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휠체어는 양쪽의 뒷바퀴를 자신의 양팔로 밀어 움직인다. 장애인 마크에 등장하는 장애인은 이 수동휠체어를 타고 있다. 우리가 통상 보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요양용 휠체어는 단순한 디자인에 가격은 20만 원 정도지만, 휠체어를 몸의 일부로 삼고 살아가는 지체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휠체어(활동형)는 그 디자인이 훨씬 다양하고 무게도 가볍다. 가격은 100만 원에서 500만 원이 넘는 것 까지 천차만별이다. 독일과 일본의 제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주로 경쟁한다.
나는 약 20년 정도 수동휠체어를 사용해왔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휠체어를 구매했다. 잠깐 동안 병원에 입원하거나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는 일이 아니라면, 휠체어를 신체의 일부로 만드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휠라이(wheelie)인데, 앞바퀴를 들어 올리고 뒷바퀴로만 중심을 잡는 기술이다. 휠라이를 할 줄 알아야 작은 턱 정도는 혼자 힘으로 오르고 내려갈 수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는 휠라이를 한 채로 뒷바퀴만으로 경사길을 내려올 수 있는데, 그러면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도 몸의 중심은 수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휠체어에서 타고 내리는 법도 자유로울수록 좋다. 운전을 한다면 혼자 자동차 뒷 좌석에 휠체어를 싣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당연하게 이는 모든 장애인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동휠체어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만든다고 해도, 휠체어를 타는 일은 직립보행을 하는 것보다 대체로 불리하다. 내리막길에서 힘들이지 않고 시원하게 달릴 수도 있지만 오르막길에서 어깨를 이용해 내 몸을 중력과 반대로 끌어올리는 일은 여간 힘들지 않다(덕분에 나는 훌륭한 어깨 근육을 얻었지만, 최근에는 오른쪽 어깨가 빨리 퇴화하고 있다). 또 당연하게도 계단 앞에 무력하다. 인류의 진보는 직립보행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직립보행이 손의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수동휠체어는 손의 자유를 주지 못한다. 커피를 들고, 전공책을 옆에 끼고 우아하게 산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수동휠체어를 타면, 매끄럽고 평평한 건물 내부를 다닐 때를 제외하면 매사에 높은 '전투력'을 유지해야 한다. 별로 힘들지 않다는 표정으로 힘을 내야 하고, 손을 쓰지 않고 필요한 물건들을 요령 있게 옮겨야 하며, 도저히 혼자 힘으로 오를 수 없는 길과 계단을 만났을 때는 유쾌함과 사회성을 최고도로 유지해 도움을 청해야 한다.
말하자면 나에게 수동휠체어는, 전력투구를 하면서도 우아함을 연출하는 기술을 요구한다.
2년 전 전동휠체어가 생겼다. 전동휠체어는 전기력을 동력으로 하여 조이스틱을 통해 움직인다. 사실 수동휠체어가 장애인들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수동휠체어를 이용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들은 많지 않다. 전동휠체어의 발전과 보급, 그리고 전동휠체어가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환경의 정비야 말로 집이나 장애인 시설에서만 머물러 있던 수많은 장애인들과, 점차 근력을 잃어가는 노인들에게는 혁신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전동휠체어 역시 독일이나 일본에서 좋은 제품을 만든다. 나는 보통 수동휠체어를 타지만 전동휠체어도 자주 이용한다. 전동휠체어는 한 손으로 조이스틱만을 움직이면 되므로, 다른 한 손이 자유롭다. 커피를 들고 가을 덕수궁을 산책하는 일이 가능하다. 가파른 오르막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움직인다. 전동휠체어를 타면 주변 환경에 감각이 열린다. 여유롭게 움직이고 이동 자체에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무와 하늘, 공기, 주변의 냄새, 건물들의 색을 구별하며 사색할 수 있다.
이 휠체어의 단점은 너무 무겁고 크다는 데 있다. 통상 100kg이 넘기 때문에(내 몸무게를 더하면 무게는 훨씬 더 나가게 된다), 계단을 만나면 방법이 없다. 누구도 도와주기 어렵다. 배터리의 성능이 매우 좋긴 하지만 충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할 때에는, 내가 잘 아는 곳을 위주로 움직여야 한다. 수동휠체어를 탄 경우라면, 만약 어딘가로 떠난 낯선 여행지에 계단밖에 없더라도, 힘겹긴 하겠지만 주변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올라갈 수도 있다. 반면 전동휠체어는 다시 돌아와야 한다.
전동휠체어는 내가 볼 때 수동휠체어에 비해 '섹시하지' 않다. 물론 내 친구는 그건 휠체어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단호한 표정이었다.
두 휠체어의 특징 때문에 각각의 휠체어를 탈 때 나는 약간은 다른 경험과 생각을 만난다. 우리가 어떤 몸을 가지고 사는가는 우리의 인지구조에 깊은 영향을 미치므로(사실 우리의 몸이 곧 우리의 인지구조라고 말해도 좋다), 두 종류의 휠체어도 내가 세상을 대하고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 셈이다. 수동휠체어를 타고 있을 때 나는 더 불확실한 가능성으로 과감히 나아가며, 높은 '전투력'을 유지해 세상과 맞선다. 반면 극도로 지치고, 주변 세계로 감각을 열지 못한 채 나의 어깨 근육과 앞으로 가야 할 도착점만을 응시한다. 전동휠체어를 타면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기도 하고, 배터리 용량의 한계에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산책을 할 줄 알고, 타인의 짐을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물론 위와 같은 차이를 장애인의 삶과 휠체어의 일반적 특징으로 볼 수 없으며 단지 나의 장애특성과 경험, 성향이 두 종류의 보조기기와 빚어낸 삶의 양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우리가 무엇에 '접속'하는 일이 주는 커다란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휠체어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우리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내게 '전동휠체어 같은' 동반자이고, 다른 사람들은 '수동휠체어 같은' 동반자다. 누군가는 나를 전투력을 발휘해 산이라도 올라가도록 만들고 목표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는 더 섹시하고, 충전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휴식을 허용하지 않고 짐도 들어주지 않으며, 내가 타인을 도울 기회를 주지 않고 나를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