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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하네

훅 튀어나온 속말이야.

by 그린라이트 박도희

‘꼴값’이라는 단어, 참 묘하지. 말속에 뾰족한 감정이 들어 있어. 가볍게 웃으면서 던질 수도 있지만, 때론 단단한 선을 긋는 칼날처럼 쓰이기도 하지.


요즘 ‘값’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 혹은 나 자신의 태도에 대해 이게 과연 맞는 값인가? 내가 받고 있는 대우는 적정한가? 같은 질문이 떠올라서일 거야.

내가 요즘 나의 자리, 내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든.

내 꼴에 대해 생각을 하는 거지.

‘꼴값’이라는 표현은 기대와 실제의 괴리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해.
국어사전에 "자기 위치나 처지에 맞지 않게 과하게 행동할 때" 사람들은 꼴값한다고 말하지.
그런데… 그 기준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언제나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문제이자 웃긴 거야.

뭐, 지극히 주관적인 거잖아.

"꼴값하고 있네"

이 말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그건 아마, 내가 그 말을 툭 던졌을 때 생길 파장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에 달린 것 같아.
혹은, 그 말로 인해 관계를 정리할 용기가 있는지.
‘꼴값’이라는 말은 관계의 경계를 정리하는 말일 수도 있거든.
때론 말보다, 속으로 ‘그냥 꼴값이네…’ 하고 넘기는 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


오늘 저녁 나도 모르게 툭 뛰어나온 말.


"진짜 꼴값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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