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 공간이 조금 부족해서 500미리 콜라병 하나 정도는 손에 들고 가기로 결정했을 때,직원에게서 들은 말은
Can?
콜라병을 쥐고 있는 나에게 can이라고 했다.
캔콜라 원하냐고? 무슨 의미지?
동공에 지진이 나고 있는 나를 향해 직원은 다시 한번 묻는다.
Can? Can not?
대답이 없자 내 손에서 콜라를 뺏은 다음 비닐봉지에 담은 뒤 내민다.
방금의 Can은
"Can you carry it? Do you need any plastic bag?"(들고 갈 수 있어요? 비닐봉지 더 필요해요?)의 의미였던 것이다.
저 긴말을, Can이라는 조동사 하나로해결하다니..
Amazing!! 놀라움 그자체였다.
알고 보니 'Can' 은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상당히자주 쓰이고 있었다.
이를테면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이버스가 오차드로드로 가요?'(Does this bus go to Orchard Road?)라고길게 질문할 필요가 없다.
Orchard road! Can?이면만사 오케이다.
얼마 전에는 택시를탔을 때길가에서 내리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can! can!이라고 하며 엄지를 들어 올리며 웃으셨다.
그랬다.
Can 은 Of course ,Confirm의의미도 있었다.
대체 싱가포르에서 Can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일까?
재미있는 이미지를 하나 첨부한다.
그들은 Can 에 중국어,타밀, 말레이어 등을 덧불여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영어에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더해 싱글리쉬(singlish)라는 장르를 추가했다.
싱글리쉬는 마치 두리안 같다.
처음 맛보면 이상하고 괴이하지만 한번 그 맛을 느끼게 되면 자꾸 끌리는 두리안처럼 싱글리쉬도 매력이 넘친다.
그들이 싱글리쉬를 사용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싱가포르가 영국에게서 독립할 때만 해도 영어사용 인구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독립 후 싱가포르가 선택한 실용주의는 영어를 미래 산업 언어임을 인정했다. 영어를 기본 언어로 하며 모국어를 추가로 배울 수 있게 하는 싱가포르 로컬 교육은 실용주의정책의 일환이다. 때문에 90년대 들어 싱가포르 사람들의 90프로 이상은 영어를 기본으로 한 이중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접해서 각국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 사람들대부분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인도식 영어나 영국 발음들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여러 언어와 문화 속에 공존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3년 동안 거주하며 솔직히 영어실력이 많이 향상된건 아니지만 언어를 폭 넓게 이해하는 안목은생겼다.특히 출신이 드러나는 악센트는 굉장히 매력적으로다가온다. 누군가'Are you korean?'이라고 묻는다면한국인 특유의 악센트를 들켜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 나를 잘 이해하네 라고 기뻐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대체로 그렇게악센트를알아보는 사람들은 상대와소통하기 위해 언어 속도를맞춰주고 쉬운 단어를 골라 사용해주는 친절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