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압착방식으로 버려진 비닐을 되살리는 H22(희) 장우희 대표 인터뷰
9회 인터뷰 오버랩 박정실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H22 장우희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H22(희)는 쉽게 쓰고 쉽게 버리게 되는 비닐봉지(plastic bag)에 주목하여, 디자인과 내구성을 개선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급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황폐해지고 있다는 뉴스 많이 접하시죠? 업사이클을 통해 문제 해결에 애쓰는 장우희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희는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비닐봉지의 소재적 특징을 활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작년 이맘 때쯤 론칭했고, 처음에는 가방, 지갑, 의류 등의 패션 악세서리로 시작했는데, 점차 인테리어, 리빙 소품 등 소재의 적용범위를 넓혀가는 중입니다. 쓰레기로 치부되던 비닐을 활용하여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섬유공예를 전공하면서 새로운 작업을 고심하다가 우연히 ‘비닐’이라는 소재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특히 해외에서 그 나라의 비닐봉지를 모아오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외국은 한국보다 색깔, 타이포, 디자인이 특이한 비닐봉지가 정말 많거든요. 어느 날 그동안 모은 비닐을 정리하는데, 그 각양각색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이 비닐을 사용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중 비닐의 열가소성을 활용해서 여러 겹의 비닐에 열과 압력을 가해 한 겹의 새로운 원단으로 만드는 ‘열 압착 기법’을 작업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가볍고 방수성이 강한 비닐의 소재적 장점은 살리면서, 잘 찢어지고 늘어나는 성질을 극복한 소재가 탄생하게 됩니다. 열로 인해 자연스럽게 비닐 표면이 수축하면서 생기는 불규칙적인 주름들은 마찰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고, 또 그 자체로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요. 그래서 희의 제품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분들은 보통 ‘이거 한지에요?’, ‘무슨 가죽 쓰셨어요?’라고 물어보시곤 하는데요. 비닐이지만 비닐 같아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어요. 비닐뿐만 아니라 다른 플라스틱 소재를 조합해 제가 원하는 두께, 질감, 색상, 디자인을 가진 다양한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제작 과정의 큰 장점이자 재미라고 할 수 있어요
비닐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한 희의 제품 제작 첫 단계는 비닐 수집후, 사용할 수 있는 비닐과 없는 비닐을 선별하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인 비닐은 소재에 따라 PVC, PE, PP, PS 등 그 종류가 다양한데, 이중 연소할 때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PP, PE 비닐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들어지는 과정, 분해되는 과정 모두 안전하고 친환경적이어야 하니까요. 힘든 점은 재료의 수급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선 균일한 퀄리티의 안정적인 소재 수급책이 필요하고, 이것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형태의 비닐 소재를 여러 분야로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하나는 이집트 카이로의 리폼 스튜디오입니다. 나일강을 오염시키는 주범 중 하나인 비닐봉지를 얇게 잘라 직조해서 플라스텍스(Plastex)라는 원단을 만드는 곳이죠. 정식원단 인증을 받아 자체 제품을 제작할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여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버려지는 소재의 사용주기를 연장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기업의 성공적 사례인 것 같습니다. 희도 점차 소재활용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실험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패션 뿐 아니라 가구, 조명 등의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터넷 택배와 배달음식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기사를 읽고 다시 한번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택배 대신 가까운 재래시장에서 장바구니를 사용해 물품을 구매하고 배달음식 대신 직접 요리를 해먹으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으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의 작업을 통해 대중에게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 4억여 톤이고, 한국은 63개국중 플라스틱 사용량 2위 국가입니다. 서울시는 2018년 플라스틱 프리 도시를 선언하고 다양한 플라스틱 사용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플라스틱의 사용량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죠. 현대 사회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이제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소재를 ‘골칫덩이 쓰레기’로 일단락하지 않고 가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어요. 충분히 그럴만한 장점을 가진 소재고요
저스트프로젝트 이영연 대표님을 뵙고 싶습니다. 다양한 쓰레기를 소재로 일상의 제품들을 만들고, 이에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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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2도 곧 위체인지마켓에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지속가능 윤리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H22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