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좋은엄마

진짜 좋은 엄마

by 그린라이트 박도희

요즘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자녀를 둔 부모들은 속을 태우고, 명절이면 빠지지 않고 결혼 이야기가 오간다. 하지만 정작 결혼을 고민하는 미혼들에게 물어보면, 단순히 나이가 됐다고 결혼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제적인 부담, 직장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크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서일까?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 뒤에는 ‘과연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크지만, 정작 ‘좋은 엄마’의 정의는 모호하다.

어쩌면 결혼을 미루는 미혼들은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몰라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미 부모가 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좋은 엄마일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전문가의 조언을 찾는다.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다 누군가 "당신은 좋은 엄마예요."라고 말해주면, 그 말 한마디에 안도한다.

우리는 ‘좋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너는 글을 쓰거라, 나는 떡을 썰 테니."

그립고 그리운 아들이지만 아들의 성공을 위해 아직도 멀었다는 자각을 하게하고 다시 집을 떠나게 한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발명의 왕 에디슨,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 맹자의 어머니까지. 우리는 위대한 인물 뒤에는 늘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다고 배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문제와 가족문제로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엄마들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분들이다.

본인의 생활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왜 내 아이는 나의 이런 노력을 왜 몰라주는 걸까요?"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치는 엄마들을 볼 때면, ‘좋은 엄마’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진짜 좋은 엄마란?

"못난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이런 옛말이 있다.
열심히 공부시키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결국 자녀는 부모의 곁을 떠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관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적절한 거리’ 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이와 나를 ‘하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와 나를 분리하지 못하면, 아이가 자신의 길을 가려할 때 부모는 상처를 받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코로나 시절을 떠올려보자.
한 공간에 있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고, 오랜만에 만나도 손을 잡지 못했다.

우리도 아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좋은 엄마’는 아니다.
엄마도 스스로를 돌보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란 무엇인가?
그 ‘좋은 엄마’의 기준은 어디에서 왔는가?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는 것보다,
좋은 엄마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우리, 조금만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 보자.
그리고 나와 아이 모두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 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버려야 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