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무 김도영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7회 인터뷰 SMK 산드라강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수수무 김도영 대표님과 연이 닿았습니다. 늘 한 발짝 뒤에서만 바라보다가, 한 걸음 들어가서 보게 된 수수무는 정말 '춤을 추는 물' 같은 브랜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마음의 모양이 정해진 형태가 아닌 것처럼, 수수무의 활동도 흔들흔들 유연하게 나아가지 않을까요? 9월 첫 위체인지마켓 인터뷰 - 수수무 김도영 대표님입니다
수수무(水水舞)는 ‘춤을 추는 물’이라는 뜻입니다. 춤을 추는 물을 상상하면 정말 아름답고 멋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사실 어떤 확고한 철학보다는 이름처럼 흔들흔들 흔들리며 바다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조각배 같은 브랜드라 소개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 한 가지 – ‘쉽고, 멋있고, 실용적인 것을 하고 싶다’ 입니다. 지금은 차양 원단(어닝) 자투리를 이용해 의류, 소품, 생활용품 등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지는 사용한 적이 없는데, 한지 텍스쳐의 원단 제품에 한지 드레스라고 이름을 붙였더니, 누군가 한지를 사용한다고 잘못 쓰신 것 같습니다. 어닝 원단은 아버지 회사에서 취급하는 원단이라 친숙했기 때문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닝'은 한국말로 '천막'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세계 1위 차양 원단 회사인 딕슨(Dickson)의 원단 조각들이 그냥 버려지는 것을 보고 아까워서 이것저것 만들어 본 것이 시작입니다. Dickson의 어닝 원단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지고, 내구성이 매우 강하여 90% 정도의 방수와 차양 기능을 탁월히 수행하는 고기능성 산업 원단입니다. 게다가 컬러감까지 참 좋구요
Dickson에서 생산하는 어닝 자투리 (좌) ㅣ 어닝 자투리로 만든 Boring bag (우)
1년 단기 코스하러 갔다가 6년을 있었습니다. 영국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서구 문화에 더 잘 맞는 기질이더라구요. 평생 축농증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코가 뻥 뚫려, 난생처음 제대로 된 산소를 느끼는 기분이 그런 걸까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석사를 하고, 취업하여 주니어 디자이너로 3-4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직업도 있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어 영원히 영국에서 살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고, 한편으로는 너무 무서운 기분으로 몇 년을 지낸 듯싶어요. 한 번은 한국에 갔다가 영국으로 돌아오는데, 공항 입국 검사원이 저한테 도장을 찍어주며 'Welcome home' 이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그때 그 공포감과 복잡 미묘한 기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우울증이 오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심리적으로 한국에서 너무 멀리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돌아와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끄적끄적 시작한 것이 수수무 입니다
영국만 꼭 집어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고, 유럽이나 미국엔 상업적으로 성공해 자생력으로 살아남은 친환경 디자인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한국 브랜드들은 아직도 뭔가... 착함을 내세워 고객을 설득하려는 부분이 있고, 롤모델로 삼을 만한 상업적으로 성공한 친환경 브랜드가 없는 것이 저 같은 작은 디자이너에겐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하는 정말 잘하는 디자인 브랜드들을 많이 보게 돼요. 이제 영국보다 한국의 디자인 산업 미래가 더 밝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 디자인 산업은... 디자이너만의 노력으로는 힘들고,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변해야 성장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흠... 어릴 때 꿈이 무척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언어영역만 너무 잘해서 언어를 이용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카피라이터 같은 것을 꿈꿨던 기억이 납니다. 원래 광고 관련 과로 대학을 진학하려 했는데, 원하는 학교의 관련 학과에 들어가기에는 점수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두 번째로 잘하는 옷 입기에 관련된 의류디자인과에 진학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성향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나 산업 디자인, 건축 디자인 같은 것에 훨씬 잘 맞았구나를 알겠더라구요. ㅎㅎ
대단한 것은 없구요, 일부러 저공해 차량을 구입해 운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샤워나 설거지를 하면서 물을 계속 틀어놓는다거나 모든 곳에 불을 켜 놓는 걸 자제해요. 관리비 때문이라기보다, 북극에 있는 귀여운 곰들을 위해 이것이라도 내가 해주자 하는 마음 때문에요 ㅎㅎ 그리고 육류도 매일 삼시세끼 먹지 않으려고 해요. 동물을 공장의 제품 찍어내듯 교배해 만들어내고, 그걸 죽여서 끝도 없이 먹는 지금의 시스템...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나 이상한 기후를 보면, 지구가 우리에게 값을 지불하라고 본격적으로 묻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품을 구매할 때 불필요하게 해주는 과대 포장은 사양하고 그냥 물건만 받아서 가방에 넣어오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평소 습관에 젖어 그렇게 하는 걸 자꾸 까먹어요. 쓸데없이 잔뜩 포장해와서 집에 오면 다 버리게 되니까요ㅠㅠ 수수무를 통해서 여러가지 친환경적 디자인 시도를 하고, 패키징에 불필요한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제가 그래도 여러가지 하고는 있네요 ㅎㅎ
사실 수수무를 처음 시작할 때 지속가능한 컨셉을 잡은 것은 세계적 트렌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미래에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그래서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 까 했습니다 ㅎㅎㅎ 착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라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착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브랜딩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오그라들어요... (너무 직설적이라 죄송합니다 ㅎㅎ)
우선 건강해야 하고요. 부자 수수무, 부자인 제가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친환경 브랜드 이런 것도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회사가 해야 영향력을 많이 끼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ZARA 같은 브랜드가 전격적으로 모든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꾼다고 가정해 보면, 그들이 끼칠 수 있는 영향력과 그냥 동네 작은 브랜드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차원이 달라요. 자기 한 달 살 돈도 불안정하면서, 친환경 디자인한다고 어렵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돈이 세상 최고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거든요
요즘 저희와 협업하고 있는 표뵤뵤(pyobyobyo) 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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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무는 위체인지마켓 입점 브랜드는 아니지만,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수수무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