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 대하여 I

피하는 사람들

by 그래도


1. 갈등은 관계에서 자주 생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도 바로 말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자고 넘기고, 상황을 보자고 미루다 보면 시간이 지나갑니다.

2.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대화도 이어지고, 관계도 그대로입니다. 갈등이 없는 상태는 관계를 안정적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분위기도 부드럽고, 불편한 순간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대화는 조금 달라집니다. 말을 한 번 더 고르게 되고 표현은 조심스러워지고, 이야기는 안전한 범위 안에서만 오갑니다.

3. 사람들은 갈등보다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을 더 불편해합니다. 의견의 차이보다, 그 차이로 인해 생길 거리감을 더 걱정합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자신의 감정을 뒤로 미룹니다. 갈등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두는 방식입니다.

4. 문제는 갈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 남는다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그 관계에는 말하지 않은 것들이 쌓입니다.

어느 순간 관계는 편안하기보다 조심스러워지고, 가까운 사이이지만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유지됩니다.

5. 아무 일 없는 관계가 항상 편안한 관계는 아닙니다.

갈등을 피하는 관계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불편함뿐 아니라 솔직함도 함께 줄어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는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이 점점 작아집니다.

6. 우리는 갈등을 피함으로써 관계를 지킨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선택이 관계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을 지우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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