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순간을 마음에 담다
11월의 마지막 날은 내 마음속에 특별히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날의 햇살은 평소보다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고, 마치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대비해 나와 아이들을 살짝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마지막 햇살이 온 세상을 부드럽게 물들이며,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건강하게 지내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주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을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나에게는 그 시간이 유난히 여유롭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곁에는 아직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동생의 막내아들, 아직 네 살인 작은 천사와, 우리 집 막내딸, 여섯 살의 호기심 가득한 아이. 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세상 곳곳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어야 할 것들이 많다. 손을 잡아주고, 길을 안내해 주며, 때로는 함께 뛰놀아 주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날, 나는 아이들과 함께 조금 먼 놀이터를 찾았다. 평소와는 다른 길, 낯선 풍경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밝게 울려 퍼졌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놀이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은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기함과 즐거움에 신이 난 듯,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여기저기를 탐험했다. 나는 동생과 함께 막 내려온 따뜻한 커피를 나누어 들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햇살이 온몸을 감싸 안았고, 그 따스함 속에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햇살이 이렇게 마지막인 줄조차 모른 채, 우리는 그 온기를 만끽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은 미끄럼틀 위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모래밭에서는 작은 손으로 성을 쌓으며 서로에게 자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순간에도 삶이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꼈다.
오후가 되면서 아이들의 에너지도 점차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운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 나는 동생과 함께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조용히 웃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사이,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 오늘 하루가 주는 소소한 행복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우리 자매가 이렇게 서로의 곁에 남아, 아이들도 함께 키우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게 느껴졌다. 언니로서 더 잘해주지 못한 순간도 많았고, 지금도 동생에게 작은 신세를 질 때면 미안한 마음이 스며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믿음과 고마움이 언제나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
11월의 마지막 햇살은 마치 우리 사이를 더욱 따뜻하게 비추어주는 다정한 손길 같았다. 그 빛 속에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고마움과 사랑을 조용히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이렇게 함께 웃고, 함께 걷고, 아이들과 뛰어놀며 보낸 시간은 나에게 단순한 하루가 아닌, 살아내는 것 자체가 기적임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나는 이 따뜻함을 마음 깊이 간직한다. 곧 찾아올 추운 겨울에도, 오늘 느낀 이 온기와 가족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살아낸 나와 우리 가족에게 조용히 미소 지어본다. 작은 일상의 순간이 모여 삶의 큰 기적이 된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또 한 번 마음으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