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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가.

나는 엄마다.

by 그린라이트 박도희


요즘 결혼하는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결혼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운다.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결혼 이야기를 꺼내고, 그 대화 속에서 부모와 자녀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혼을 고민하는 미혼들에게 물어보면,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인 문제, 직장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자녀에 대한 걱정도 크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그보다 더 큰 부담은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다.

그런 이유로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으로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좋은 엄마’란 무엇인지 고민할 여유도 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결혼을 늦추는 미혼들은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몰라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미 부모가 된 사람들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육아서를 찾아본다.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다 누군가 "당신은 정말 좋은 엄마예요."라고 말해주면, 그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다.

우리는 ‘좋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너는 글을 쓰거라, 나는 떡을 썰 테니."*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발명의 왕 에디슨,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 맹자의 어머니까지. 우리는 위대한 인물 뒤에는 늘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다고 배웠다.

그런데 정작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엄마들은 모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분들이다. 본인의 생활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왜 내 아이는 나를 떠나는 걸까요?"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치는 엄마들을 볼 때면, ‘좋은 엄마’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좋은 엄마란 무엇일까?"

옛말에 "못난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공부시키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결국 자녀는 부모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무관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적절한 거리’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이와 나를 ‘하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와 나를 분리하지 못하면, 아이가 자신의 길을 가려할 때 상처를 받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코로나 시절을 떠올려보자.
한 공간에 있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고, 오랜만에 만나도 손을 잡지 못했다.

우리도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좋은 엄마는 아니다.
엄마도 스스로를 돌보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는 것보다, 좋은 엄마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우리, 조금만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 보자.
그리고 나와 아이 모두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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