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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Nov 09. 2019

19세기 파리, 민낯의 그녀를 만나다.

에드가 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혐오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벌레라고 부르는 세상에서 여성을 혐오한 화가라는 타이틀은 가진 한 남자를 생각해봅니다.

친한 친구인 마네의 아내를 일그러지게 그려 절연당한 화가, 평생 아름다운 발레리나와 소외된 여성을 그린 남자, 일생을 독신으로 고독히 늙어갔던 사람, 오늘의 주인공은 19세기 파리의 화가

에드가 드가입니다.



1 예민한 화가, 섬세한 그림


우리는 예술가라고 하면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그림을 그리는 이미지를 연상합니다.
하지만 드가는 매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집안의 넉넉한 도움을 받고 미술을 하는 신사였습니다.
평생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그렸던 드가가 부유한 집안 사람이라니 의외인데요. 드가의 인생에는 이렇게 의외의 모습이 많이 있습니다.


그는 예민한 성격의 관찰력이 뛰어난 화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림을
매우 잘 다루었습니다. 특히 인물의 느낌을 다루는데 매우 탁월한 화가였습니다. 그의 걸작 중 하나인

벨렐리 가족의 초상입니다.

드가가 이탈리아 있을 때 그린 이 그림의 주인공은 드가의 고모인 라우레 그의 가족들입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경직성과 이상한 점 눈치채셨나요? 여자와 소녀들은 매우 정적인 옷을 입고 차분한 분위기인데 왼쪽의 남자는 그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부부임에도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부는 가문끼리 맺은 정략결혼을 하였기에 결혼은 했으나 서로 관심은 없는 그런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부인 라우레의 아버지, 즉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는데도 상복조차 걸치지 않은 상태로 무관심한 태도를 일관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표정과 복장 이외에도 두 소녀의 모습에서도 드가의 사실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어머니 쪽에 더 가까운 왼쪽의 소녀는 얌전히 모은 두 손, 가지런히 모은 발등에서 조신한 숙녀의 기질이 있다고 예상됩니다. 반대로 오른쪽에 아버지 쪽으로 기울어진 소녀는 엉클어진 자세와 발의 모양 등을 보아서 자유분방한 기질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드가는 단순히 인물을 그리기보다는 인물의 성격이나 그 인물이 가진 분위기 등을 사실적으로 잡아내는 매우 예민한 촉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더욱이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드가는 미술교육을 충분히 받았기에 인체를 매우 아름답게 그리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인물의 내편의 모습과 인체의 묘사를 아름답게 할 수 있었던 드가가 발레리나를 그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2 발레리나, 아름답기에 무서운 현실


사실 드가가 처음부터 발레리나를 그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말듯이 그는 여성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며 "여자와 수다를 들어주니니 차라리 울어대는 양 때들과 함께 있는 게 낫다 "라고 얘기할

정도로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이었답니다.

그가 발레리나를 처음 등장시킨 것은 바순을 부는 친구를 그린 그림에서 입니다.  고전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오페라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친구를 그린 그림에서 배경으로 등장한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움이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됩니다. 그 길로 발레리나들을 그리기 시작한 드가는 평생 정말 많은 작품에

그녀들을 등장시킵니다.

지금의 발레리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매우 고급스럽고,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전공하는 것 또는 예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당시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그 시기의 그녀들은 가난한 집안의 출신이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이 직업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여자 아이들의 일부는 불구가 되기도 할 정도로 훈련은 혹독했습니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버틴 몇몇의 발레리나들은 스타처럼 반짝반짝하게 빛날 수 있었답니다.
무대 위에서 그녀들은 바닷속의 아름다운 생물들처럼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드가의 유명한 그림 스타입니다.  제목처럼 공연을 하는 그녀에게서는 빛이 납니다. 그런데 어딘가 이 그림 무섭다는 느낌이 듭니다. 얼굴이 일그러져 표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뭔가 고통에 가득 찬 것 같기도 하고 환희에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한 그림입니다.
빛나게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그림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이 섬뜩함, 그것은 아마 춤추는 이의 내면에서 오는 절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유롭게 빛나는 순간조차도 뒤에서 감시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고의 순간조차 그녀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그녀를 감시하는 이는 바로 왼쪽 상단에 검은색을 입고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성입니다.

최고의 순간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그림, 드가가 이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19세기 전염병처럼 돌았던 매춘, 바로 그것입니다. 그 시기에 발레리나가 된다는 것은 사실 고급 창부가 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했습니다.


3. 여성에 대한 혐오 그리고...


발레리나 이외도 드가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여성들의 그림을 그렸는데요. 그림 개입니다.

이 그림은 드가가 여성 혐오자라는 인식을 가지게 해 준 대표적인 그림입니다. 노래하는 여성을 개라고 표현했으니 상당히 파격적인 제목입니다.


사실  그가 여성 혐오자라는 의견에는 많은 이견이 있는데요. 어릴 적 본 어머니의 외도에 대한 트라우마로 여성을 혐오하게 되었다는 시선과 그렇지 않다는 시선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조심스럽게 더해보지만 그는 여성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이긴 하나 비뚤어진 사랑. 그게 드가가 한 사랑은 아닐까요? 사실 드가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삼촌의 외도를 목격하게 됩니다. 드가의 어마니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것으로 기록되는데요. 그 아름다움 때문이었을까요. 그녀를 매우 사랑했던 드가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외도를 눈 감는답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어머니는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의 아버지는 반쯤 폐인이 되어 버립니다. 그때가 드가 나이 13살이었습니다. 너무 일찍 사랑의 고통을 알아버린 그는 여성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항상 사랑스럽고 애정 어린 눈 길고 자신을 바라보던 아름다운 어머니의 이미지와 바람을 피운 여성이라는 여자의 이미지 사이에서 결국 비뚤어진 사랑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애정과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그녀들에 대해서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 안에는 외도를 목격한 소년의 여성에 대한 두려움과 뒤틀려 버린 시선들이 꿈틀 합니다. 그래서 여성을 그리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닌 일그러지게 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그 외에도 그는 빨리하는 여인/ 목욕하는 여인 등을 통해서 당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피곤한 일상과 하루가 그대로 전해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모습들은 마치 우리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상 혐오라는 단어의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 고독했던 남자 에드가 드가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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