐 때 어린이집 교사와 엄마가 주고받는 수첩이 있었다. 매일 아이의 안부를 가정과 원에서 공유하는 용도였다. 이웃이 나에게 "언니는 수첩에 무슨 글을 그렇게 많이 적어? 난 할 말이 없던데?"라고 했다. 내가 많이 적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떻게 노는지, 오늘 날씨는 어땠는지, 반찬은 뭘 먹었는지 소소한 것들을 적는데 그 이웃에겐 그렇게 보였었나 보다.
십 년 전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공책을 한 권 받았다. 거기다가 독후감을 써 오라는 반강제 글쓰기였다. 책은 읽고 싶었지만 글은 쓰기 싫었다. 게다가 독후감이라니... 우웩.
"꼭 여기다가 써야 하나요?"
"다른 공책 드릴까요?"
"아..니..요. 독후감을 꼭 써야 하나요?"
"네. 그래야 생각이 정리되고, 그래야 토론도 하죠."
신입회원이라 찍소리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 이제 와서 보니 참 잘했다.
나의 글쓰기 역사는 이게 다다. 거창한 일기를 써 본 적도 없고, 그 흔한 육아일기도 안 써 봤다. 블로그 안에서 황금 줄 같은 인연이 닿아 「글, 책_겨울」에 참여한 것이 정식으로 시작한 쓰기다.
이번 글쓰기는 재미있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함께 쓴다는 것이 이런 매력을 가졌구나! 마치 번데기에서 막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 두 눈을 비비며 '띵호아!' 하는 것 같았다. 놀라운 세상을 만났으나 아직 날갯짓은 시작하지 못했다. 겨울을 쓰며 만난 나의 날개는 번데기 안에서 꼬깃꼬깃 접혀있었고 축축하게 보호되고 있었기에 아직 미숙하고 덜 말랐다.
12개의 글을 쓰면서 빳빳하게 펴지고 가실가실하게 마른 것 같다. 이제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