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을녀 Jan 01. 2020

고갱_ 순수의 세계

고갱에 대한 끄적임

여러분은 동화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릴 적 순수와 낭만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피터팬의 모험 이야기를 좋아했었는데요. 후크선장과 팅커벨이 나오는

 환상과 모험의 세계 네버랜드,  언제나 낭만과 순수가 가득할 것 같은 곳! 환상의 세계를 생각하면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순수의 세계는 이미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는 마치 신기루처럼 

없는 가짜일 뿐인데요. 그럼에도 도시가 너무 답답할 때 일상이 너무 팍팍할 때  환상의 세계를 가끔 꿈꾸고는 한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 중에도 피터팬이 네버랜드를 찾듯이 순수하고 원시적인 상상의 세계를 찾아 떠난 화가가 있습니다. 평생을 순수함과 낭만의 세계를 찾아서 삶을 여행한 남자! 익숙하고 편안한 문명의 세계를 버리고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간 화가!

 폴 고갱입니다. 


고갱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적 사망했습니다.  신문 기고란에 올린 기사 때문에 프랑스에서 추방을 당한 그의 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페루로 여행길에 오르는 길에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아버지의 부재로 고갱의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보내지는

못했지만 페루에서의 생활은 훗날 고갱이 그의 생에서 가장 풍족하고 행복한 때라고 회상할 만큼 고갱에게 많은 영향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행복한 유년시절을 뒤로하고 청년이 된 고갱은 해군으로 근무하면서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돈을 벌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갱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 소식을 듣고 프랑스 파리로 돌아온 고갱은 한 증권사 직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다행히 다행히 적성에 맡는 일을 찾았던 그는 매우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부유한 집안의 딸과의 결혼에도 성공하게 된답니다.


이렇게 부유한 생활을 살던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림들을 수집하면서  아마추어 화가로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인상주의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평온하기만 했던 그의 삶이 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것이 그를 사로잡았는데요. 바로 전업 화가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결국 파리의 증권시장이 파산하면서 35세의 그는 전업화가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 길을 선택함과 동시에 고갱의 부유했던 삶은 과거의 한 조각으로 사라진답니다.


설교후의 환상
황색의 그리스도

전업화가의 글을 걷기 시작한 그에게 화가의 꿈과 함께 온 것은 지독한 가난이었습니다. 가족들의 반대와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서 그림에 전념하기 위해서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부르타뉴 지방의 퐁타방 마을에서 작품 활동을 하게 됩니다. 고갱은 퐁타방에서 14개월 동안 체류하며, 마르티니크 지방을 여행하게 됩니다. 마르티니크는 프랑스령의 섬으로 베네수엘라 북쪽에 있는 섬입니다. 퐁타방과 마르티니크를 여행하며 지낸 6개월 동안 고갱은 새로운 양식에  뜨게 된답니다. 화가 에밀 베르나르의 영향과 일본의 판화 (우키요에) 영향으로 굵은 윤곽선,  커다란 평면에 강렬한 색채, 명암이나 원근법을 무시한 평면성, 원시적인 것에 대한 관심 등 그의 스타일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화가의 길을 선택한 후로 그는 쭉 가난과 빚에 허덕이게 되는데요. 이 시기에 운명처럼 화상인 테호가 고흐와의 동거를 제안합니다. 화가로써의 기질을 인정받기 시작한 고갱이  지금 막 그림을 시작하는 고흐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냉철한 사업가 기질이 다분했던 고갱은 가난과 빛을 청산해주는 대가로 고흐와의 동거를 허락합니다. 이렇게 그 유명한 고갱과 고흐의 동거가 시작되는데요. 2개월의 짧은 기간,  고흐의 귀가 잘리는 기행으로 끝이 났던 이 동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테호의 기원과 달리 두 사람의 동거는 처음부터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었는데요. 고갱은 도시의 부유한 중산층 출신으로 냉철하고 세련된 도시 사람이었답니다. 하지만, 고흐는 시골마을의 목사를 지원했던 사람으로 지방의 촌사람이었습니다.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와 고흐의 의자는 사물 하나로 두 사람의 취향이 너무나 다름을 보여준답니다. 고흐의 의자와 주변 배경은 소박하고 담백한 고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고갱의 의자는 화려하고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질 차이뿐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태도 또한 매우 달랐답니다. 고흐는 고갱을 화가로서 선망하며 진정한 영혼의 동지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고흐는 처음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흐와의 동거를 수락했었답니다. 더욱이 고흐를 시골의 촌사람으로 생각하며 무시한 경향이 있었는데요. 고갱이 고흐에게 선물한 '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라는 그림이에요. 화려하고 강렬한 고흐의 해바라기는 없답니다. 다 시들어 가는 해바라기 앞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남자가 보입니다. 아주 얇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은 초라하게 까지 보입니다.


더욱이 고갱과 고흐가 함께 그린 마담 지누의 그림은 그들의 관계와 성향에 대해  다시 한번 보여 줍니다. 같은 포즈, 같은 옷, 같은 사람을 그린 두 사람의 시각은 매우 다릅니다. 고흐가 그린 마담 지누는 책을 읽고 있는 눈매가 날렵하고 총명해 보이는 여인입니다. 반면에 고갱이 그린 마담은 술을 파는 곳의 마담으로 동그란 얼굴에는 경멸의 미소가 담겨 있습니다. 고흐가 좋은 이웃으로 생각하는 이를 술을 파는 곳의 마담으로 그린 고갱 , 그가 그린 마담의 경멸은 고흐를 향한 것인 아닐까 하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고갱을 동경하는 고흐, 고흐를 무시한 고갱의 관계는 마치 금이 간 화병처럼 위태위태했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고흐와의 동거가 실패로 끝난 후 문명 도시생활과 가난에 지친 고갱은 순수한 이상의 땅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고갱의 순수함을 충족시켜주었던 땅, 그곳이 바로 타히티 섬이었답니다. 사실 타히티섬은 프랑스의 식민지로 어느 정도 문명화가 되어있는 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고갱은 이 땅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원시림의 땅으로 생각했답니다.


그의 작품 아이오라나 마리아인데요. 마리아에게 경배를 이란 의미를 가진 이 그림은 예수와 마리아를 고갱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했답니다.

당대의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추구했는데요. 고갱은 현실의 세계에 강렬한 환상을 입힌 화가였답니다. 이 그림은 사실을 바탕으로 그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타이피의 원시림처럼 붉은 옷을 입은 마리아,

그 위에 예수와 마리아 위에는 성인임을 상징하는 후광, 그리고 노란 날개를 단 천사까지 기독교적인 내용에 타이피의 옷을 입힌 강렬한 그림이랍니다.

티이피를 배경으로 유럽의 유일신 예수를 그릴만큼 고갱은 타이피를 낙원으로 생각하며 아주 잠깐의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데요. 봄은 짧고 겨울은 길듯이 고갱은 곧 차갑고 긴 현실 앞에 마주칩니다.  이미 문명에 물들어 버린 타이피의 현실에 실망하던 중 그의 사랑하는 딸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됩니다.

더욱이 그림을 팔지 못한 그는 가난했었고 건강 또한 좋지 않았답니다. 너무나 냉정한 상황 속에는 그는 자살을 결심하며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가는 긴 제목의 그림을 그린답니다.


이 작품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상하면, 갓 태어난 아이, 사과를 따는 청년,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이 보입니다.  인생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의 색상은 파란색으로 가득합니다. 이 우울한 파랑은 그림 전체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뒤 고갱은 자살 시도를 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이후의 삶은 가난과 고독 그리고 타히티에 대한 좌절로 결국 그림처럼 허무한 삶의 마지막을 맺게 됩니다.  


순수한 이상의 세계를 찾아서 떠난 고갱,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타히티의 강렬한 빛과 같은 영감을 주는 그림을 그린 남자.  결국 현실의 벽을 깨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합니다.  동화 속의 순수한 이상 세계는 어디에도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며 고갱 편을 마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혁신의 화가,마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